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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솬빠 Oct 01. 2024

붕어빵이 슬픈 맛이 되었습니다.

엄마는 병원에서, 아버지는 아들 집에서의 생활에 적응해 갔다.


함께 아침을 먹고 아내는 출근하고 나는 아이들을 어린이집으로 데려다주는 길에 잠시 병원에 들러 엄마를 본다.

"아침마다 머 한다고 오냐 출근하기도 바쁜디.."

"예~ 인자 안 오께. 보고 싶어도 전화하지 마쇼~"

"이~ 그래~"

엄마는 내가 농담하면 잘 받아친다.

"어쩌다 팔을 다쳤어요?"라고 묻는 간호사에게 "일하기 싫어서요"라고 말하는 엄마다.


엄마에게 얼굴 도장을 찍고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출근을 한다.


거동도 힘들고 지리도 모르는 아버지는 집안에서 혼자의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12시까지 버티면 내가 집으로와 아버지와 점심 식사를 한다.


"그냥 내가 알아서 먹으먼 된디 꼭 그렇게 오냐?"

'예~ 인자 안 오께. 혼자 외로워도 전화하지 마쇼~'

엄마에게 한 것처럼 농담을 건네려다 속으로만 생각하고 만다.

"이것저것 많이 챙기지 마. 국이랑 반찬 하나만 있으먼 돼"

"예. 알겠어요."


아버지는 몇 숟가락 뜨가 국에 밥을 말아 드신다. 국에 말아 드시면 위에 안 좋다고 말하려다 그만둔다. 나도 어렸을 적 엄마 아버지의 잔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아버지는 처음에 아파트 생활이 닭장 안에 갇힌 닭 같다고 했다.

구례 집에 있으면 전동차를 타고 밖에도 돌아다니고 동네 사람들도 만나 이야기도 하고 할 텐데, 집에 혼자 남아 창밖을 보거나 TV를 보며 보내는 시간이 답답했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버지는 “아파트도 살만하마" 하고 말씀하셨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지라 아버지는 아파트에 적응했다. 좋아하는 트로트 방송을 보고, 반신욕도 하고, 거실에 햇빛을 쬐며 혼자의 시간을 보냈다.


아버지가 여수 생활에 적응하는 데는 한의원도 한몫했다. 아버지는 나의 퇴근시간에 맞춰 미리 옷을 입고 나갈 준비하고 다.

"아버지 10분만 쉬었다가요"

아버지는 TV도 끄고 정적 속에 나의 신호를 기다린다.

"아버지 가요"

재촉한 것도 아닌데 10분을 채워내지 못하고 집을 나선다.


아버지는 저리고 아프던 다리가 침을 맞고 부드러워진 것 같다고 했다. 바로 누워 자는 것이 불편했는데 똑바로 누워 자는 것이 가능해 졌다며 "도시 한의원은 다르그마" 만족해하셨다.

    

한의원 앞에는 붕어빵과 어묵, 호떡을 파는 가게가 있었는데 아버지는 치료가 끝나고 나오면 항상 붕어빵을 사서 손주들에게 건넸다. "애들 집에 가서 밥 먹어야 돼요. 이거 먹으면 애들 밥 안 먹어요"해도 아버지는 항상 막무가내였다.

비틀비틀 불안한 발걸음을 멈추고 중심을 잡은 뒤 주문을 하고 점퍼 안주머니에서 15만 원을 도둑맞았던 지갑을 꺼내어 계산을 한다. 아이들이 "호떡도 사주세요"하면 더 신나 하셨다.


어느 날은 붕어빵을 넉넉하게 사서 한의원에도 갖다 주고 엄마가 있는 병실에도 가져다주었다.


한의원 간호사와도 병실 사람들과도 아버지는 대화도 잘하고 농담도 잘 건넸다.

그러고 보면 아버지는 엄마에게도 농담을 잘 건넸다. 그런데 왜 나와 아버지 사이에는 농담이 자리하지 못했을까.. 

       

붕어빵을 사서 차에 타면 할아버지는 앞자리 보조석에 앉아 붕어빵을 먹고 아이들은 뒷좌석에서 먹는다. 붕어빵을 다 먹고 나면 뒤에 앉은 손자 녀석은 할아버지의 머리카락을 만졌다가 안 만진 척 시치미를 뚝 뗀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어디 쥐새끼가 있다냐?' 하면서 머리를 털어낸다. 손자 손녀는 번갈아 가며 할아버지에게 장난을 건다. 할아버지의 반응에 녀석들은 깔깔깔깔 웃어댄다.

         

집에 오는 동안 쥐새끼의 등장은 반복된다. 내가 원했친구같이 장난치는 아버지의 모습을 손자들이 누리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고 삐뚤삐뚤 걸으면 손자손녀가 옆을 호위한다. 그 뒷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따뜻했다. 아버지의 남색 잠바, 지팡이를 짚고 가는 뒷모습, 하얀 머리카락, 엘리베이터 앞 벽에 기대어 한숨을 돌리던 그 모습이 선하다.


'날씨 따뜻해지고 어느 순간 붕어빵 집이 문을 닫았다. 그래도 추워지면 붕어빵은 다시 돌아올 테.

붕어빵처럼 계절 한 바퀴 돌아 아버지도 우리에게 다시 왔으면...

올 겨울 붕어빵은 슬픈 맛이 날 것 같다'


입원 3주 만에 엄마가 퇴원했다. 강제 별거가 종료되고 두 분은 재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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