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부원 이예진
2021년의 채용 트렌드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국내 잡매칭 플랫폼 잡플렉스가 2020년 취업준비생 1,333명을 대상으로 던진 이 질문에 45.8%가 ‘AI 채용’이라고 입을 모았다. 언택트(비대면) 채용, 수시 채용, 직무 중심 채용 등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한 ‘AI 채용’. 인공지능을 활용한 채용 방식을 말하는 이 단어는 이제는 취업 시장에서 너무나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키워드가 되었다. 특히 직무 중심의 블라인드 수시 채용 트렌드가 확대되고 2020년 코로나 19의 유행과 함께 비대면 채용의 도입이 불가피해지면서 AI 채용의 활용은 더욱 증가하였고,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 기관에도 점차 도입되고 있다. AI 채용은 기존 채용 방식보다 효율적이고, 객관적이고, 공정할 것이라는 기대 아래 많은 인사관리 담당자들의 핵심 채용 도구가 되어가고 있으며, 그에 따라 다수의 취업준비생은 이를 대비해 치밀한 취업 전략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AI가 사람을 뽑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한편 AI 채용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AI 채용 면접을 보던 도중 지원자의 네트워크 접속이 끊어져 불합격한 사례, 동시간대에 너무 많은 지원자가 AI 면접에 응시하면서 서버가 마비되어 면접이 일시 중지된 사례, AI 채용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인해 일부 취업 준비 관련 업체들이 상술을 쓰거나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루머가 퍼지는 사례 등 인사담당자들과 지원자들 모두를 불안하게 만들 만한 사건들이 종종 보도된다. 그러한 불안함을 반영하듯이 아직 국내의 많은 기업은 AI 채용으로 기존 채용 방식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으로 선발을 하되 AI 분석 내용을 참고로 하는 등의 소극적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을 활용한 채용 방식은 국내에서는 아직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도입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으며, 채용 방식에 관한 충분한 정보 공유나 문제 상황 대처 매뉴얼이 부족한 상태이다. 더불어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채용에 대한 제도적 차원의 공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일부 나오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보기는 어렵다.
‘AI 채용’의 대략적인 정의는 널리 알려져 있으나 그 범위, 활용 사례, 실효성, 신뢰성 등에 대한 정보가 다른 채용 방식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사람을 선발한다고는 하나, 이것이 정확히 어떤 시스템이며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어떤 효용과 한계를 가졌는지 자세한 자료 조사와 분석 없이는 접근하기 쉽지 않다. 새롭게 등장한 채용 방식의 본질에 관한 분석보다 AI 면접에 당장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불명확한 정보가 더 활발하게 공유되다 보니 채용 과정 전후에서의 문제는 계속해서 일어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인사담당자와 지원자 모두에게 AI 채용에 대한 신뢰도를 더욱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본 글은,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취업 전략 제시가 목적이 아니라, 인적 자원관리의 측면에서 AI 채용의 정의, 도입 배경, 활용되고 있는 현황, 성과와 한계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AI 채용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주요한 방법의 하나인 ‘공적 관리’의 구체적인 내용과 사례를 알아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한지도 고민해 보려 한다.
AI 채용에 대해 자세히 논하기에 앞서, 이 단어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부터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에게 익숙한 ‘채용’이라는 단어를 인적자원관리(Human Resource Management, 이후 HRM)의 측면에서는 ‘모집’과 ‘선발’의 과정으로 나눌 수 있다. 모집(Recruitment)은 선발 과정을 위해 인력 풀을 형성하는 것으로, 쉽게 말하면 사람을 ‘모으는’ 것이다. 선발(Selection)은 모집 과정을 통해 형성된 인력 풀에서 사람을 ‘뽑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모집과 선발의 과정에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을 활용하는 모든 활동을 ‘AI 채용’이라고 칭할 수 있다.
아마도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AI 채용의 사례는 AI 채용면접일 것이다. 모니터 앞에 앉아 AI가 던지는 질문에 대답하는 지원자의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카메라에 비친 지원자의 표정, 시선, 목소리, 어휘, 심지어는 맥박 등의 생체 데이터까지 AI가 분석하여 지원자의 역량과 직무 적합도를 판단한다. 면접관과 대면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비교적 벗어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면접 외에도 AI 채용은 굉장히 넓은 범위에 적용될 수 있다. 자기소개서 AI 스크리닝은 채용 면접 못지않게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례로, 표절 검사와 더불어 지원자가 자주 사용하는 어휘, 문장 구성 등을 분석하여 성향을 파악하고, 조직 내 역량 우수자들의 데이터를 지원자의 자기소개서와 비교하여 직무 적합성을 판단하기도 한다. 또한, 지원자들의 SNS 등 개인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하는 백그라운드 체크는 2020년 미국 기업의 92%가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1]
위와 같은 선발 과정뿐만 아니라, 모집에서도 다양한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다. 구인·구직 플랫폼에서 기업이 원하는 직무와 구직자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알맞은 구직자를 매치해 주거나, 그러한 과정으로 타겟팅된 일부 구직자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구인 홍보물을 전송하는 등 더 영리하고 효율적인 모집을 위해 인공지능이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그에 더하여, 이러한 모든 모집과 선발 절차가 끝난 이후에 선발된 직원을 적합한 직무에 배치하고 온보딩(On-boarding) 하는 데에 AI가 사용되기도 한다.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신입사원이 새로운 직장에 적응할 때 생길 만한 질문이나 가이드를 바로바로 처리해 주는 AI 온보딩은 최근 미국에서 크게 주목을 받으며 그 활용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AI 채용은 어떤 시기에, 어떤 배경에서 도입이 되었던 걸까? 앞서 말했듯이 AI 채용의 범위가 너무 넓고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시기부터 특정한 인공지능 선발 도구가 처음 사용되었다고 콕 집어 말하긴 어려우나, 일반적으로 1990년대 미국에 도입된 지원자 추적 시스템(Application Tracking System)이라는 스크리닝 시스템을 가장 먼저 자리 잡은 AI 채용 시스템으로 꼽는다.[2] 그 이후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과 함께 그 활용 범위가 점점 넓어지기 시작했으며, 제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로 그 도입이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제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에 기반하여 ICT 기술의 융합으로 이루어지는 지능화 혁명’으로 정의되며 그 핵심 기술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포함되어 AI 혁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AI 혁명을 경영 분야에 적용하여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을 디지털 방식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Business 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 칭한다. 애플, 아마존, 구글 등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모두 이 Digital Transformation을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발전된 기술을 이용하여 소비자의 효용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며 기존의 시장 구조를 바꾸는 혁신을 이루어 낸 것이다. 이들은 마케팅, 금융, 물류 등 다양한 경영 분야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AI 시대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부상하였다.
급격한 사회 경제적 변화 속에서 인적 자원관리 분야도 이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기 시작하였다. 기술과 자본이 주로 강조되었던 과거에 비해 산업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지고 구조가 유연해지면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위해서는 고급 인적 자원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았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HRM의 중요성에 대한 경영자들의 관심이 올라가고, 기업들의 인재상과 조직 문화가 변화함과 동시에 HRM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유연성과 창의성이 강조되고, 수직적인 조직 문화에서 수평적인 조직 문화로 변화하고, 공채에서 직무 중심 수시 채용으로 변화하였다. 이때 경영자의 직관이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적 자원 관리가 도입되면서 자연스레 인공지능 등의 ICT 기술이 개입하게 되었다. AI 채용은 HRM의 여러 가지 역할 중에서도 기업의 직원을 모집하고 선발하는 과정에 도입됨으로써 ‘인적 자원 조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선발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한 시장 조사 업체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AI 채용 시장 규모는 약 5.8억 달러(한화 6,455억 원)로 추정되며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76%의 CAGR(Compound Annual Growth Rate, 연평균 성장률)로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3] [4] 또한 지역별로 시장을 나눠보았을 때 가장 비중이 큰 지역은 북아메리카로 43.7%라는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였고, 유럽과 APAC(Asia-Pacific, 아시아태평양)이 그 뒤를 이었다. 북아메리카의 이러한 점유율은 미국의 많은 인구와 Tech 기업을 중심으로 발달한 AI 기술에 기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을 채용에 가장 먼저 도입했던 것도 미국이었던 만큼 효과적인 AI 채용 도구를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게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였고, 이 방식을 선도적으로 활용하였던 구글, IBM, 소프트뱅크 등 거대 기업에서 AI 채용에 따른 긍정적인 성과를 보기 시작하면서 다른 기업들도 더욱 적극적으로 채용 방식을 변화 시켜 나간 것이 북미의 거대한 AI 채용 시장 규모를 가능케 했던 요인으로 보인다.
유럽의 경우 구인자와 구직자를 연결해 주는 ‘직업소개소(Recruitment Firm/Agency)’를 통한 채용이 보편적인 채용 방식으로 자리 잡은 경우가 많은데, 영국의 경우 약 40,000개(2020년 기준)의 직업소개소가 있을 정도로 쉽게 접할 수 있는 구직 루트이다. 유럽의 AI 채용은 이러한 직업소개소들을 중심으로 확산하기 시작하였다고 알려져 있다.[5]
지역별로 살펴보았을 때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APAC이다. 한국, 중국, 일본의 과학 기술 발전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개발의 성공을 이끌었고, 노동 인구가 많은 인도 등의 개발도상국에서도 채용 과정의 효율성을 이유로 AI 채용을 점차 도입하는 트렌드다.
국내 AI 채용의 경우 대부분의 AI 채용 솔루션을 마이다스아이티라는 기업에서 독점적으로 제공을 하고 있는데, 이 회사에 따르면 2020년 11월 기준 국내에서는 430개 기업이 AI 역량 검사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6]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국내에서는 AI 채용의 정확한 시장 규모가 거의 조사되어 있지 않고 일부 특정 대기업들이 채용을 도입하기 시작했다는 정보만 공유되고 있는 현실이다. 다만 마이다스아이티의 AI 채용 솔루션을 활용하는 기업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고, 대기업뿐만 아니라 금융권, 중소기업, 심지어 그동안 채용 방식 변경에 보수적이었던 공기업에서도 AI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국내에서도 AI 채용의 규모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주의해야 할 것은, 위에서 제시되는 수치와 비율들은 ‘AI 채용 솔루션 프로그램의 매출’, 즉 솔루션 시장의 매출로 제한된 자료이며 앞서 언급하였듯이 AI 채용의 범위는 굉장히 넓고 다양하기 때문에 실제로 AI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는 현실 사례는 더욱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기존의 채용 방식에서 AI 채용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채용 프로세스를 재설정하고 평가자들을 교육하며 AI 솔루션을 구입하는 등의 많은 HR 관련 비용 지출이 필요하다. 이러한 비용 발생에도 불구하고 점점 많은 기업이 AI 채용을 도입하는 것은 단순히 ‘트렌드’에 의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많은 HR 전문가들은 AI 채용의 장점을 효율성, 객관성, 공정성으로 꼽는다. AI 채용이 HR의 효율성 측면에서 어떤 Benefit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인공지능 채용을 도입한 몇 가지 사례를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유니레버(Unilever)는 AI 채용 도입 초창기에 인·적성 검사 Pymetrics와 영상 면접 HireVue라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활용하였고, 최종 면접만 대면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이러한 선발 과정에서 서류 평가, 직무 수행 능력, 동영상 속 표정과 사용 언어 분석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과제 대처 방안까지 모두 인공지능이 판단하였다. 68개국에서 진행되어 총 25만 명의 지원자가 참여한 이 채용 방식은 최종 200명의 신규 입사자를 채용하였으며, 이후 이 채용 과정에 소모된 시간을 측정해 보니 평균 시간이 넉 달에서 4주로 단축되었다.[7]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쌍용자동차에서는 단 2명의 HR팀 직원이 연간 1만 명 정도의 지원자들의 채용을 담당한다.[8] 이러한 고효율성은 AI 스크리닝을 통해 단시간에 서류 심사를 끝내고 기업 측에서 원하는 조건의 지원자들을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실현되었다. 이처럼 채용 과정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준다는 것은 AI 채용의 대표적인 장점이다. 특히 지원자가 많은 대기업일수록 이러한 효율화에 따른 비용 감축의 효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AI 채용은 효율성 이외에도 사람이 진행하는 평가 방식에서 꾸준히 문제 제기되어 왔던 ‘주관성’을 배제할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도 가지고 있다. 채용 비리는 물론이거니와, 의도적이지 않더라도 선발 과정에서 평가자가 쉽게 범할 수 있는 오류, 대표적으로 유사성 매력 효과[9], 비교/대조 효과[10], 초기효과[11] 등을 방지할 수 있다. 사람의 감정이나 심리적인 편견이 개입되지 않고 오로지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의해 평가가 내려지기 때문에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할 가능성이 커진다. 마이다스아이티에 따르면 인공지능 채용 솔루션을 사용하여 지원자를 판단하였을 때 상위 15%의 우수 인재를 판단하는 정확도가 82%라고 하는데, 기존 면접의 동일 지표가 10%라는 것을 고려하였을 때 이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치다.
앞서 제시한 AI 채용의 장점은 모두 기존의 채용 방식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AI 채용이 선발 도구 자체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즉 ‘우수한 사람을 뽑는다’라는 채용의 최종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검증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선발 도구의 효과성을 평가할 때는 ‘신뢰도(Reliability)’와 ‘타당도(Validity)’라는 지표를 사용한다. 이 두 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AI 채용이 선발 도구로서 효과적인지에 관해 설명하고자 한다.
어떤 선발 도구의 신뢰도를 측정할 때는 검사/재검사 신뢰도(Test/Retest)와 검사자 간 신뢰도(Inter-Raters)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검사/재검사 신뢰도는 동일한 사람을 다시 검사했을 때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지를 확인하는 지표이고, 검사자간 신뢰도는 서로 다른 평가자가 한 사람에 대한 평가가 판이해지진 않는지를 확인하는 지표이다. 즉, 특정 선발 도구가 같은 사람에 대해 일관적으로 평가할수록 신뢰도가 올라가게 된다. 그러한 측면에서 AI 채용의 신뢰도는 이미 여러 차례 검증되었다. 물론 사용되는 소프트웨어에 따라 그 신뢰도가 달라지겠지만, AI는 끊임없는 데이터 수집과 반복 학습을 통해 신뢰도를 향상하기에 용이하다. 실제로 어떤 AI 채용 소프트웨어는 2,000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92%의 높은 검사/재검사 신뢰도를 달성하기도 하였다.[12] [13]
타당도는 채용을 통해 선발된 사람들이 실제로 우수한 성과를 내는지에 대한 지표를 말한다. 즉, 특정 채용 도구가 우수 성과자들을 얼마나 잘 예측할 수 있는지가 타당도의 주요 기준이 된다. AI 채용의 타당도와 관련된 부분은 여전히 많은 논란 속에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AI 채용이 실무에 도입된 지 몇 해 지나지 않아 타당도를 검증할 만큼의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지 않았기도 하였고, AI 채용을 활용하긴 하나 당락을 결정하기보단 참고 자료로만 사용하는 등 소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도 많아 온전히 AI 채용만의 타당도를 분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선발 도구를 일찍이 적용한 해외 기업들에서의 사례를 살펴보면 직원 하나당 매출이 4% 증가하고 퇴사율이 35% 감소했다는 괄목할 만한 수치들을 찾아볼 수 있다.[14] 이렇게 높은 타당도를 가질 수 있게 된 데에는 인공지능 선발 도구의 이용 과정에서 주관 개입이 크게 줄어들고 해당 직무에 맞게 잘 설계된 평가 기준을 지원자들에게 일관적으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AI 채용은 아직 도입 시기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신뢰도와 타당도 측면에서 모두 높은 효과성을 보인다.
위와 같이 AI 채용은 효과적인 선발 도구로써 사용되기에 충분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AI 채용 도입을 꺼리는 기업들이 존재한다. 또한, AI 채용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참고 자료로만 이용하는 등 소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들도 상당하다. 전례 없이 효율적이고 공정한 채용 시스템이 개발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제한적으로 도입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8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설문조사를 참고하면 전국의 시민 1,000명 중 54.6%가 AI 채용이 당락을 좌우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으며, 14.3%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항목에 응답하였다.[15] 또한 2019년 인크루트가 구직자 1,4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을 때 약 40% 정도가 AI 도입을 반대하였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기술력의 한계(33%)’가 차지하였고 ‘평가 기준 획일화 우려(26%)’, ‘AI에게 평가받는 데 거부감(20%)’이 그 뒤를 이었다.[16] 이와 같이 구직자들은 아직 AI 채용 절차에 대하여 충분한 납득을 하지 못하였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AI 채용 도입에 명백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구직자들의 거부감이 실제 입사 지원율의 저하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17] 선발 도구로서는 높은 효과성을 가지고 있으나 이 도구의 도입이 모집 효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채용 담당자들이 섣불리 AI 채용을 시작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선발 인원 자체가 적은 300명 미만 중소기업들이 AI 채용 시스템을 도입할 동기가 유독 낮은 것도 그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18]
AI 채용에 대한 불신은 기본적으로는 ‘부족한 데이터’에서 비롯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선발 도구의 타당도를 제대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데이터와 연구가 필요하나 아직 AI 채용은 그만큼의 데이터가 축적되지는 못한 상황이다. 일찍이 AI 채용을 도입한 대기업들은 위와 같은 이유로 채용 도구와 관련되어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불신의 두 번째 이유는 인간의 편견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편견 없이 공정하게 선발한다는 AI 채용의 주요한 장점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어버리는 이러한 단점은 인공지능이 데이터 학습 과정에서 기존의 면접관들이 가지고 있는 편향성을 그대로 학습해 버린다는 데서 비롯된다. 잘못 학습된 AI가 가져온 부작용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아마존(Amazon Inc.)의 AI 채용 사례다. 2018년 AI 채용 시스템을 개발하던 아마존은 프로그램이 여성 차별적인 채용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알고리즘을 폐기했다.[19] 이는 IT 기업에 남성 지원자가 많다는 과거 데이터를 그대로 학습한 데서 생겨난 오류로, AI 채용이 기존의 인간들이 가지고 있었던 편향성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과연 그 공정성이 인간보다 높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상기시켰다. 이 사건 이후의 AI 채용 도구 개발자들은 이러한 편향성을 최대한 제거하기 위해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세 번째로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항이다. 지원자의 이름, 얼굴뿐 아니라 맥박, 뇌파, 체온 등 생체 데이터를 활용하는 만큼 지원자들의 민감한 개인정보들이 적합한 절차를 거쳐 수집되고 적절하게 폐기되는지에 대한 논란이 이어져 오고 있다. 또한 개인의 소셜 미디어를 스크리닝하는 채용 방식도 확대되다 보니 이것이 지원자의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도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지원자의 동의를 얻는다면 문제 될 것 없다는 입장도 있으나, 일각에서는 지원자가 이에 동의하지 않을 시 채용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 때문에 결국에는 반강제적으로 동의를 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프라이버시 문제는 앞으로 AI 채용 제도가 확산 도입되고 방대한 데이터가 수집되면서 더욱 심각하고 민감하게 다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채용 도구의 한계는 단기간에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고 기술이 발전하며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됨에 따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채용 시장의 트렌드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아직 많은 문제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AI 채용을 도입하는 인사담당자들과 AI 채용에 도전하는 구직자들이 많다. 이때 AI 채용 도구에 대한 불신과 불만, 그리고 그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AI 채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공유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아직 AI 채용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이 많지 않고 도입된 시간이 짧다 보니 베일에 가려진 정보들이 많으며, 그에 더해 지원자들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하려는 거짓 정보들이 취업 시장에서 확산하면서 더더욱 불안이 가중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가 ‘공적 검증’이라는 수단을 통해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적 검증’은 정부가 법적 제도를 통하여 AI 채용 소프트웨어가 준수해야 하는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모니터링하는 것을 말한다. 특정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AI 채용 프로그램이 편파적이지는 않은지, 어떤 기준과 원리로 지원자들을 판단하고 선발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지원자들이 일일이 체크하고 문의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공적 검증’은 이를 정부가 대신해 줌으로써 AI 채용 절차에 대한 전반적인 국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평가자도 피평가자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채용 시스템을 위한 투명성을 보장해 주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공적 검증’이 도입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AI 편향성 검증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EU(유럽 연합)에서는 AI 알고리즘에 대한 적합성 평가 규정을 만드는 등 정부 차원에서 AI 채용의 공신력을 높일 방안을 마련하였다.[20] 반면 국내에서는 이와 같은 공적 감시 제도가 존재하지 않고, 이와 관련되어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AI 채용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관련 제도 정립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AI 채용에 대해 자료 조사를 하다 보면 대부분 최근 1, 2년 사이에 생성된 자료인 것을 미루어보아 이 채용 방식이 주목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앞으로 몇 년간 더욱더 많은 양질의 자료가 쌓이고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AI 채용의 한계점을 보완할 방안들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AI가 가지고 있는 편향성이나 프라이버시에 관한 문제점은 현재 AI 채용의 도입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연구와 토론을 통해 가장 우선 해결할 필요가 있다.
비록 AI 채용이 여전히 많은 불신에 휩싸여 있고 아직 보완해 나갈 점이 많지만, 그 효율성과 효과성이 기존의 전통적인 선발 도구들보다 획기적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더불어 기술의 발전에 따라 그 한계의 많은 부분이 극복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이 기대된다. 다만, 그만큼 AI 채용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와 검증이 더 활발하게 이루어져야만 안정적인 채용 도구로써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채용’이라는 사회적, 경영적으로 민감한 이슈와 관련된 항목이므로 AI 채용의 공정성과 공신력을 키우기 위한 끊임 없는 연구와 실험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의 AI 채용은 아직 공신력이 아주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AI 채용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검증해 줄 만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또한, 경영자와 지원자 모두 AI 채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이해를 바탕으로 채용 절차에 임해야만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수년 안에 국내에서도 AI 채용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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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명숙, 「인공지능 기반 인터뷰 시스템 사용 의도의 선행 요인 규명: 공존감과 신뢰감, 지각된 유용성, 지각된 사용된 용이성을 중심으로」,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2021.
구소희, 조영일, 박수진, 「인적자원관리 연구에서 빅데이터의 활용」, 인문사회21, 11(5), 2020, pp. 1615-1629
이환우, 이새롬, 정경철, 「채용 전형에서 인공지능 기술 도입이 입사 지원의도에 미치는 영향」, 정보시스템연구, 28(20), 2019, pp. 25-52.
임고은, 「AI 채용 확대 – 현실 쟁점은?: AI는 사람보다 공정할까」, 노동법률, 334, 2019, pp. 84-86.
전치홍, 「AI 역량검사를 통한 고성과자 예측」, 한국심리학회 학술대회 자료집, 2020, p. 76.
조지용, 「최근 국내기업 채용제도 동향과 특징」, 월간인사관리, 362, 2019, pp. 42-45.
Tuvshinbat, O., 「Differences in awareness of AI-powered job Interviews: Focused on candidate experience」, The Graduate School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2021.
신문기사
강윤경, “[마이더스] 채용 시장에 나타난 AI”, 연합뉴스, 2018-05-06.
유수환, “"표정 · 말투 분석" 면접 학원 성행…공적 관리 시급”, SBS8뉴스, 2021-02-24.
전재연, “AI 채용, 현재와 미래”, 투이컨설팅, 2020-01-13.
Elizabeth T., “Without This Metric, Your AI Recruitment is Useless”, retorio, 2020-02-24.
웹페이지
크라우드웍스, “채용시장에 부는 인공지능(AI) 훈풍 – 코로나 일상이 가져올 인공지능 채용 시장, 앞으로를 전망하다”, Crowdworks, 2020-08-31.
Absolute Markets Insights, “Global AI Recruitment Market is Expected to Grow at a CAGR of 7.6% by 2027 Owing to Increasing use of Predictive Analytics Integrated With AI to Establish Noteworthy Hire: Says Absolute Market Insights”, PR Newswire CISION, 2020-02-11.
CVViZ, “AI For Recruiting - A Complete Guide”, CVViZ.
Heraldkeepers, “AI Recruitment Market To See Breakthroughs In Recruitment Process By 2025 | AI Recruitment Market Size, Share, Trends, Opportunities and Analysis of COVID-19”, MarketWatch, 2021-02-18.
Ideal, “AI For Recruiting: A Definitive Guide For HR Professionals”, ideal.
IndustryARC, “Artificial Intelligence in Recruitment Market – Forecast(2021 – 2026)”.
Neelie, “11 Innovative Uses Of AI In Recruitment In 2020”, harver, 2020-01-03.
그림 및 도표
[그림1] 취준생들이 꼽은 2021년 채용 트렌드 설문조사(잡플렉스)
[1] Neelie, “11 Innovative Uses Of AI In Recruitment In 2020”, harver, 2020-01-03.
[2] CVViZ, “AI For Recruiting - A Complete Guide”, CVViZ.
[3] IndustryARC, “Artificial Intelligence in Recruitment Market – Forecast(2021 – 2026)”.
[4] 2020년에 이뤄진 다른 시장조사에 의하면 2020-2027년 CAGR가 7.6%로 추정된다. (Absolute Markets Insights, “Global AI Recruitment Market is Expected to Grow at a CAGR of 7.6% by 2027 Owing to Increasing use of Predictive Analytics Integrated With AI to Establish Noteworthy Hire: Says Absolute Market Insights”, PR Newswire CISION, 2020-02-11.)
[5] Heraldkeepers, “AI Recruitment Market To See Breakthroughs In Recruitment Process By 2025 | AI Recruitment Market Size, Share, Trends, Opportunities and Analysis of COVID-19”, MarketWatch, 2021-02-18.
[6]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850개 기업이 마이다스아이티의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전재연, “AI 채용, 현재와 미래”, 투이컨설팅, 2020-01-13.)
[7] 크라우드웍스, “채용시장에 부는 인공지능(AI) 훈풍 – 코로나 일상이 가져올 인공지능 채용 시장, 앞으로를 전망하다”, Crowdworks, 2020-08-31.
[8] 임고은, 「AI 채용 확대 – 현실 쟁점은?: AI는 사람보다 공정할까」, 노동법률, 334, 2019, pp. 84-86.
[9] 본인과 공통점을 가진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효과
[10] 다른 지원자의 역량 수준에 의해 지원자의 역량이 실제 역량보다 더 과장되거나 축소되어 보이는 효과
[11] 초기 정보에 치우쳐서 전체 역량을 평가하게 되는 효과
[12] Elizabeth T., “Without This Metric, Your AI Recruitment is Useless”, retorio, 2020-02-24.
[13] 검사자간 신뢰도는 AI 채용 도구에는 적용되지 않아 관련 내용을 생략하였다.
[14] Ideal, “AI For Recruiting: A Definitive Guide For HR Professionals”, ideal.
[15] 임고은, 「AI 채용 확대 – 현실 쟁점은?: AI는 사람보다 공정할까」, 노동법률, 334, 2019, pp. 84-86.
[16] 전재연, “AI 채용, 현재와 미래”, 투이컨설팅, 2020-01-13.
[17] 관련 연구에 따르면 지원자들은 AI 선발도구에 호의적이지 않으며 특히 면접 전형에 AI가 도입되는 경우 지원의도가 확실하게 줄어든다는 것이 검증되었다. 이는 지원자가 기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고자 하는 심리 상태에서 비롯된다.(이환우, 이새롬, 정경철, 「채용 전형에서 인공지능 기술 도입이 입사 지원의도에 미치는 영향」, 정보시스템연구, 28(20), 2019, pp. 25-52.)
[18]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300명 미만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2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2.9%가 ‘아직 AI 채용 시스템 도입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임고은, 「AI 채용 확대 – 현실 쟁점은?: AI는 사람보다 공정할까」, 노동법률, 334, 2019, pp. 84-86.)
[19] 전재연, “AI 채용, 현재와 미래”, 투이컨설팅, 2020-01-13.
[20] 유수환, “"표정 · 말투 분석" 면접 학원 성행…공적 관리 시급”, SBS8뉴스, 2021-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