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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 Jul 11. 2024

DAY20. 이제부터 내 세상엔 절대란 없다.

6월 15일 토 : 리추얼 코칭, 여수 MBC촬영, 2번째 야시장 나들이





오전_리추얼상담


전에 우리에게 리추얼 관련 강의를 해주셨던 정은옥 코치님에게 상담을 받는 시간이 주어졌다. 이번 상담은 1시간가량의 전화통화로 진행되는 거였다. 먼저 스케줄을 잡아 코치님의 상담을 받아 본 언니들의 후기가 너무 좋아서 나도 덩달아 기대가 되었다. 언니들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또 어떤 걸 상담하고 싶은 건지 잘 몰라도 전화를 하다 보면 가닥이 잡히고 마지막엔 자신이 하고픈 말이나 하고 있던 고민들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민언니는 정은옥 코치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뚜렷하게 결정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뭔가를 얻을 수 있을까, 걱정 반 설렘 반의 마음으로 통화를 시작했다. 코치님은 이 통화에서의 대화는 '목적이 있는 대화'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번 통화에서 얻고 싶은 걸로, '두려움, 외로움, 불안함을 잘 다루는 방법'이라고 적었었다. 난 늘 내 감정이 어렵다. 그리고 통화가 끝나고 난 후 '그 방법은 고정적인 게 아니라 그때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며 이러한 감정들을 느낄 때 떠오르는 생각들이 내 글의 양분이 되기에 감정을 거부하기보단 받아들이되 매몰되지 말자'라는 결론이 나왔다. 새로운 걸 알게 되었다기 보단 어렴풋하게 느껴지던 생각들이 언어로서 확정된 거였다. 확실히 그렇게 생각이 정돈되니 명확히 보여서 좋았다. 통화를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건 다른 거였다. 바로, 내가 방어적인 사람이라는 점이다. 선생님께서는 내게 말하는 게 꺼려지냐고 물으실 때 깨달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나에 대해 알기 위해 묻는 질문에 되려 몸을 움츠리고 안으로 숨었던 거 같다. 하지만 통화가 진행될수록 긴장이 점차 완화되는 게 느껴졌다. 코치님의 가장 큰 힘이 바로 그거인 거 같다. 공감과 위로를 통해 상대의 긴장을 푸는 힘. 그리고 횡설수설하게 놓인 단어 사이 중요한 것들을 포착하는 힘. 코 끝이 찡해지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 오후에 있는 촬영을 위해 외모단장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같이 촬영을 하는 환희언니가 평소와 다르게 메이크업에 잔뜩 힘을 주고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민언니의 작품이었다. 민언니는 페스티벌 가는 다혜언니에게 날라리 화장을 해주고선 환희언니도 촬영용 화장을 해준 거였다. 그러면서 내게도 화장을 해줄까, 하고 물었다. 난 이미 화장을 다 한 거라고 답하면서 거절했다. 나도 나름 공들인 화장이었다.





오후_촬영


오천그린광장에서 억지웃음 짓는 나와 환희언니



나는 5만 원에 회유되었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촬영에 5만 원이라니. 탐이 안 날 수가 없었다. 촬영팀은 다혜언니의 블로그를 보고 연락을 해온 거였다. 다혜언니는 이 말을 전하며 꽤 뿌듯해했다. 역시 너무 귀여운 언니다. 여수 mbc라고 하던데, 드론도 가져오고 확실히 본격적이었다. 역시 공중파는 공중파인가 보다. 나는 카메라 앞에만 서면 모든 행동과 표정이 부자연스러워지는 데다가 사진이 잘 나오는 얼굴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촬영 제안에 수락한 건 정말 내 인생에서 예외적인 일이었다. 순천이라서 가능했던 거 같다. 나는 순천에 도전하러 온 거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절대 못하는 일은 없는 거 같다. 나는 '절대' 카메라 앞에 설 일이 없을 거라 단언했었다. 그리고 '절대' 탕수육에 소스를 부어먹지 않을 거며, '절대' 퉁퉁 불은 면요리를 좋아하는 일은 없을 거고, '절대'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지 못할 거라고도 단언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절대'들은 다 깨져버렸다. 난 카메라 앞에 섰고, 요즘은 부먹이 좋고, 불은 면도 곧잘 먹으며, 룸메친구와도 잘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내가 나를 잘 알아서 '절대'란 말을 쓴 게 아니라, 그 말로 내 한계를 정해온 것 같았다. 그래서 이제 내 세상에서 '절대'란 단어를 없애보려 한다. 나 자신과 내 인생을 설명할 때, '절대'라는 단어를 빼버리면 나는 얼마나 더 다양해질 수 있을까? 앞으로의 내가 너무 기대된다.   



환희언니와 나는 먼저 오천그린광장에서 한 번 찍고, 장소를 이동해 신대도서관에서 한 번 찍었다. 전남 최대 규모라는 명성에 걸맞게 신대 도서관은 정말 시설이 좋았다. 다만 대충 둘러봐도 도서관 본래 목적인 책의 양은 조금 부족해 보이는 게 아쉬웠다. 여행자콘셉트에 걸맞게 여러 컷을 더 찍고 나서야 두 시간에 걸친 촬영이 끝났다. 나와 언니는 도서관에서 더 있고 싶었으나 이미 거기 있는 사람들이 우릴 연예인 보듯 보고 있던 터라 내일을 기약하며 촬영팀의 차를 얻어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운이 좋게도 돌아올 때가 돼서야 소나기가 부슬부슬 내렸다. 나는 아무래도 날씨 요정인 거 같다. 예전엔 비요정이었었는데. 아무래도, 세상이 이젠 나를 도와주고 싶나 보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그래서 난 내 맘대로 생각해보려 한다. 





밤_2번째 야시장


김치전, 짜장, 육전



아침부터 이것저것 한 거 같아도 우리의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후엔 야시장을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진오빠가 그때 야시장 못 간 게 아쉽기도 하고, 또 가보고 싶기도 하고, 겸사겸사 간 야시장은 오늘따라 휑하니 분위기가 별로였다. 6시 30분 조금 넘게 도착해서 7시에 음식을 시키고, 진오빠가 올 때까지 시간을 때웠다. 환갑이라 풍선모자를 쓰는 아저씨 일행이 있었지만 흥이 나지 않았다. 텐션이 거의 지하를 뚫고 갈 정도였다. 사 먹은 김치전과 짜장은 각각 6000원과 4000원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다. 나는 식혜를 사 먹으려다 시원하지 않다는 손님의 말에 마음을 고쳐 먹었다. 짜장이 4000원인데 식혜도 4000원이라니. 뭔가 식혜를 사 먹으면 손해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고른 막걸리는 아무래도 상한 막걸리인 거 같았다. 처음 뚜껑을 딸 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맛도 이상했다. 그렇게 민언니, 환희언니, 나, 그리고 룸메는 진오빠가 올 때까지 시간을 버티고 있었다. 



진오빠는 자전거를 타고 광양을 갔다가 숙소에서 전투샤워까지 마치고 야시장에 왔다. 오자마자 김치전과 육전, 치즈계란말이를 사서 같이 먹었다. 그리고 내가 고른 막걸리를 진오빠에게 선물로 줬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람이 언니 뒤에서 인사를 했다. 자세히 보니 광양에서부터 30km를 넘게 뛰어온 철오빠였다. 앉아서 먹으라고 권유했으나 철오빠는 그냥 지나가다 들린 거라 말했다. 땡볕 더위에 뛰어 열사병 증상이 있어서 지금 음식을 먹을 수 없다고도 말했다. 열사병 증상이 있으면 여긴 왜 온 걸까? 어차피 숙소 가면 다 만날 사람들인데. 혹시 저러다 죽는 건 아닐까란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철오빠는 그렇게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었다. 안심이다. 그렇게 철오빠는 모두의 걱정을 안고서 숙소로 다시 뛰어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다들 철오빠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생각해 보니 진오빠도 광양까지 자전거 타고 갔다 온 사람이었다. 진철오빠들은 다른 사람이 보면 굳이 왜 저러나 싶은 일들을 하고 왔다. 그런데 그 목표를 달성하고 온 진철오빠들의 얼굴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진오빠는 정말 뿌듯하다고,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계속 반복해서 말했다. 그게 느껴졌다. 뿌듯함, 성취감, 만족감이 옆에 있던 내게도 전달되었다. 그래서 나도 뭔가 하고 싶어졌다. 말도 안 되는 기준을 정하고 이루고 싶어졌다. 왠지 그러고 싶어졌다. 진오빠는 그 텐션으로 술을 마셨다. 



우리의 술판은 1차로 끝나는 법이 없다. 9시 조금 넘게 까지 야시장에 있다가 다시 파랑새창고로 가서 2차 술판을 벌였다. 2차엔 기력을 조금 회복한 철오빠도 참석했다. 진오빠는 철오빠를 위해서 볼케이노 치킨을 시켰는데 나와 언니들도 몇 조각씩 맛보았다. 그 맛이 어릴 적 부모님이 하셨던 숯불치킨 맛과 비슷해서 놀랐다. 그 이후의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분명, 뭔가 일이 더 있었던 거 같은데 말이다. 아마 또 놀림을 당했던 거 같다. 아, 민 언니가 넷플릭스로 짧은 sf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여줬고, 노래 한 곡을 불러줬다. 그리고 뭔가 더 있었던 거 같은데 역시나 기억이 안 난다. 더 중요한 일은 이렇게 2차까지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고 나서 생겼다. 이날은 3인실을 쓰는 두 언니가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서 침대 두 개가 빈 날이었다. 나랑 룸메친구, 환희언니는 나란히 한 침대씩 차지하고 누워선 민언니가 해주는 피부관리를 받았다. 비싼 마사지 기계를 사용해서 3차까지 해줬다고 들었다. 나는 2차 마사지를 진행할 때 잠들어버려서 3차는 기억에 없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떠보니 우리 세 사람 다 곤히 자고 있었다. 룸메친구가 우리 세 사람 다 민 언니 손길에 잠들었고, 그렇게 민언니는 흡족해하며 3인실을 나갔다고 말해줬다. 민언니의 체력도 정말 대단하다. 여긴 다들 대단한 사람들만 있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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