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헤다 Apr 20. 2022

살아낸거다

아무것도 안 한 것이 아니라 살아낸거다.

"도대체 이 나이가 되도록 난 뭐 한 걸까?"

"뭐 해놓은 것도 없이 나이만 먹었네."

 종종 듣는 말이기도 하고, 종종 스스로 뱉는 말이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채찍질일 수도 있다. 보통 어떤 상황에서 저런 생각이 들까? 즐겁고 행복한 날 그런 생각이 들까? 예를 들면 생일날 가족들이 생일 파티를 준비해 주고, 촛불을 입으로 훅 불면서 그런 생각이 들까? 물론 그 상황에서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런데 생일 파티를 하는 중에 함께 한 사람들에게 

"뭐 해놓은 것도 없고 내세울 것도 없이 나이만 먹었는데 왜 축하를 해주는거야!!! 짜증나게!!"

이렇게 말하지는 않는다. 아니, 그런 생각 조차도 들지 않는다. 


 이성 친구와 사귄지 100일이 되어서 기념으로 선물을 주고 받거나 사랑을 확인하는 의미로 커플링을 주고 받으면서 그런 생각을 할까?? 그럴리가 없다. 적어도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에 우리는 그러지 않는다. 심지어 우리는 운동장에서 축구공을 차거나,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는 정도의 상황만 되어도  - 그런 종류의 가벼운 상황에서 - 그런 생각 따위는 하지 않는다. 


 보통 언제 그런 생각을 할까? 맞다. 뭔가 잘 풀리지 않을 때다. 그리고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본다면 내 옆에 있는 누군가가 잘나가는 것처럼 보일 때다. 평소에 눈에 잘 띄지 않던 누군가가 SNS에 올린 내용이 엄청 행복하게 보일 때이다. 괜히 나만 뒤처지는 것 같고,  모두 행복한데 나만 뭔가 부족한거 같다. 실제로 그런 것이 아니라 그저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온거다. 

 실제로는 어떨까? 그냥 난 잘 살아온거다. 바로 그 순간까지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역시 그냥 그 날까지 잘 살아온거다. 어쩌면 내가 부러워했던 SNS의 누군가도, 내 생일파티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면서 행복하게 보여서 부러워하고 나와 똑같이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도대체 난 지금까지 뭐 한 걸까?" 라고 생각이 든다면 자신에게 격려하자. "뭘 하긴, 지금까지 살아냈잖아." 정말 나는, 그리고 당신은 지금까지 잘 살아냈다. 

 어떤 업적을 이루고 괄목할만한 결과를 만들어야 우리의 삶이 의미가 있는건 아니다. 지금까지 살아낸 것만으로도 충분하게 잘한거다. 한번 자기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잘했다. 지금까지 살아내느라 참 잘했다."
아니, 매일 아침, 저녁마다 세수할 때 거울 보면서 얘기해주자.

이전 08화 버린다고 버려지는 게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