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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그날

63. 내 피서법 20210727

by 지금은 Dec 03. 2024

해마다 이맘때면 피서 이야기로 온 나라가 들썩입니다. 해안이나 계곡에 많은 인파가 몰리니 뉴스 시간이면 어김없이 상황을 알려줍니다. 올해도 피서 이야기를 하지만 예년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최고 등급의 거리 두기가 발령되자 이곳저곳에서 아우성칩니다. 피서를 못 가는 사람, 피서지에서 장사하는 사람, 그들대로 고민이 있습니다. 예약에 대한 환급 조건을 두고 제각각의 기준을 말합니다. 모두 기분 좋은 시기를 보내야 하는데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더위가 맹위를 떨치자, 기온의 상승처럼 사람들이 표현의 강도가 높아갑니다. 찜통더위, 압력솥 더위, 가마솥더위, 찜질방 더위, 불가마 더위, 살인적인 더위……. 사람들의 표현을 있는 대로 기술하자면 백지 한 장의 여백은 거뜬히 채울 것만 같습니다.


요 며칠 아파트 주민끼리 주고받는 소식 난에는 에어컨에 대한 문제가 상위에 올라있습니다. 에어컨 작동이 잘 안 된다. 에어컨이 고장 났다. 수리를 빨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는 상담 문의가 하루에도 몇 건씩이나 게시됩니다. 많은 가구가 모여 있으니, 이해가 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은 견딜만하다는 뜻이고 보면 살인적 더위라는 말에 방정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신경이 조금 무뎌서 그런지 몰라도 삼 년 전의 더위에 비하면 이까짓 더위야 하는 마음입니다. 선풍기를 꺼낸 지는 며칠 되지 않았고 부채는 아예 손에 들지도 않았습니다. 내 습관이 이상한지 모르겠으나 부채질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부채질보다는 세수 한 번 하는 것이 낫습니다. 선풍기기도 식구들과 함께 사용하지, 나 혼자일 때는 꺼버립니다. 인공적인 바람은 싫습니다. 그렇다고 더위를 타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몹시 더울 때는 머리가 멍해질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움직이는 것이 상책입니다.


나만의 피서법이 있습니다. 더위는 더위로 이깁니다. 유년기는 시골에서 자라서 여름이면 검정 팬티 하나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온종일 개울에서 친구들과 미역을 감았습니다. 이십 대에서 오십 대 사이에는 정말 더위와 맞섰습니다. 그 뜨거운 뙤약볕에 몇 시간씩이나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것으로 몸을 단련했습니다. ‘이열치열’ 말 그대로입니다. 주행 중에 자전거 바퀴가 탱탱 불어 터진 일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피서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해안가로 산으로 더위를 피한다고 남들과 한패가 된 때도 있습니다. 피서는 집을 나서는 동안 피서가 아닙니다. 준비며 오고 가는 동안도 그렇고 목적지에서도 마음같이 편하지 않습니다. 다녀와서도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더위만큼 극성을 부리니 정부에서는 모임을 자제하라고 부탁합니다. 이미 피서지로 떠날 마음이 없었으니 못 이기는 척하고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핑계김에 식구들에게 할 말이 생겼습니다.


“무조건 조심해야 해.”


나의 경우 피서는 집이 최고입니다. 움직여 본다면 집 근처의 가까운 곳이 좋습니다. 최대한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하면 됩니다. 추억거리야 없을지 모르지만 만들면 됩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음악 감상도 합니다. 도서관과 복지관, 평생학습관에서 비대면 교육으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차례씩 그림 그리기와 두 차례씩 그림책 강의, 그림책 만들기를 수업하고 있습니다. 애쓴 보람이 있어 출간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한 달 후에는 내가 그리고 글을 쓴 그림책이 발행됩니다. 우선 올해의 추억거리를 하나 마련한 셈입니다.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는 추억도 보태어질지 모릅니다. 무엇인가에 몰입이 더위를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더위라는 게 사람마다 다 똑같은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누구는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괴로움이라고 말하고, 다른 누구는 더위라는 게 뭐 다 그런 것 아니냐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기도 합니다.

더위는 마음으로 이기는 것입니다. 무엇인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힘든 일도 모르고 지나치는 것처럼 더위 또한 그렇습니다.


자화자찬을 해봅니다. 이까짓 더위쯤이야……. 책에 빠지고, 글쓰기에 빠지고, 그림에 빠지고, 음악 감상에 빠지고, 하루에 두서너 번 머리 감고 샤워하고……, 피서라는 게 뭐 있어. 그렇게 지나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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