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부정 父情 不正
아버지의 '정'을 '부정'했다.
아버지는 잘못한 것이 없다.
무뚝뚝했을 뿐.
아버지는 술주정을 하지도, 바람을 피우지도, 책임감이 없는 사람도 아니었다. 유년과 학창 시절 난 아버지가 어색하고 불편했다. 그와의 공간과 시간을 피했다. 함께 있는 어색함 보다 따로 있는 편안함을 택했다. 늘 마주하고 같이 밥 먹고 한 집에 살았지만 우리의 대화는 매우 검소했다. 매일매일 말을 아끼고 아꼈다. 그렇게 우리 사이에 쌓인 '정'도 검소해졌다.
내가 기대한 아버지 모습과 나의 아버지 모습은 달랐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걷는 옆집 형이 부러웠다.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친구처럼 장난을 치는 친구 아버지 모습이 나의 아버지 모습이길 바랐다. 그렇게 누군가의 아버지를 동경하면서 무뚝뚝한 나의 아버지와는 어색한 시간을 살았다.
우리는 서로에게 잘못한 것이 없는데, 서로 조금 무뚝뚝했을 뿐인데, 그렇게 뿌리내린 거리감은 평생을 갔다. 성인이 되고 나서야 마음도 생각도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었지만, 우리 사이 어색함의 거리는 쉽사리 줄어들지 않았다.
그런 아버지가 고인이 되었다.
그가 사라지자 내 마음속 아버지가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