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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고장_1편

갑자기 육아휴직을 쓰게 되었습니다.-29

by 남유복

24.05.14 화요일


샤워를 하다가 따뜻한 물이 갑자기 찬 물로 바뀌어 나왔다.


('아 차가워!')

"(화장실에서) 여보! 혹시 보일러 껐어?!"


행복이 : "(거실에서) 아니?! 보일러 손댄 적 없는데!?"


"음... 그러면 방금 전까지 물 쓴 적 있어!?"


"왜 그러는데!?"


보일러 고장이었다. 그래서 집주인한테 전화를 걸었다.


집주인 : "예! 여보세요!"


"네~ 전셋집 세입자인데요."

"보일러가 고장 나서 전화드렸어요~"


"아!? 무슨 보일러요!?"


"네...? 여기 전셋집 보..."


"아아!!

"지금은 통화 좀 곤란합니더!"

"우리 같은 공직자들은 업무시간에 사적 통화 절대 안 됩니더!"

"이따 오후에 다시 전화 주이소!"


근무태만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는 모습!


"여보! 집주인이 뭐래?"


"아~ 지금은 업무시간이라 사적 통화가 안 된다고 그러네..."


"거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

"그럼 지금은 왜 전화받은 거라는데!?"


"그러게..."

"업무상 전화인 줄 알고 받은 건가...?"


(쉬익! 쉬익! : 행복이가 성내는 소리)


('헐...')

"여보... 그냥 이따 다시 전화해 볼게. (^.^);;"


오후 4시 10초에 다시 집주인한테 전화를 걸었다.


"예! 여보세요!"


"네~ 아까 보일러 문제로 전화한 세입자인데요~"

"지금은 통화 괜찮으실까요!?"


"아니~~~"

"계약서 보니깐 이행복 씨?가 계약을 하셨더만!"

"근데 이행복 씨가 전화 안 하시고, 다른 분이 하신겁니꺼!?"


"네...?"

"배우자인데요... (ㄷ.ㄷ)"


"아니~~~ 그게 아니고!"

"계약 당사자는 뭐 어디 가셨답니꺼!?"


"저... 한 번만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애기 목욕도 시켜야 하는데... 따뜻한 물이 안 나와서요..."


"아니~~~"

"나도 애가 셋인데! 다 그렇게 키웠어 뭘~~"

"그리고! 계약 당사자보고 직접 전화주라 하이소!"


원리원칙을 절대적으로 고수하는 모습!


('아... (ㅠ.ㅠ)')


"뭐야! 집주인이 뭐라 얘기했는데!?"


"그 계약 당사자가 당신이어서..."

"음..."


"아 뭐뭐!! 빨리 좀 말해!"


"그... 당신이 직접 전화해야 한다는데..."


"지x을 하네 진짜!"

"뭐 그런 띨빵한 소리를 하고 짜빠졌노!"


"내 말이~ 내 말이~"

"나도 진짜 어이가 없어서..."


"아! 조용히 해!"

"이런 일 하나 제대로 처리 못하고 진짜!"

"다시 전화해서 좀 따져야 쓰겠네!"


드디어 우리집 최종 보스가 납셨다!


누나(행복아)! 내가 애 보면서 집안일 잘하고 있잖아...


나보다 4살 많으면 뭐 해...


이런 거나 좀 잘 해결해 줘. (ㅎ.ㅎ);;

우리 집 보일러
고등어구이 아침밥상(어제 행복이가 먹고 싶어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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