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귀에서 벌레를 꺼낸 다음 날, 여느 때와 다를 게 없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어제의 그 난리가 한 여름밤 꿈처럼 현실성 없게 느껴지는 것은 대미지가 컸던 탓일 텐데, 귓속이 불편하다 투덜거리는 것 외엔 별다른 외상이 없었던 아내였지만, 벌레에 대한 트라우마는 확실히 생긴 듯 보였다. 엘리베이터에서 사춘기 아이처럼 외모를 수시로 살폈고, 벌레가 있냐고 자주 물었으며, 외출할 땐 KCM처럼 이어폰으로 귓구멍을 막기까지 했다. 옆에서 모든 것을 지켜봤던 나는, 아내의 행동이 이 정도면 다행이다 싶었지만, 문제는 나도 풍뎅이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는 것인데, 녀석을 보는 족족 잡아야 안심이 되었고, 자주 몸을 살피는 강박 같은 게 생겼다.
오랜만에 아내와 밤 외출을 했다. 벌레 테러당하기 전 날, 돌비 시네마관에 미리 영화 예매를 해둔 상태였다. 넷플릭스에서 재밌게 봤던 영화 속편 개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게 된 건 운명과도 같았다.
영화 제목은 콰이어트플레이스2.
돌비관은 압도적이었다. 바닥이 흔들거릴 만큼, 폭발적인 사운드에 압박당하는 기분이었고, 빨려 버릴 것 같은 몰입감과 생동감 넘치는 와이드 영상이 극적 재미를 더 했다.
좋은 영화관에서 실감 나는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지만, 새삼 코로나의 무서움을 느꼈던 것은, 상업적으로 잘 만든 영화임에도 관객이 너무 적었다는 것이다. 사람이 없어서 폐관되지는 않을까? 바이러스에 빼앗긴 우리의 소소한 일상, 다시 이전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꼬리를 물었다.
이제 '코로나19는 재앙이다'라는 수식어와 함께 인류사에 기록될 거라 생각한다. 너무 많이 알아서 우물 속 개구리가 되어버린 인류는, 계곡 밑에서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시지프스처럼, 끝없이 반복되는 형벌과 마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일상을 되찾고, 삶의 질을 유지하며, 사람 사이의 거리를 회복하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값진 행복을 찾아가는 슬기로운 생활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