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독거작가 Sep 17. 2024

다면평가가 무쓸모인 이유

역대급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덥고 습하고 긴 여름이 끝나갑니다.

조직 내 직무마다 시기별로 업무의 양과 해야 할 일이 달라지지만, 인사업무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바야흐로 평가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때쯤 조직 내에서 시행하는 평가 중 하나가 다면평가입니다.


다면평가는 다른 평가와 달리 애정과 증오의 양면성이 강합니다.

조직이 웬만큼 커지고 리더급에 대한 검증과 양성 등에 관심이 있다고 자부하는 조직이 잘 꺼내드는 카드가 다면평가입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전시 효과가 큰 평가가 다면평가입니다.

이는 다면평가로 인해 평가의 대상인 리더의 변화는 물론이고 조직문화 측면에서도 효과가 작다는 의미입니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여 진행하는 다면평가가 왜 효과가 없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을까요?


다면평가가 리더와 조직의 변화의 도구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이유를 정리해 봅니다.


첫째, 다면평가 익명성의 한계입니다.

블라**나 잡플**과 같은 익명 사이트를 떠올려 보시죠.

다면평가자들은 평가 대상자들을 위해서 어렵게 한 말이라고 합니다.

익명성이 보장돼야 맘 편히 모든 얘길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면평가의 익명성은 제대로 된 익명성이 아닙니다. 오히려 위에 말한 익명의 게시판보다 익명성 보장이 떨어집니다.

평가자는 결국 나의 부서원일 테니까요, 평가자 중 동료 평가자도 내 주변 동료이므로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익명으로 적은 말은 모두 좋고 옳은 말들일 까요?

솔직히 말해서로 시작한 말 치고 그 말을 한 사람 외 만족하는 경우는 거의 못 봤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한 말은 다 옳고 사실기반이고 그말의 대상에게 도움이 될까요? 그 말을 한 사람만의 입장이고 판단기준에 근거함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둘째, 다면평가자의 자질, 역량 부족입니다.

평가자 교육을 한 번쯤 들어보시거나 참여해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평가하면서 유의해야 할 여러 가지 편견과 오류, 평가자의 마음가짐과 자세, 평가의 의미 등 하루 8시간 정도 교육 내용은 충분히 채울 정도로 평가자로서 알아야 할 내용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다면평가자 교육이란 걸 들어보신 적 있나요?

다면평가의 내용이 평가로서 도움이 안 되는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다면평가자들은 다면평가의 의미, 전달 경로, 목적 등에 대해서 거의 백지 상태입니다.

즉, 다면평가의 평가자들은 그저 자신의 감정과 경험에 매몰되고 그 표현 또한 평가보다는 그저 익명성과 도움이 되리라는 자기 過確信(과확신)에 빠진 익명 게시판의 작성자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셋째, 다면평가 대상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경험한 한 조직에서는 사장이 임원의 다면평가 결과를 임원에게 배포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유인즉슨, 임원들이 평가 내용을 보고 충격받을까 싶어서랍니다.

그 결과가 정말 평가로서 의미 있고 객관적이었다면, 그 다면평가 결과를 임원의 마음관리 차원에서 미공개할 것이 아니고, 그 임원들 모두를 해고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조직을 위한 길일 겁니다.

그 다면평가를 받은 리더들도 사람입니다.

그들도 자신을 비난하고 욕하는 결과를 받아보고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여 자신과 조직의 발전을 위한 귀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까요?

선의를 가지고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리더들이라면 그 결과를 받아보고 깊은 마상(마음의 상처)을 입거나 다면평가를 책상 깊숙이 처박아 놓고 하던 대로 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휴식을 잘하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