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 나..
미국에서 석사 유학 1년 하는 동안 건강보험료를 400만 원은 넘게 냈습니다. full coverage가 되는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학생 비자를 안 주기에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에서 그런 보험 없이 교통사고라도 났다가는 병원비가 몇 억은 나올 것이니 건강보험은 필수겠죠. 근데 400만 원이 넘는 건강보험을 들었어도 교통사고가 나는 상황은 아찔하네요..
제가 지내고 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State College는 제가 다니는 이 대학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타운입니다. 산업시설이 거의 없고, 학교를 벗어나 조금만 멀리 가도 젖소를 풀어놓고 키우는 농장들이 있는 시골입니다.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 학교 안에 기숙사, 식당, 헬스장, 아이스하키 연습장, 공연장, 미식축구 경기장, 병원 등 없는 게 없기에 미국 학교들은 다 이런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우리 학교가 미국에서도 규모가 큰 편에 속하기도 하지만, 대학교가 이 도시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도 일정 수준의 공공시설을 제공하는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학교 내의 이런 시설이 아니고는 도시 다른 곳에서 그런 것을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습니다. 따라서 학교 내의 그런 시설들은 이 도시 주민 전체를 위한 시설들입니다. 그러니 학교 안에 다소 큰 규모의 병원이 있는 것이 말이 됩니다.
여기에 도착하자마자 모더나 2차 백신을 맞은 것을 시작으로, 갑자기 아토피가 너무 심해져 병원을 갔었고 그것과 관련하여 레이저 치료도 받았고 병원 영양 클리닉에서 상담도 여러 번 받았으니 한 달에 한 번은 병원에 간 셈입니다. 학교 병원이 큰 수술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장비까지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고, 진료, 검진 및 시술, 재활까지는 되는 것 같습니다. 레이저 치료의 경우는 학교 병원에서 학교 밖의 다른 병원과 연결해주어 다른 병원에서 받았었고, 얼마 전 비염으로 코 수술을 받은 제 친구도 학교 밖의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하니 학교 외부에 더 전문적인 병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다행스럽게도 여기에서 수술까지는 받아보진 않았지만, 진료나 시술을 받아봤을 땐 뭐랄까요... 의외로 대접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사소한 진료라도 무조건 1:1 예약제로만 의사와 만날 수 있고, 환자가 의사가 있는 진료실로 가는 것이 아니고, 환자가 기다리고 있는 진료실로 의사와 간호사가 다 들어와서 진료를 해줍니다. 20분이건 30분이건 한 환자를 위해서만 의사가 시간을 쓰는 것은 흥미로웠습니다. 한국에서 의사가 수술도 아니고 단지 진료를 위해 30분 동안 한 환자만 붙잡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큰 문제는 외부 병원에서 수술 같은 것을 받을 때입니다. 지금 아프더라도 바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실제로 제가 외부 병원에 레이저 치료를 예약하는데 바로 내일 아니면 2달 후에 예약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그다음 날 수업을 빠지고 바로 갔던 적이 있습니다. 제 친구는 5월에 치과 치료를 받으려고 연락했다가 12월에 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사실 치과 치료나 레이저 치료는 큰 수술도 아닌데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린다면, 제가 여기서 맹장이라도 터지면 바로 수술받을 수 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제가 미국 오기 전에 유학 간다고 하니, 미국에서 공부를 해본 지인이 맹장을 떼고 가라는 농담을 하더군요. 미국 와보니 그 말도 이해가 됩니다.
미국에서 큰 수술받는 일 없이, 건강히 지내다가 돌아가는 것에 새삼 감사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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