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 스테이션도 없다.
학생들은 이제 그만하면 좋겠다 싶을 만큼 자기네들이 누구이며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설명했다.
민선의 주장에 따르면 그들은 서울 근교의 전문대 영상 콘텐츠 제작학과 졸업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은 영상 편집자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라 취업 걱정은 없다고 했다. 다만 1년 정도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직접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보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오지에서 문명 없이 살기라는 주제로 첫 영상 제작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제법 부피가 있는 침낭을 하나씩 짊어지고 있는 이유가 납득이 갔다.
성민은 그들 중 유일한 군필자 복학생이었고, 나머지 셋은 동기라고 했다. 나이로 따지자면 성민만 24살이었고 나머지는 21살 동갑내기들이었다.
성민은 성격이 좋고 허례허식도 없어 호칭만 형일뿐이지 친구처럼 말을 놓고 지내고 있었다.
20대 초반, 한창 서열 놀이가 재미있을 나이다.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어떻든 우리는 드디어 민가로 내려왔다.
오전과는 딴판으로 이제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고 조용했다.
사람들이 얼마나 급히 떠났는지 도로 위에 잡동사니가 곳곳에 떨어져 있었다.
스마트폰은 아직 먹통이다. 전화도 되지 않고 데이터도 터지지 않는다.
학생들의 집은 서울이라고 했다.
우리는 뚜렷한 목적지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서울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원주 쪽 방면으로 가면서 사람이 많은 오일장에 들러보기로 입을 모았다.
우리는 입을 다물고 한참을 이동했다.
가는 내내 아무런 인적을 느낄 수 없었다.
오일장에 가까워질수록 라디오 신호는 오히려 더 약해지면서 무한 반복되던 재난 방송도 더 이상 송출되지 않았다.
주변 분위기 때문인지 한없이 공허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아침 일찍 길을 나서기도 했고, 여러모로 경황이 없어서 하루 종일 굶은 사실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근처에 편의점은 없어요?"
민선이 가방을 뒤적이며 지친 목소리로 물었다.
"맞아, 아 배고프다."
태수가 처량하게 거들었다.
나도 이쪽 지리는 잘 모르기 때문에 딱히 대답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제 어떡하나 생각하고 있었다.
다들 나의 다음 처분을 기다리는 눈치다.
차 안은 히터 바람과 여섯 명의 들숨 날숨이 뒤섞여 혼탁했고, 온종일 굶은 탓에 기진맥진했다.
그리고 땅바닥에서 전달되는 불쾌한 진동과 쩌렁대며 울리는 포탄 소리에 정신력이 점점 빈약해지고 있었다.
해는 벌써 서산에 누렇게 걸려 저녁이 오고 있음을 알렸다.
대시보드의 전자시계는 3시 40분을 표시하고 있었다.
저 앞에서 식자재 마트가 보였다.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l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