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년 - 03
점점 지쳐가는 이 세상 속에서, 작게나마 용기를 얻어 갈 수 있는.
결코 따듯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힘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누군가에게 이름을 불리기보단,
발버둥 쳐 살아가며,
나는요, 뭐든 그냥 그래요.
<2> 공허와 갈라치기의 피해자들에게.
난 그저 남들이 그렇다기에,
그저 그랬다고 해서.
그냥 그게 옳다구나 하며,
내면을 그렇게 가꾸었다.
줏대 없는
삶.
기준 없는
가치.
그렇게 멋대로 떳떳하다 생각했고,
그게 나의 신념이 되었다.
허나,
깨닫고야 말았다.
백지에 그은 획이라곤,
내 이름이 아닌.
타인의 이름뿐.
참 어리석구나.
참 잘난 체 덩어리구나.
참. 천둥벌거숭이가 다름없구나.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는 상자를 목숨 걸고 지키는 이들을 위해,
그 상자가 전부가 아님을 아는 이로써, 재빨리 버리고서 진짜 세상으로 나오길 바라는 의미로 글을 쓴다.
아마, 아집이라는 그 상자를 가진 당신은.
상자를 내려두자고 하니 스스로가 용납하지 못하고,
버리려고 하니 단전에서 나오는 희뻘건* 앙금들에.
결국 스스로가 사무치게 놀랄 테다.
그럼 돌고 돌아 당신은 또 "비어있는 상자를 어떻게든, 언젠가는 채우면 되겠지."라며 생각하지만.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너무나 당연히 상자를 버릴 걸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기에, 오직 그 빈 상자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당신에게 상자는, 무엇하나 의미가 없어야 하며.
그러면서 중의적으로 가장 불행해야 하는,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그런 상자여야 할 테다.
그리곤,
누군가가 걱정을 해주거나 조언하면.
그제야 자신의 상자가 세상에서 가장 텅 비고 공허한 상자인 척, 끝끝내 자신을 사랑하지 않음이 원인이 아니고서,
그저 타인들의 핍박과 세상의 잔혹함만으로 자신의 상자가 채워지지 않음을 호소하기 시작한다.
그리고선 들어주는 이에게 자랑스럽게 말한다.
"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상자를 목숨 걸고 지키는 기분을 알아? "
오, 제발 부탁하건대.
당신의 아집이 진리가 아님을 속히 깨닫고서
진정한 세상 밖으로 나오길 바란다.
가만히
누워있기보단.
발버둥 치며 이리저리 움직여볼테다.
저 멀리 있다 싶은
죽음도.
이리저리 피해버릴테다.
한 줌의 재가 되어,
누군가에게 이름을 불리기보단.
발버둥 쳐 살아가며,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다닐테다.
그렇게 오래오래 살아가며.
내가 깨닫고 딛고 일어선 모든 발자취를
세상에 알릴테다.
그게 나의 허무에게 하는 약속이다.
그게 나의 용기이다.
*희뻘건 : 희멀겋다 + 시뻘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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