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라는 이메일 주소를 쓰는 것으로, 종종 천주교 신자냐는 오해를 받을 때가 있다.
저 무교예요.
근데 왜 마리아냐고 상대가 재차 물으면 못 이기는 척 털어놓는다. 그럼 우리는 한바탕 웃어 젖힌다.
비웃음을 살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사랑 앞에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람. 십 대의 나와 이십 대의 당신이 기억의 편린 속에서 여전히 숨 쉬며 살아간다.
입 밖으로 사랑한다 목놓아 외치던, 그 열성적인 순간을 기억한다.
손 편지를 쓰며 고백하던, 그 편지가 당신에게 닿기를 고대하던 순간을 기억한다.
수화기 너머 음성 메시지가 꼭 내게만 속삭이는듯 느껴져 가슴 두근거리던 순간을 기억한다.
커플링을 손가락에 껴 보았던, 조금 커 잃어버릴까 조금스러워하던 순간을 기억한다.
집 앞을 서성이다 끝내 만나지 못해 아쉽게 발길을 돌리던 순간을 기억한다.
이 모든 순간들에 처음이라는 영광이 덧씌워져 조금 더 특별하고 각별하게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았다.
아름다운 미성, 맑고 고운 피부, 소년 같은 미소.
불꽃같던 열정이 완전히 연소되어 과거로 넘어가버린 건 그의 결혼 소식을 접한 어느 겨울쯤으로 기억한다.
쏟아지는 손님과 산처럼 쌓여있는 옷 무더기를 뒤로하고 서둘러 매장밖으로 빠져나와 4호선 명동역에 몸을 숨겼을 때, 친구에게서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기사 봤어? 조성모 결혼한대
나는 한순간 멍청이가 되어 지하철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잘 가요, 내사랑
성모마리아(*팬클럽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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