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재 Jan 28. 2023

마법사 노홍철

5를 주면 95가 온다니까?


"너무 좋아, 너무 좋아", "생각보다 훨씬 좋았어", "5를 주면 95가 와". 얼마 전 보았던 여행 유튜버의 영상에서 방송인 노홍철이 버릇처럼 했던 말이다. 자신을 '럭키 가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실제로 그의 여행은 의외의 행운으로 가득했다. 그의 말버릇이 그저 의미 없이 내뱉는 말이 아니라 행운을 불러내는 주문처럼 느껴졌다.


노홍철이 외는 행운의 주문은 주변사람들까지 함께 그 마법에 끌어들인다. 그가 하는 말이 허무맹랑하다고 하든, 의미가 없는 말이라고 하든 상관없다. 그의 주변에 있다 보면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나니까. 여행 영상에서 그들이 가위바위보를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거짓말처럼 승자는 언제나 노홍철이다. 이런 현상을 계속 목격하는 이들 이 마법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사실이라고 믿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 된다.



5를 주면 95가 와!


"5를 주면 95가 온다"는 주문을 외는 노홍철은 예기치 못한 불행이 닥쳤을 때 오히려 기대를 한다. 뜻밖의 사건을 겪고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려고?"라고 말을 할 때 그의 눈빛에선 그가 영혼 없이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심지어 여행 중 오토바이에서 떨어져 다친 후에도 괜찮냐는 물음에 노홍철은 이렇게 대답한다. "이런 걸 원했어. 짜릿해!" 일어난 사고는 그에게 아무런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노홍철은 아파하거나 짜증을 내는 대신 오히려 더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냈다.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고 배기겠나?


사실 나도 20대에 비슷한 현상을 실제로 경험한 적이 있다. 예상치 못한 사고가 많이 일어나 유난히 힘들었던 날, 직장동료에게 "이렇게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면 꼭 그만큼 좋은 일이 일어나게 돼있어."라고 농담 식으로 말하며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어느 순간 발밑에 황금색종이가 보였다. 5만 원 권이었다. 거짓말 같겠지만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동료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난 "거봐 내가 뭐랬어!"라고 소리치며 노홍철처럼 광기 어린 웃음소리를 냈다.



긍정 레벨을 좀 올려볼까?


5를 주면 95가 온다는 것을 이렇게 실제로 경험하긴 했지만, 이런 행운의 주문을 말버릇처럼 외고 다니진 않았다.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 대부분 '괜찮아, 별일 아냐' 정도의 긍정으로 그치곤 했다. 그러나 이제 그 긍정 지수를 좀 더 올려보려 한다. 좋지 않은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노홍철이 그랬던 것처럼, "얼마나 좋은 일이 일어나려고?"라고 오히려 반짝이는 눈으로 기대해 볼 계획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주변에도 긍정의 마법을 조금씩 뿌려볼까 한다. 노홍철처럼 폭발적인 행운의 에너지를 온 세상에 뿌리고 다니는 정도는 아닐지라도 가족, 친구정도의 최소한의 행동반경에는 충분히 마법을 부려볼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좋아, 너무 좋아", "생각보다 훨씬 좋았어"라는 긍정의 말은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앞으로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마저 준다.


그 말들이 실제로 행운을 끌어오지 못한다 해도 듣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마법 같은 말이다. 이런 말을 버릇처럼 하는 사람을 주변에 두고 싶은 건 당연하다.


이전 12화 내 기분을 망치는 가장 큰 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