알고는 있지만
알고는 있지만
치욕은 어린아이 같아서 불쑥불쑥 인생의 서사를 굴곡지게 했다 달래지지 않는 울음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일 것이다(라고 믿고 싶었다) 고통과 불행은 불멸이어서 저마다 리듬의 일상이었던 것뿐이라 다급하게 뚜껑을 닫고 싶었다 태어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삶이라 말했던 새끼는 누구였을까 귓등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내 마음은 늘 눈물로 젖어 있는데 쌓인 모멸이 얼마나 두꺼우면 개운하게 밀리지 않는 것일까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우기를 건너야 깨끗하고 개운한 마음이 되는 것일까 두려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사는 것이 지겨워질까 봐 나를 감당하느라 옆이 안 보일까 봐 알고는 있지만 할 수 없었다 비겁했던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어도 여전히 나는 어제와 어제를 건너지 못한 채 어딘가 쯤에 있음을 알고 있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