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입을 여는 족족 실언을 남발했다.
입을 다무는 쪽이 조금 더 유리해 보였지만 한번 열린 입은 도무지 다물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그를 둘러싼 타인의 눈빛은 그것을 더욱 부추겼다.
누구의 깃털이 더 크고 빛이 나는지, 가진 것 중 가장 크고 화려한 것으로 온몸을 휘감고 위용을 과시했다.
개중에 눈에 띈 그의 시계는 주변을 집어삼킬 것처럼 지나치게 크고 화려했으며 빛에 반사될 때마다 날카롭게 주변을 쏘아보았다.
언행은 실수라기보다 의도된 것에 가까웠고 어쩔 때는 무의식적으로 본인도 모르게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오랜 시간 숙달된 것임에 분명했다.
때로는 바람에 휘날리는 낙엽처럼 가볍고 공허하게 들리기도 했는데, 말에 뼈대와 살집이 하나도 없어 누군가 그럴싸하게 읊어대는 대본 같았기 때문이다.
타인이 지난 간 자리에서 나는 그의 얼굴을 천천히 관찰한다.
여러 날 지속된 가뭄 같은 피부, 깊게 파인 주름, 축 처진 입꼬리, 쇳소리. 그리고 텅 빈 눈빛.
젊음을 찬양하고 불꽃같은 사랑을 갈구하며 언젠가 캐러멜 코팅 사과를 손에 쥘 수 있기를 매일 밤 꿈꾸며 환상을 갉아먹고 사는 사람.
나는 묘한 기시감을 느끼며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그림자는 계속해서 나를 따라왔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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