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바라기
할아버지와 손을 잡고 용양봉저정 공원의 정상에 올라온 아이에게 무슨 말을 했어야 할까. 원효대교와 동작대교를 비춘 불꽃들이 지나간 자리처럼 머릿속이 어두워졌다. 빛이 지나가면 자욱한 어둠이 옅게 흩어졌다. 화약 냄새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어쩌면 불꽃이 터뜨린 여운은 진짜 전쟁터로 버려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이 : 할아버지! 하늘이 저렇게 넓은데 왜 저기에만 불꽃을 쏴요?
아이의 말을 불꽃과 구경꾼, 그리고 경찰과 경호원들이 끊었다. 할아버지는 행여나 아이의 손을 놓칠까 봐 자세를 낮췄다. 일찍이 돗자리를 펴고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아이와 할아버지의 신발이 돗자리 모서리에 닿을 때마다 신경질을 냈다. 할아버지는 연거푸 죄송하다고 고개를 더욱 숙였다.
할아버지 : 죄송한데, 아이가 작아요. 혹시 아이만이라도 앞쪽에 설 수 있을까요?
아이를 내 앞에 세웠다.
할아버지 : 신발 벗고 올라가야지.
뒤뚱뒤뚱 신발을 벗는 아이가 위험해 보였다. 괜찮으니 신발을 신고 내 다리에 붙어서 넘어지지 않게 불꽃을 보자고 했다. 그 작은 아이가 내 왼쪽 다리에 붙는 모습을 누군가 날카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뒷사람 : 자기 애만 앤가. 우리 애도 앞으로 좀 갑시다!
뒷뒷사람 : 앞에 좀 다 앉으세요! 우리 애가 안 보여요!
뒷뒷뒷사람 : 앞에 카메라 좀 다 내리세요! 그만 밀어요!
아이가 버티고 있다는 힘이 다리에 전해졌다. 아이는 불꽃보단 뒤에 선 할아버지를 찾았다. 아이를 위해 뒷사람들의 무게를 온몸으로 막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이는 절정에 다른 불꽃의 터짐을 보더니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아이 : 할아버지…… 하늘이 저렇게 넓은데 왜 불꽃을 저기에만 쏴요?
마지막 불꽃까지 사라지자 한강과 노들섬은 검은 연기로 덮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도 나를 볼 수 없었다. 비겁했지만 지금에서야 비로소 어둠에 숨어 아이에게 답을 할 수 있다.
펑펑
우리 애가 안 보여요
애들은 봐야죠
앞에 좀 앉으세요 앉으세요
그래 맞다
우리는 앉으라고 배운 적이 없다
무릎이 까져라 무릎이 쓰려라
어차피 딱지 앉으면 낫는데
다 그렇게 사는데 앉아 있을 시간이 어딨냐며
그래서 불꽃도 머리 위로 쏘는 거라며
그래도 저 빛을 따라가기엔 이미 늦었다고
그래 우리는 한숨도 아래로 뱉었다
화약도 땅을 폭발하여 올라도 달 하나 밀어내지 못하는데
숨이라도 불어야 오르는 주택청약에 머리가 닿고 내 아이는 아파트에서 다음 불꽃을 보고 그게 전쟁 아닌 축제인 줄 알겠지 불꽃이 아름답겠지 하면서도
펑펑
그렇네 하늘이 저렇게 넓은데
다 볼 수 있게 쏘면 좋겠다고 아이에게
약한 꽃이기 두려워 부끄러운 불꽃이 되진 말아야지
이제 그만 화를 내리세요
시뻘겋게 타오르는 건 불꽃 하나로 충분하니까 오늘은 축제니까
앉으면 된단다
아니 앉아도 된단다
떨어지는 불꽃도 아름답단다
그리고 우리가 너무 못나서 내가 미안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