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338번.
이 작품의 주요 모티프는 실제로 두 번의 암을 겪었던 작가의 경험입니다. 작가는 암 병동의 공간적 의미를 소비에트 정치 체제 아래 있는 사회의 모든 곳으로 오버랩시켜 확대해 나갑니다. 뉴욕 타임스는 "「암 병동」은 스탈린 사망 직후 시기를 그리면서, 국가라는 병동에서는 희생자나 집행인이나 모두 갇힌 신세이며 똑같이 불구가 되어 버렸다고 선언한다." 고 언급합니다.
<< 작가의 시선 >> - 파벨 니콜라예비치 루사노프는 암이 호전되지만, 전이의 위험성이 잠재된 상태로 퇴원하게 됩니다. 대학 교수였던 술루빈은 수술을 받았지만 앞날은 불투명합니다. 코스토글로토프는 완치라기보다는 완치의 가능성만을 믿으며 퇴원하게 되고, 새로운 유배지로 떠납니다.
* 바짐은 예전부터 하루 스물네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쁘게 사는 것이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하루 스물네 시간이 충분할 뿐 아니라 오히려 남아돌게 되었으니 부족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바로 삶이었던 것이다.
* 파벨 니콜라예비치는 (···)이제 주사에 익숙해져 악몽에 시달리지는 않았지만 자주 두통에 시달리고 기운이 쑥 빠지곤 했다. 물론 중요한 것은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났다는 것이었다. 괜한 공포심을 가졌던 것이다. 종양의 크기도 어느새 절반 정도로 줄었고, 목에 아직 남아 있는 멍울도 말랑말랑해졌다. 아직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예전 같지는 않았고, 고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단지 걱정이라면 몸이 허약해졌다는 점이다.
* "전이가 될 수도 있을까요?" 파벨 니콜라예비치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종양이 줄어들었다는 기쁨도 점차 사라졌다.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졌고, 의사들도 그의 혈액 검사 결과를 보고 고개를 가로저었는데, 얼마나 더 견뎌야 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병이란 놈 역시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면서 자기 존재를 계속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종양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마냥 즐거워할 수도 없었다. 파벨 니콜라예비치는 점점 기운을 잃었고, 누워 있는 시간도 늘어났다.
* 병실 환자들은 계속 바뀌었지만 한 번도 명랑한 환자가 들어오는 법이 없었고, 하나같이 의기소침하고 지칠 대로 지친 사람들뿐이었다.
* 그는 프리들랜드의 학설만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호르몬 요법마저 거부했다. (···)치료를 받도록 그를 설득해야 한다! 그 사람이 또다시 종양에 노출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그녀의 열의는 더욱 고조되었다. 바로 그 환자를 설득하고 고집을 꺾어 완치해야 한다! (···)코스토글로프는 언젠가 부자 뿌리로 암을 고치는 치료사가 의사보다 못하다는 증거가 무엇이며, 의학에는 수학적 엄밀함마저 결여되어 있다고 공격했다. 그때 베라는 매우 화가 났다. 그러나 나중에 그의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게 되었다. 방사선으로 세포를 파괴할 때 과연 몇 퍼센트의 건강한 세포가 파괴되고, 몇 퍼센트의 병든 세포가 파괴되는지를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알 수 있을까? 치료사가 저울에 재지도 않고 마른 부자 뿌리를 대강 한 줌 집어 줄 떄보다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을까?
* 똑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세포의 법칙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반응의 법칙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저 시간이 지나가면 조금씩 둔감해질 뿐이다. 지쳐 가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슬픔을 견디는 능력이나 정절의 능력이 없다. 우리는 세월에 항복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끝까지 계속하게 될 일은 매일 음식을 삼키고 손가락을 빠는 일뿐이다. 이틀만 굶어도 우리는 제정신을 잃을 것이며, 무슨 일을 할지 모르는 법이다. 이것이 우리 인류의 진보일까!
* 종양은 빠르게 잦아들었고, 매일 의사의 회진을 기다리며 의사가 그 사실을 확인해 주기를 바랐다. (···)지금 파벨 니콜라예비치에게는 그의 종양을 처음부터 보아 온 다른 환자들의 증언이 큰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 유라가 팔을 끼어 그를 부축했고, 파벨 니콜라예비치는 그에게 몸을 의지하며 걸었다. 깨끗하게 마른 아스팔트 위를 걷는 것도 좋았지만 그보다 기쁜 것은 이제 곧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치료가 지겹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숨 막히는 병원 생활의 무료함을 견디기 힘들었고, 특히 자신을 중요한 기관의 핵심 요원으로 알아 주지 않는다는 점이 몹시 언짢았다. 그 때문에 그는 이 병동에서 모든 힘과 존재 의미를 상실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는 하루빨리 모두가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없어서는 안 될 곳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 오레셴코프는 요즘 들어 자주 그렇게 휴식을 취해야 했다. (···)그가 의사로서 해야하는 모든 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깊은 침묵의 시간이 필요했다. 마치 그의 내면이 정화되고 투명해지기를 바라는 듯이. 그런 순간이면 모든 존재의 의미, 즉 자신의 오랜 과거와 얼마 남지 않은 미래, 죽은 아내와 어린 손녀, 그리고 모든 보통 사람들의 존재 의미는 그들이 매순간 몰두하고 심혈을 기울여 사람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위대한 업적을 이루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술루빈이 고개를 들어 푸르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메스 아래서 죽고 싶지는 않았는데······ 두렵군······. 얼마를 살았든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든 여전히······." (···)술루빈이 공허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힘없이 말했다. "페치카에 책을 던져 넣으면서도 생각했지. 나는 누구인가? 그렇게 고통을 당하고 배신 행위도 했는데, 양심이 있다면 무언가 생각한 것이 있을 것 아닌가?"
* 파벨 니콜라예비치는 보관소에 맡겨 놓은 짐도 없고 병원에 반납할 물품도 없었기 때문에 아무 때라도 퇴원할 수 있었다. 아침 식사가 끝나자마자 가족들이 그를 데리러 왔다. (···)출입구 현관에는 누런 액체가 담긴 유리병을 든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피로에 지친 사람들이 앉을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며 서 있고, 어떤 사람들은 의자에 아예 드러눕기도 했다. 파벨 니콜라예비치는 경멸하는 시선으로 그 광경을 쳐다보았다. 이제 자신은 이 상황을 모두 이겨낸 강한 존재임이 판명된 것이다.
* 노인들이 "나도 이젠 가야지, 이젠 갈 때가 됐어." 하며 애달파할 때가 있다. 그날 저녁 코스토글로토프도 새로 온 환자들이 여기저기 모여 암이라느니, 아니라느니, (···)어떤 치료법이 도움이 된다느니 하는 예전과 똑같은 문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며 침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데도 왠지 허전한 마음을 가눌 수가 없었다. (···)침대를 하나하나 둘러보며 처음 그 침대에 누워 있던 사람은 누구인지, 그중에서 죽은 사람은 몇 명인지 더듬어 보았다.
* 코스토글로토프는 늦지 않도록 서둘렀다. (···)노인에게든 병자에게든 공평하게 흘러넘치는 이른 봄, 이른 아침의 환희를 만끽하며, 늙은 청소부 외에는 아무도 없는 낯익은 가로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암 병동을 돌아보았다. (···)병원 문을 나서자 마치 감옥 문을 벗어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상사였고 죄수였던 코스토글로토프는 세상 사람들이 자신에게 요구한 모든 것을 완수했고, 병이 원했던 고통을 충분히 겪은 다음 지난 1월 이미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제는 불안한 걸음을 내디디며 병원에서 나온 전혀 새로운 코스토글로토프가 수용소의 표현대로 "여리고 날카롭고 투명한" 존재가 되어, 완전하고 충만한 삶이 아닌 덤으로 주어진 삶을 살아가게 된 것이다.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살고 싶었다. 이제 다시는 실수하고 싶지 않았다.
* 그는 살아서 다시 봄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지금 옆에는 그가 되살아났다는 사실을 기뻐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그것을 아는 사람조차 없었지만 태양은 알고 있을 터였다. (···)그들 곁으로 돌아온 것이 기뻤다! 길거리 사람들 모두를 보는 것이 기뻤다! 새로 창조된 그의 세계에는 어느 것 하나 흥미롭지 않은 것이 없었고, 어느 것 하나 신비롭지 않거나 추한 것이 없었다!
* 올레크는 온몸을 쭉 폈다. 정말 편했다! (···)누워 있으니 좋다. 정말 좋다. 다만 기차가 덜컹거리고 요동을 칠 때면 심장 어딘가에서, 영혼이 자리하고 있을 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울컥 솟아올랐고, 남겨 둔 사람에게로 자꾸만 그를 끌어당겼다.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통로 위에 걸린 코스토글로토프의 장화가 죽은 자의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 코스토글로토프의 말 >> -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죄수로 낙인찍힌 인물로 핍박받는 민중의 형상이고 역사의 희생양입니다. 퇴원하게 되지만 두 여자와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맙니다.
* 특별히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미래를 계획해서 무엇하겠습니까? 지금껏 경비병에게 감시를 받고 살다가 다음에는 통증으로 고통당하며 살아왔습니다. 그저 잠시라도 경비병과 통증 없이 살아 보고 싶은 것뿐입니다. 그것이 저의 가장 큰 희망입니다.
* 그런데 왜 당신 손은 그렇게 하얗고 통통하지? (···)나는 제3계급 상인 출신의 아들이었지만 평생 죽도록 일을 했어. 자, 보라고! 내 손의 굳은살을! 이래도 내가 부르주아인가? (···)당신은 조국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연금을 사랑하는 거야! 아직 마흔다섯도 안 됐는데 말이야! 나는 보로네시 전투에서 부상을 당했고, 무일푼에 더덕더덕 기운 장화를 신고 있지만 조국을 사랑하지! 최근 두 달 동안 병가를 냈더니 월급이라고는 한 푼도 주지 않았어. 그래도 나는 여전히 조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 공산주의로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특권을 가져도 된다는 거야? 그러니까 평등해지기 위해서는 먼저 평등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인가?
*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요. 누가 더 성공했는지 비교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불행이 가장 힘들거든요. 예를 들어 저만 해도 제 일생이 가장 불행했다고 할 테니까요. (···)대학을 졸업하지도 못하고, 장교가 되지도 못하고, 영구 추방자 신세가 되었습니다. (···)한 가지 더 있는데, 암에 걸렸지요.
* 모든 사람들을 밀고자라고 치부하는 것은 너무 극단적입니다. 푸슈킨은 매우 극단적이었습니다. 폭풍이 불면 나무들은 쓰러지고 풀들도 엎드립니다. 그렇다고 풀들이 나무들을 배신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모든 사람은 각자의 삶이 있습니다. 직접 말씀하셨잖아요. 살아남는 것이 민중의 법칙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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