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 작지만 큰 선물 20240224
나는 글쓰기 강의가 끝나는 날 함께한 사람들에게 컵 받침을 두 개씩 돌렸습니다. 책을 들고 기뻐하기에 책갈피를 대신하라고 말했습니다. 책을 펴낸 기념입니다. 애쓴 보람이 있어 각자 쓴 글을 모아 책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끝나는 날 그냥 헤어지기가 서운하다는 누군가의 말에 동호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후 글쓰기 동호회에 참가했습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얼굴들입니다. 우리는 그만큼 서로 교감을 나누지 못한 사입니다. 하지만 같은 목적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니 한 달 만에 만났지만 반가운 표정입니다. 누가 먼저라도 할 것 없이 웃음꽃을 피웁니다. 내가 시간에 맞춰 강의실에 들어가자 먼저 온 사람들이 일제히 인사를 합니다. 나는 홍일점입니다. 그 사람들과는 나이 차이도 크게 납니다. 그들의 나이로 보아 딸이나 며느리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닙니다.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30회를 채우신 분.”
모두의 시선이 다시 나에게 쏠립니다. 30회 아니 정확히 말하면 60회입니다. 우리가 동회를 만들고 두 번째 모임입니다. 매일 글을 써서 동호회 홈페이지에 올리는데 원고의 분량은 다섯 문장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유는 글 쓰는 습관을 들이는 데 목적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모임이고 보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올린다면 60회가 됩니다. 첫 번 회합을 가졌을 때는 19명 중 5명이었는데 두 번째 모임에는 한 사람입니다. 약속을 지킨 사람은 나 하나뿐입니다. 모인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나야 집에서 놀고 있으니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회원 대부분이 직장에 다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쓴다는 건 마음 같지 않습니다.
30일 동안 빠짐없이 글을 써서 홈페이지에 올리느라고 애썼다며 회장이 전구를 하나씩 돌렸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막 지났어도 분위기에 맞는 선물입니다. 메추리알만 한 하나의 전구이지만 스위치를 켜자, 불빛이 오색으로 변합니다. 모두 전구에 불을 밝힌 채 다음 글쓰기의 연속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강의실 안은 크리스마스트리의 불빛 못지않게 빛납니다.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 댓글을 달아주기로 했습니다.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가기 위한 방법입니다.
두 번째 모임인 오늘의 선물은 볼펜입니다. 외국 여행을 다녀온 회원이 마련했습니다. 앞으로 동호회가 화기애애한 가운데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외양이 만년필을 닮았기에 이 비싼 것을 선물해도 되는 거냐고 했더니만 겉보기만 그렇지, 볼펜이라고 했습니다. 애써 싼 것이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어찌 되었든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선물이란 게 꼭 비싸야 좋은 것은 아닙니다. 상대에게 맞으면 좋겠지만 받는 사람이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 게 좋다는 평소의 생각입니다.
오늘은 정월대보름입니다. 모임에 나갔더니 한 사람이 건강 음료라며 병을 하나씩 돌렸습니다. 자신의 밭에 있는 나무에서 따서 직접 만들었답니다. 올해는 몸을 잘 챙기고 아프지 말라고 합니다. 검은 액체가 궁금합니다.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개복숭아 원액이라고 합니다. 용액이 진하니 먹을 때 물 반 액체 반 섞으라고 했습니다. 무엇에 좋다고 했는데 각자 왁자지껄하는 사이에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궁금해서 집에 와 인터넷으로 검색했습니다. 다이어트, 변비 개선, 신경 안정, 기관지 건강, 혈관과 간의 건강, 노폐물 배출, 피부미용, 피로 해소에 좋다고 합니다. 민간요법이니 크게 부작용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좋지 않은 점도 있습니다.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피부 발진과 가려움증이 있으니 주의하라고 합니다. 평소에 복숭아를 먹어 탈 난 일은 없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우선 조금만 맛보기로 했습니다.
한 친구는 부럼을 가지고 왔습니다. 어제 특별히 전통시장에 다녀왔다고 합니다. 호두와 땅콩을 테이블에 펼쳐놓았습니다. 잠시 호두 껍데기를 깨뜨리느라 왁자지껄했습니다. 주먹으로 깨는 사람, 이빨로 깨는 사람, 음식점 주인에게 깨뜨릴 물건을 요청하는 사람 제각기 알맹이를 빼내기 위해 씨름했습니다. 나는 그저 구경만 했습니다. 손의 힘도, 이빨도 부실합니다. 잘못하다가는 다치겠다는 생각에 주춤하고 물끄러미 친구들의 행동을 눈여겨보았습니다. 주먹 힘이 센 친구가 손등으로 칼날 치기를 하듯 호두를 쉽게 깨뜨리는 덕분에 부럼을 깨물었습니다.
어릴 때 고향마을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화기애애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선물이란 크고 값이 나가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골 친구는 청정 채소라며 애호박이나 상추를 한 봉지씩 돌리기도 했습니다. 밭에서 따서 바로 가져왔답니다. 그동안 주위 사람들로부터 받는 선물을 헤아려봅니다. 제자에게서 받은 손수건, 언제 어디서나 메모가 가능한 작은 수첩, 나의 글을 저장하라는 열쇠고리와 함께 USB(보조기에 장치) 등 내 곁에 있는 물건은 작지만 크고 소중한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