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을 공개하라

공개 선언 효과

by 안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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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콘퍼런스에 참여한 적이 있다. 기독교 교사들이 매년 새해 첫 주에 여는 행사인데, 말씀에 깊이가 있는 강사님을 모시고, 새로운 한 해를 연다는 의미가 있었다. 오랜 지인의 추천으로 나도 가게 되었는데 약 200명가량의 교사가 모였다. 이 과정 중 목표에 대한 강의 시간이 있었다. 강사는 질문을 연속으로 던졌다.

“해마다 목표를 세우신 분?”

거의 모든 교사가 들었다.

“그 목표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000 방법으로 세우신 분?”

앞서 들었던 교사들의 절반이 손을 들었다.

“그 목표를 주위 사람들에게 혹은 다른 사람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고 실천하신 분?”

단 두 명이 손을 들었다. 나도 그 두 명 중 한 명이라 강사의 요청으로
어떻게 목표를 세워 그것을 공표하고 실천하였는지 발표한 기억이 있다.



team-together-creating-word-goals.jpg (출처: Freepik)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목표를 세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 목표도 대강이 아닌, 구체적이고 명확한 것이어야 한다. 먼저 말하고 싶은 결론은 나 혼자만의 결심이나 계획은 그것을 세우지 않은 일과 같아진다는 것이다. 목표를 세웠으면 주위 모두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게 공표해야 한다. 그것은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도 되지만 반대로 당신이 나태하고 싶을 때 그럴 수 없게 만드는 하나의 장치도 된다. 남들에게 하겠다고 큰소리쳤으니 어떻게든 해야 하지 않을까. 당신이 세운 원대한 계획이 흐지부지되는 이유는 아무도 모르게 혼자만 결심했기 때문이다. 꼭 이루고 싶은 절실한 계획을 세웠는가? 그럼 공개하라.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알리면 더 좋다.


담임을 하던 어느 해에 우리 반 아이들에게 명확한 목표를 세우게 하려고 퍼포먼스를 구상해 진행한 적이 있다. 학생들 대부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목표로 세워야 할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10가지만 추려오라는 숙제를 냈다. 다음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종이를 한 장씩 나눠 주고 그것을 10등분을 한 후, 소중한 것을 한 칸에 하나씩 적게 했다. 다 적은 사람은 등분한 대로 가위로 오려서 모두 10개의 카드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하나씩 그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0개 남기고 나머지를 덜어내서 휴지통에 버리게 한다. 버릴 때도 그냥 버리는 게 아니라 종이를 쭉쭉 찢어서 힘껏 내던지거나 바닥에 놓고 발로 막 밟으라고 요청한다. 마침내 마지막 두 개의 카드를 남기게 되었을 때, 아이들은 화가 잔뜩 나서 씩씩거리거나 훌쩍훌쩍 울기도 했다. 그 이유는 소중한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버리게 하느냐는 항의와 카드에 적힌 것 모두 소중해서 차마 버리기 힘들었다는 속상한 마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두 개만 남겨야 한다고 내가 단호하게 말했을 때 아이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너무 소중한 것들만 남았는데 무엇을 버려야 할지 몰라 고르는 손이 벌벌 떨려 보였다.


마침내 아이들에게 소중한 두 개가 남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돌아다니며 슬쩍 살펴보았다.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아이가 가진 카드에 적힌 두 가지 중 하나는 부모님이었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되고 싶은 목표였다. 진행하는 나도 깜짝 놀랐다. 다음에는 이 두 가지 소중한 것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1년 내 해야 할 목표, 5년 내 목표를 세우게 했다. 그리고 다시 그 목표들을 이뤄가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세 가지씩 정해 보게 했다. 이렇게 하면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놀랍게 자신이 해야 할 것을 깨닫는 아이들의 새로운 면모를 본다. 마지막에는 모두 돌아가면서 자신의 목표를 발표하고, 다른 사람의 질문이 있으면 대답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이 적은 목표는 학습지 형태로 적게 했고, 교실 뒤편 게시판에 예쁜 색지를 바탕에 대고 붙여버렸다.


이 활동 후에 누군가 학급에서 갑자기 이상 행동을 하거나 힘들게 하면, 나는 그 아이를 야단치거나 그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다만 아이에게 교실 뒤편 자신의 목표가 붙은 자리로 보내서 그것을 읽게 했다. 그러면 아이는 조용히 자기 자리로 돌아와서 다시 공부에 집중하거나 자신의 잘못한 행동을 반성했다. 자신이 학급에서 공표한 목표와 지켜내겠다고 다짐한 사실이 있었기에 금방 마음을 다잡았다. 덕분에 그 해에 나는 큰소리를 내지 않고도 아이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words-my-goals-with-notepad.jpg (출처: Freepik)

심리학자 스티븐 헤이스가 밝혀낸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바로 사람은 말이나 글로 생각을 공개하면 그 생각을 끝까지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공개 선언 효과(Public Commitment Effect)라고 한다. 미국의 홈런왕 베이브 루스도 미리 자신의 홈런 방향을 예고하며 공개했다고 전해진다. 공개 선언 때문에 그는 홈런을 더 많이 쳤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례도 하나 소개한다. 심리학자 모튼 도이치(Morton Deutsch)는 대학생들에게 직선을 보여주면서 길이를 추정하게 했다. 그는 대학생을 세 집단으로 나누어 실험했는데, 각 집단에 다른 액션을 주문했다. 첫 번째 집단에겐 길이의 추정치를 종이에 적어 제출하게 했다. 두 번째 집단에겐 추정 결과를 화이트보드에 적은 다음, 남들이 보기 전에 지우게 했다. 세 번째 집단은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게 했다. 그런 다음 실험자는 모든 참가자에게 추정치가 잘못됐다고 말하며 학생들의 태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실험 결과는 극적이었다. 추정치를 마음속으로만 간직했던 세 번째 집단 학생들은 주저하지 않고 자기의 생각을 수정했다. 반면, 추정치를 글로 써서 사람들에게 공개했던 학생들은 자기 생각을 끝까지 고수했다. 이처럼 사람들은 말이나 글로 자신의 생각을 공개하면 그 생각을 끝까지 지키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두 가지 실험으로 증명된다.


나의 콘퍼런스 참가 사례로 다시 돌아가 보자. 콘퍼런스에 참여한 200명의 교사 중 자신의 계획을 공개하고 실천한 사람은 딱 2명이었다. 그런데 그 콘퍼런스에 새해부터 4박 5일의 일정에 참여할 정도의 교사라면 이미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지 감이 오지 않는가? 새해부터 열심히 살겠노라 다짐하며 매년 콘퍼런스에 참여하던 교사들이었다. 그러나 단 1%만 자신의 계획을 공개 선언하고 실천하고 있었다. 1%에 속한 그들의 계획은 성공하는 이유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당신도 성공하고 싶다면 지금 바로 당신의 계획을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되도록 빨리, 더 많은 사람에게 말이다.


이제야 고백하지만, 이 콘퍼런스에 참가할 당시 나는 실패했다는 좌절감에 빠져 있었다. 노력한 것만큼 일이 풀리지 않는다고 믿었고, 다시 나아갈 힘도, 용기도, 여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나의 심적 방황을 본 지인이 비용을 대가면서 그 콘퍼런스로 밀어 넣었기에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강연에서 마지막에 손을 든 2명 중 한 명일 때, 내게 깨달음이 왔다. ‘그래, 나는 계획대로 잘하고 있었구나. 그렇기에 앞으로 이 바닥에서 위로 올라갈 일만 남았구나. 그 고지가 바로 앞인데 나는 그걸 못 보고 무너질까 봐 지레 겁부터 먹고 있었구나’하고 말이다. 오래지 않아 모든 것이 잘 풀렸다. 정말 계획하고 말하던 대로 나는 원하던 그 목표에 도달해 있었다. 내 계획과 목표의 성취 바로 앞에서 그걸 못 보고 미리 겁을 먹었다. 여기의 포인트는 힘든 일도 혼자만 생각하지 않고 좌절하고 바닥이라는 느낌을 주변에 공유했기 때문에 지인도 나를 도와 콘퍼런스 참가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게 베푼 것이라 생각한다. 당신이 실천할 목표도 공개하고, 그 과정의 힘든 것도 공개해 조언도 받고, 도움도 받아야 한다. 혼자만의 생각에 갇히지 않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 주기 때문이다. 일을 같이 하던, 하지 않던 주변 사람을 당신에게 도움이 될 협력자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협업의 기본은 사람 네트워크 구성에 있다. 많은 사람과 기본 관계로 인프라를 구성하는 것은 당신에게 도움이 된다. 각종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든 거기에 필요한 인재를 찾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구성을 위해 사람 관리를 해야 한다. 단체를 운영하고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프로젝트 진행에서 실패하거나 여러 요인으로 프로젝트에서 나간 사람과도 감정을 앞세우지 않고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잘 찾아야 한다고 느낀다.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방법은 먼저, SNS 친구 맺기가 기본이다. 다음은 주변 사람과 관계를 맺어가는 방식인데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다시 확대해 나가는 방법이다. 오내학교에서 공교육의 상향평준화를 위해 실시하는 나눔 특강이나 공개 강의를 보고 연락을 하거나 강연 후 접촉하는 사람들과 지속적인 질의에 응답하면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도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와 관계를 유지하는 다른 방법은 인터뷰를 하는 것이다. 분야별 전문가나 현직에 종사하는 사람, 책의 저자, 대학교 교수님, 중등 과목별 선생님 등 당신에게 필요한 인물을 찾아 시도하는 것이다. 인터뷰는 꼭 대면이 아닌 이메일이나 편지로도 가능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여러 모임과 네트워크가 있을 것이다. 그러한 모임이 취미나 여가를 위함이거나, 별다른 목적이 없더라도 네트워크는 결국에는 당신의 직업과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은 자연적으로 속해있는 네트워크에서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네트워크에서 모인 사람들끼리 정보를 주고받으며 상호작용하는 동안에 반짝 아이디어나 영감을 받아 내 삶에 적용해 볼 수 있기도 한다. 속한 네트워크마다 당신의 계획을 누누이 공개하고 선언하면, 원하는 그 목표대로 이루어질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asian-businessmen-businesswomen-meeting-brainstorming-ideas-about-creative-web-design-planning-application-developing-template-layout-mobile-phone-project-working-together-small-office.jpg (출처: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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