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나뭇가지
파릇파릇 새내기 시절, 마냥 함께 어울려 놀기를 좋아했던 우리들. 그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원 없이 놀 수 있던 송도. 누군가는 유배라고 하지만 우리에게는 또 다른 인연의 시작이었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모여서 놀던 시절을 뒤로하였지만, 새로운 캠퍼스는 우리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수업과 수업 사이 공강 시간에 집으로 가기 애매한 사람들끼리 모여 삼삼오오 이야기꽃을 피우게 만들고, 무엇을 하고 놀면 좋을지 어느 때보다 고르기 힘든 보기를 제공하였으며, 바람에 휘날리는 꽃잎들은 우리에게 설렘을 선사해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실없는 이야기는 옅어지고 무거운 현실의 이야기가 그 위를 점점 덧칠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직은 머나먼 이야기라고, 무거운 분위기보다는 웃음소리와 함께하는 가벼운 분위기가 어울리는 우리였다.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흘러, 하나의 줄기인 줄만 알았던 우리들은 어느새 여러 갈래로 뻗어가는 가지가 되어 하나둘 각자의 길을 나아가기 시작하면서, 그렇게 보기 쉬웠던 뒷모습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역시 모두가 같은 길을 걷는 건 아니구나. 나도 나만의 길을 찾아야지. 이렇게 다짐하고 무언가 열심히 하다 보니 나도 나만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런 와중에 잠시 쉬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하늘을 향하여 힘껏 뻗어 나아가고 있구나.
한편으로는 그래도 마냥 놀기만 한 건 아니구나. 그저 노는 모습만 보인다고 놀기만 하는 건 아니고 그렇다고 나만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구나. 잘 놀면서 자신만의 길도 잘 개척하고 있구나. 내 일도 아닌데 자랑스럽고 뿌듯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 같이 졸업사진을 찍던 날, 이렇게 모여 얼굴 볼 수 있는 날이 이제 없을지도 모른다고,누가 결혼하기 전까지 이렇게 모일 날이 없다고, 없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송도에서는 그렇게도 많이 찍었던, 우리의 수많은 얼굴이 담긴 사진을 남긴다.
하나둘 학교를 떠나가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머릿속 한편에 깊게 자리 잡은 낭만적인 그때 그 시절.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흘려보내는 시간이 앞으로 꿈꾸게 될 낭만의 시절이 되지는 않을까.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이 언젠가는 그리워하는 그 시절이 되지는 않을까.
누군가는 또 다른 낭만을 쌓아가는 발판을 만들기 위하여 이 시간을 견디고 견디는 게 아닐까.
무엇이 되었든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게 해준 그 시절 그들에게 나 또한 좋은 추억을 선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