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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기쁨 Aug 10. 2023

'미안하다'는 말에 인색해지지 않기 위해



부부 사이에서든, 부모와 자녀의 관계 사이에서든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아끼지 말고 자주 할수록 좋은 세 마디 말이 있다.


고마워요
미안해요
사랑해요


아내가 차려준 밥상을 당연하게 받기보다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라고 말해준다던가, 남편이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줄 때, 그런 정도는 당연히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말 대신 "고마워요, 수고했어요."라고 말해준다면 다음에 더 남편과 아내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리라는 의욕이 솟아난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

조금만 더 상대방을 살피면서 작은 것에도 고마와요라고 말할 수 있다면 부부든 , 자녀와 부모든 그 관계가 좋아지지 않을 수 없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오랜 격언이 지금의 우리에게서도 동일한 공감을 일으키는 데는 이유가 있다.


관계를 더 깊고 견고하게 맺어주고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게 해주는 데는 그리 크고 거창한 것이 필요하지 않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고마워요', '미안해요', '사랑해요'라는 단 세 마디의 힘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어마어마하다.

그렇지만 이렇게 내뱉는데 1초도 안 걸리는 간단하고 착한 이 세 마디를 실제로 말하기란 참 쉽지 않다.

어찌 보면 당연히 있어야 할 이 말들을 우리는 가정이나 학교, 직장 등에서 그렇게 자주 들어 본 적이 없고 우리의 권위자들이 이 말을 우리에게 사용한 적도, 가르쳐준 적도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체면문화와 권위주의가 지배적인 우리에게는 왠지 이런 말들은 나약해 보이고 나의 체면이 깎이는 말들이라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




특히 이 세 마디 말들 중에서 가장 하기 꺼려지는 말은 "미안해요"라는 말이다.

목소리가 크면 이긴다는 말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밀리지 않고 상대를 굴복시켜야 면이 선다고들 생각을 하기 때문인지 우리 일상의 곳곳에서 잘못을 하고도 오히려 큰소리치는 어이없는 일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잘못을 했으면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 에둘러 변명을 하거나 정치인들의 지극히 정치적인 언어인 '유감이다'등으로 슬그머니 넘어가려고 하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고 있어야 하는 일은 피곤하기 짝이 없다.


미안하다는 말이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 그 말을 하는 순간 나의 권위나 명성에 흠집이 생긴다고 생각하기 때문 일 것 같은데 과연 그럴까...?




우리 아이들은 아빠를 참 좋아한다. 그리고 아빠를 존경하고 아빠의 말은 항상 큰 무게를 가지고 듣는다.

아이들에게 아빠를 좋아하고 따르는 이유가 무엇인지 언젠가 물어본 적이 있는데 아이들은

아빠가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잘못되었다 싶을 때 미안하다는 말을 할 줄 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남편은 아주 강한 신념과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그에게 있어서 장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이 잘못한 일이라는 판단이 설 때, 용기 있게 아이들이나 나에게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도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미안하다며 용서를 구할 때마다 남편이 실수나 하는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받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미안하다는 말을 함으로써 신뢰를 얻고,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뿐 아니라 그 자신도 점점 타인을 이해하고 용서할 줄 아는 너그러운 사람이 되어갔다.


미안하다는 말은 먼저 할 때 내가 지는 것도, 모양 빠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나의 품격을 더 높여주고 믿을 만한 사람이 되게 하며 나로 인해 마음이 상한 사람을 자유롭게 풀어주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일들로 억울하고 고통당하고 손해 보는 사람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이가 없어 원망과 비난이 난무하는 현실을 매체를 통해 접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진심을 다해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것에 인색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는 없다 할지라도 상처받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함께 눈물 흘려줄 줄 아는 세상, 서로 허물을 덮고 힘을 얻어 삶의 의지를 새롭게 할 희망이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앞서 말했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포함한 세 마디 말을 내뱉기란 참 쉬운 일이 아니다. 해야 하는 것을 알지만 어색해서 우물쭈물하다가 기회를 놓치기도 하고, 마음에만 담아두고 표현하지 못할 때도 많다. 이 세 마디의 말이 머리와 가슴에만 저장된 단어가 아닌  자연스러운 일상의 언어가 되게 하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남편도 처음부터 미안하다는 말을 잘했던 것은 아니다.

며칠 전에도 남편이 거실을 가로지르다 작은 아이가 바닥에 놓아둔 텀블러를 실수로 넘어뜨렸는데, 당황하여 "이걸 왜 여기다 뒀어?"라는 말이 툭 튀어나와 버렸다. 갑자기 난장판이 되어 마음이 상한 아이의 마음이 더 상하려는 찰나에, 남편은 태도를 바꾸고 "아빠가 미안해."라고 말해 주었고 덕분에 훈훈하게 그날의 사태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남편도 그렇게 매일매일 연습을 하고 있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름다운 말은 아름다운 결과를 낳는다. 그러니 나도 여전히 내 감정에만 치중해서 마음이 옹졸해지려 할 때가 많고 그럴 때마다 마음 같지 않게 입이 굳게 닫혀버리기 일쑤이지만 그럼에도 눈을 질끈 감고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으려고 한다.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궂은일을 도맡아 해 주시는 아파트 경비원님께,

엘리베이터에서 정지 버튼을 눌러주시는 이웃들에게,

출퇴근 길 버스의 기사님에게,

주문한 커피를 따뜻하게 내려주는 아르바이트 학생들에게...

나의 작은 연습이 얼어붙은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수 있길 바란다.



*photo by Pixabay




#미안해요#고마워요#사랑해요#연습이필요#좋은관계를위해#아빠#부부#가족#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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