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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라망카 Jun 24. 2022

겁도 없이 미국 병원을 들락거린 유학생

나야 나..

미국에서 석사 유학 1년 하는 동안 건강보험료를 400만 원은 넘게 냈습니다. full coverage가 되는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학생 비자를 안 주기에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에서 그런 보험 없이 교통사고라도 났다가는 병원비가 몇 억은 나올 것이니 건강보험은 필수겠죠. 근데 400만 원이 넘는 건강보험을 들었어도 교통사고가 나는 상황은 아찔하네요..


제가 지내고 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State College는 제가 다니는 이 대학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타운입니다. 산업시설이 거의 없고, 학교를 벗어나 조금만 멀리 가도 젖소를 풀어놓고 키우는 농장들이 있는 시골입니다.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 학교 안에 기숙사, 식당, 헬스장, 아이스하키 연습장, 공연장, 미식축구 경기장, 병원 등 없는 게 없기에 미국 학교들은 다 이런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우리 학교가 미국에서도 규모가 큰 편에 속하기도 하지만, 대학교가 이 도시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도 일정 수준의 공공시설을 제공하는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학교 내의 이런 시설이 아니고는 도시 다른 곳에서 그런 것을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습니다. 따라서 학교 내의 그런 시설들은 이 도시 주민 전체를 위한 시설들입니다. 그러니 학교 안에 다소 큰 규모의 병원이 있는 것이 말이 됩니다. 



제가 지불한 금액은 0원...



여기에 도착하자마자 모더나 2차 백신을 맞은 것을 시작으로, 갑자기 아토피가 너무 심해져 병원을 갔었고 그것과 관련하여 레이저 치료도 받았고 병원 영양 클리닉에서 상담도 여러 번 받았으니 한 달에 한 번은 병원에 간 셈입니다. 학교 병원이 큰 수술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장비까지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고, 진료, 검진 및 시술, 재활까지는 되는 것 같습니다. 레이저 치료의 경우는 학교 병원에서 학교 밖의 다른 병원과 연결해주어 다른 병원에서 받았었고, 얼마 전 비염으로 코 수술을 받은 제 친구도 학교 밖의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하니 학교 외부에 더 전문적인 병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다행스럽게도 여기에서 수술까지는 받아보진 않았지만, 진료나 시술을 받아봤을 땐 뭐랄까요... 의외로 대접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사소한 진료라도 무조건 1:1 예약제로만 의사와 만날 수 있고, 환자가 의사가 있는 진료실로 가는 것이 아니고, 환자가 기다리고 있는 진료실로 의사와 간호사가 다 들어와서 진료를 해줍니다.  20분이건 30분이건 한 환자를 위해서만 의사가 시간을 쓰는 것은 흥미로웠습니다. 한국에서 의사가 수술도 아니고 단지 진료를 위해 30분 동안 한 환자만 붙잡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큰 문제는 외부 병원에서 수술 같은 것을 받을 때입니다. 지금 아프더라도 바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실제로 제가 외부 병원에 레이저 치료를 예약하는데 바로 내일 아니면 2달 후에 예약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그다음 날 수업을 빠지고 바로 갔던 적이 있습니다. 제 친구는 5월에 치과 치료를 받으려고 연락했다가 12월에 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사실 치과 치료나 레이저 치료는 큰 수술도 아닌데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린다면, 제가 여기서 맹장이라도 터지면 바로 수술받을 수 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제가 미국 오기 전에 유학 간다고 하니, 미국에서 공부를 해본 지인이 맹장을 떼고 가라는 농담을 하더군요. 미국 와보니 그 말도 이해가 됩니다. 


미국에서 큰 수술받는 일 없이, 건강히 지내다가 돌아가는 것에 새삼 감사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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