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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90호 시작 20화

[오아시스] 시작이 품고 있는 힘에 대하여

영원

by 상경논총

여러분은 살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시작’해보셨나요? 한 번 떠올려보세요. 꼭 끝을 맺은 것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시작의 설렘을 느껴본 것들이라면 어떤 것이든 좋아요. 오래 살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저도 살면서 여러 가지를 시작해본 것 같아요. 가까운 이야기로는 연세대 학생으로서의 생활도 올해 시작했고, 상경논총 부원으로서 한 학기에 한 편씩 경제 관련 글을 쓰기도 시작했네요.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올해 처음으로 법 공부도 시작했어요. 술 마시는 것도 시작했고요. 새로운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나는 것도 시작했습니다. 새내기의 특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애도 시작했고, 이별도 시작했고, 짝사랑도 시작했습니다. 마음 한 구석이 아리지만 어쨌든 이 아이들도 다 시작이니 한번 끄적여봅니다.


올해 여러 가지 것들을 시작해보면서, 고등학생의 저로서는 할 수 없었거나, 혹은 ‘상상’할 수 없었거나, 할 시간이 없었던 것들을 정말 많이 해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 생각도 들었어요. 시작하는 것에는 그 나름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뭘 그렇게 고민해, 일단 부딪혀 봐!’ 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을 거예요. 저 역시 들어봤고, 제가 직접 해본 말이기도 합니다. 틀린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 말도 나름의 일리가 있는 말이라 생각 듭니다. 인생은 시험 문제가 아니라서, 열심히 고민해도 매우 높은 확률로 답이 나오지 않을 때가 많거든요. 부분 점수도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참 맞는 말입니다.


저는 이 말이, 시작하는 것에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과 모순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 고민하고 그 일을 시작하든, 긴 시간 정성들여 고민하고 그 일을 시작하든 시작한다는 행위 자체에 무의식적으로 여러분의 용기가 담긴다고 생각합니다. 스무 살 성인이 되고 다양한 일들을 시도해보면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들이 많았었거든요.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두려움 반, 설렘 반입니다.


도전 그 자체만으로 값어치 있는 행위일텐데, 왜 우리는 항상 새로운 것들을 처음 하려 할 때면 두려움을 자주 느낄까요? 저는 그 이유가 사람들의 본성상 본인들만의 서사를 집필할 때, 행복한 프롤로그와 완벽한 에필로그를 쓰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해피하게 시작해서 군더더기없는 깔끔한 마무리를 원하기 때문이죠.


저 역시도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도덕 교과서처럼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라고 이야기는 못하겠습니다. 저도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면 늘 좋게 매듭을 짓고 싶어지고, 이 생각이 들면 문득 시도하는 것을 망설이기도 합니다.


다만, 제가 잊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한 가지 있기는 합니다. 그건 바로 어떤 일을 시작하든 그것은 제가 용기 낸 일이라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덜 두려워질 때도 있었던 것 같아요.


뭐, 꼭 덜 두려워질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이 말은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시작하는 그 어떤 것이든 여러분의 용기가 담겨있다는 것, 그리고 저는 여러분을 응원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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