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가만히 있어볼까요?
그 언제쯤, 마무리를 찾아갈 즈음.
어느 사이 내 주변으로 다가온 고요의 땅.
함초롬, 아름드리 꽃이 피면
햇살이 비추는 결대로 시선을 바꿔야 한다.
어느 사이 내 주변에 스며든 무구의 땅
한바탕, 차지 않은 비가 내리면
울지도 않은 채 눈물을 닦아내야 한다.
계절의 앞에서 나는 무력감을 느낀다.
또다시 어느 사이, 천천히 불어온 청아함의 하늘
한아름, 무력감의 결말이 준비되면
휘날리는 낙엽으로 애써 시선을 가려야 한다.
어느 사이의 겹침과 같이 한 겹 그리고
세 겹의 눈이 쌓이면.
하얗게, 눈이 쌓여버리면
나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 위에 드러누워
냉기를 고스란히 느껴야만 한다.
나는 일어날 수 없다.
계절의 끝에서 오직 나는 여운만 느끼고 있다.
가진 것은, 스스로 의지로 한 것은.. 내게 없다.
다시, 무력감이 내게로 도망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