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들은 학생들은 침묵했다.
이런 과거를 수다스럽게 늘어놓는 내가 우습게 느껴졌다.
"최첨단 연구를 밤낮없이 하면서 장래가 보장된 사람이 하루아침에 머리 깎고 절에 들어갔다고요? 뭔가 수상해. 산에서 우리를 외면하고 그냥 가려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우리가 전자 공격을 받고 있다고요?"
기철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살면서 나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적의를 내보이는 자들을 숱하게 만났다.
과학고에서도 영재치고는 너무 똑똑했다. 나의 좋은 머리 때문에 걸핏하면 시비에 걸리곤 했다. 그렇게 예방접종을 120차까지 맞았기에 기철의 시비에도 크게 항변하지 않을 수 있었다.
"기철 학생 뭐가 못마땅한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여기는 우리뿐이라는 겁니다. 곧 어두워질 텐데 마트에서 하루 묵던지 물건을 챙겨서 나가야 할지 논의해야 됩니다."
"내가 얼렁뚱땅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당신이 지금까지 말한 건 우리 형 이야기야."
"10년 전 산에서 실종된 우리 형 이야기라고, 당신 정체가 뭐야! 왜 우리 형인 척 행세하는 거야! 우리 형은 지금 어디 있어!"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모두의 시선을 확인했다. 학생들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어 기철이 말했다. 자신의 형은 일찍이 수학 영재 교육을 받았고, 이공계 박사 과정 중 소식이 끊겼다고 주장했다. 이후 학교와 주변인들에게 수소문하여 소재 파악을 했지만, 한결같은 대답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어느 날 갑자기 연구를 그만둬서 미안하다는 메일만 남긴 채 연구실에 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 맞아, 수상했어. 처음에 만났을 때 어디 가볼 데가 있다고 하셨어. 그런데 여태껏 그 볼일은 언급도 안 하고 있어."
성민이 거들었다.
차를 얻어 타고 있는 신세인 이들이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내모는 태도에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구차하게 결백을 주장하는 것도 성가실 것 같았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달라질 게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더는 이 무리와 동행하기도 싫었다.
"기철 학생 사정을 듣고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의문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걸어온 길을 말했을 뿐이에요. 저는 이만 먼저 가보겠습니다." 이러고 나갈 참이었다.
"저 새끼 잡아!"
기철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뇌리를 스쳤다.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l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