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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재 Mar 24. 2023

일이 없을 때 불안해하지 않는 법

디지털 노마드의 마인드 셋


우리가 회사원이라면 하루의 일과를 스스로 결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출근 시간과 식사시간, 매일 처리해야 할 업무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죠. 오전에 특별한 일이 없어서 오후에 출근을 한다거나, 12시에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서 3시에 점심을 먹는다거나, 내일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죠.


하지만 당신이 디지털 노마드가 된다면 일을 언제 할 것인지, 어디에서 할 것인지, 식사는 언제 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일 할 것인지 모두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물론 스스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져야 하겠죠.



자율성에 큰 가치를 두는 성향


고정적인 시스템 안에서 하루 일과와 해야 할 일이 자연스럽게 주어지고, 수입과 일과가 일정한 생활에 안정과 행복을 느끼는 성향이라면 디지털 노마드의 생활과는 잘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성향을 가진 분들은 프리랜서로 생활하게 되면 고정적이지 않은 생활에 큰 불안을 느낍니다.


반면 디지털 노마드에 적합한 성향을 가진 사람은 자율성에 큰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자율성이 높아질수록 편안함을 느끼는 성향이죠. 이들은 일을 할 때에도 누가 그에게 직접 지시를 내릴 때보다 스스로 결정할 부분이 많아졌을 때 훨씬 더 열심히 일합니다. 누군가에게 통제를 당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의욕이 떨어지기도 하죠. 이렇게 자율성에 큰 가치를 두는 성향을 갖고 있다면 조직에 소속되어 일을 하는 것보다 디지털 노마드의 형태로 일하는 것이 훨씬 적성에 잘 맞을 확률이 높습니다.



성수기와 비수기


회사라는 시스템 안에서 일을 할 때엔 매일 해가 지기 전엔 '할 일 없이 주어지는 여유 시간'이라는 것이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회사 밖에서 1인기업이 되어 일을 해보시면 이런 여유 시간이 생각보다 자주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시간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각 분야마다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에 다닐 때도 업계에서 유독 일이 많아지는 성수기와 그에 비해 한가로운 비수기가 있지만, 비수기라고 해서 출근을 하지 않는다거나 업무가 아예 없는 날이 있지는 않죠. 그러나 회사 밖에서 1인 기업으로 일을 하게 되면 성수기와 비수기에 일상생활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성수기에는 일이 몰려 주말이나 밤낮도 없이 일해야 할 때가 있고, 비수기엔 마치 여름방학처럼 한 달 내내 자유시간이 주어지기도 합니다.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디지털 노마드가 되면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디지털 노마드에 적합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시간이 주어지는 것을 큰 선물이자 무한한 가능성으로 여기며 이 시간에 그동안 하지 못했던 활동을 합니다. 자신의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기술을 발전시키거나, 그동안 도전하고 싶었던 새로운 분야를 배운다거나, 읽고 싶었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죠.


그러나 고정적인 일상 내에서 안정감을 찾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이렇게 주어지는 자유로운 시간 동안 매우 불안해합니다. '혹시 일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으면 어쩌지?', '정말 이렇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어도 되나?'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힘들게 그만둔 회사의 채용 공고를 다시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보험' 만들어놓기


이 비수기를 자유롭게 즐기며 유용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일종의 '보험'을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두려워하는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대처할 수 있는, 일종의 '솟아날 구멍'을 만들어놓는 것입니다. 이 보험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금전적인 보험과 기술적인 보험입니다.


먼저 금전적인 보험은 아시다시피 일정 기간 동안 벌이가 없더라도 무리 없이 생활할 수 있는 돈입니다. 이 보험의 액수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입니다. 만약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평소에 큰 지출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한 달에 100만 원이 채 안 되는 돈으로도 충분히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2천만 원 정도의 돈을 모아 놓았다면 1년 정도는 수입이 아예 발생하지 않더라도 이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나는 위대한 이들의 가르침을 통해 너에게 교훈을 주고자 한다. 며칠 동안 남루한 옷차림으로 싸구려 음식만 먹으며 '이것이 내가 가장 두려워한 상황인가?'를 생각해보라. ... 미리 훈련을 하면 실제 위기가 닥쳤을 때 움찔하지 않는다. 가난을 대비한 연습을 하는 사람들 또한 이런 과정을 거친다. 그들은 자주 예행연습을 하는 덕분에 실제로 빈곤한 상황이 닥쳐도 위축되지 않는다. ...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진정한 시험이 되도록 한 번에 사나흘 동안 그렇게 생활하라." - 세네카, <루실리우스에게 쓴 편지>


<타이탄의 도구들>의 저자 팀 페리스는 사업을 할 때 불안한 생각이 들 때마다 세네카의 말을 떠올리며 용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자신이 불안에 하는 최악의 상황, 즉 회사가 문을 닫는 상황이 오더라도 예전 경험을 살려 바텐더로 일을 해 월세를 마련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된 것이죠. 최악의 상황이 닥치더라도 생존이 가능하다는 사실을요.


두 번째 보험은 기술적인 보험입니다. 자신이 객관적으로 남들보다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다면 비수기가 찾아오더라도 불안해하지 않고 이런 시간을 오히려 반기며 여유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습니다. 비수기는 업계의 리듬에 따라 필연적으로 생기기도 하지만, 가끔은 통상적인 비수기가 아닌 시기에 간헐적으로 발생하기도 합니다. 업계에는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이 수없이 많기 때문에 우연히 내가 아닌 다른 프리랜서에게 일이 몰리는 시기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을 하든, 내가 유일한 선택지는 아닐 테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비수기가 아닌데 일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해서 나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떤 조직에도 소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언제나 같은 비율로 일이 들어올 수는 없기 때문에 이렇게 아무 이유 없이 일이 잘 들어오지 않는 시기도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선 본인의 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야 합니다.


실제로는 남들보다 뛰어나지 않은데 그렇다고 생각하며 자신감을 갖는 것을 '근거 없는 자신감', 줄임말로 '근자감'이라고 하죠. 근거 없는 자신감은 자신을 기만하는 가짜 자신감입니다. 자신을 기만하지 않기 위해선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근거 있는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일이 한가한 시기에 자신의 분야를 공부하며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발전시킨다면 사실에 입각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런 자신감을 가지게 되면 일이 없다는 사실에 주눅들기 보다 오히려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에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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