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고 Oct 27. 2022

곰탕

의미 있는 관계가 걸러지는 과정

날이 스산한 가을이  우리 집 문턱을 넘어오는 때 우리 집안에 찬 공기가 들어오면 월동 준비했던 친정 엄마처럼 동네 단골 정육점에 가서 이곳 사람들은 식재료로 사용하지 않는 사골을 잔뜩 사다가 20리터가 넘은 큰 솥에다가 하루 종일 끓인다.  하루 종일 길고 좁은 우리 집 부엌 안은 수증기로 가득하고 한동안 구수한 곰탕 냄새는 부엌 안에 머물러 있는다.

그렇게 8시간을 끓이고 다시 물을 부어  8시간을 끓이는 과정을 거치면 뽀얀 우유빛깔 곰탕이 수면 위로 출렁거린다. 그때는 벅찬 만족감이 오랜 시간을 들여 이 음식을 만들기 잘했다는 생각이 나의 내면을 꽉 채운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우려낸 곰탕은 천천히 열을 식혀, 채반에 거른 다음 우려낸 육수를 큰 통에 담아 밤새 냉장고 안에 넣어둔다. 아침에 일어나 냉장고에 넣어둔 곰탕을 꺼내어 안을 들여다보면 뼈 사이에 있던 기름은 고체덩어리가 되어 진국인 육수와 분리되어 수면 위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

그렇게 확실하게 누가 보아도 난 고체덩어리 기름이에요라고 나를 보고 있으면, 난 손쉽게 그 고체덩어리를 육수와 분리작업을 하여 진국만을 덜어두고 우리 몸에 해로운 고체덩어리인 기름 덩어리는 쓰레기로 분리해둔다.


사골을 사서 진국 곰탕이 될 때까지 난 우리 몸에 해로운 부분과 이로운 부분을 같이 끓이고 식혀서 굳히는 작업을 거치는 그 과정을 거치지 않고 분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적어도 내가 아는 요리법에서는 말이다.


 우리는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가 아닌 타인과 친구, 동료 또는 지인 등등의 관계성을 가지고 어우러지며 산다. 그 관계들이 형성되는 과정이 곰탕을 끓이는 과정과  참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사골 안에 해로운 기름과 이로운 진국이 함께 공존함에 끓이는 과정과 식히는 과정 그 모든 기다림의 과장을 통해 그 둘의 모습을 분리하는 것처럼

인관관계도 한 공간에서 다른 나와 다른 존재들이  갈등하고 충돌하고 반면 공감하고 위로받는  그 모든 과정은 인간관계 형성에도 꼭 필요한 과정임을 깨닫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스쳐 지나는 인연에게는 결단력 있게 어른답게 정리하는 용기가 필요하며, 서로에게 이로운 에너지를 전달하며 성장 지속한 진실된 인연을 만났다면 정성을 다해  상대방을 존중하고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해랴 함을 생각한다.  적어도 맛있고 몸에도 이로운 곰탕을 먹기 원한다면 말이다.

이전 08화 죽음의 날을 예약해놓은 여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