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이렇게 자라고 있구나 실감하는 날
꼬마여행자와 7박 9일 독일여행
우리딸은 외동이다.
그것보다 더 적절한 말은 우리에게 아이가 하나다.
항상 외동티가 나지 않게 키우겠다고, 원에서 상담할 때도 제일 먼저 물어봤던 것이 친구들과 잘 지내나요? 혹시 외동이라서 이기적으로 행동하진 않나요? 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으로 외동인 티가 나는 순간들이 있는데, 형제자매가 있는 동생과 만나서 놀이할 때. 그리고 우리가 아이 뒤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니는 모습을 볼 때.
결국 아이를 외동으로 키우고 있는 건 어찌 보면 우리 부부였다.
뭐 하나를 해도 엄마가 해줄까? 그거 조심해야 해! 위험해 보인다 아빠가 해줄게. 금이야 옥이야, 금지옥엽이 따로 없달까. 아이와 함께 하는 모든 순간에 우리는 아이를 '아기'취급하고 있었다.
그런 '아기'와 여행을 준비하던 와중에 평소 여행 준비할 때 하던 대로 서점에 가서 여행서적을 구입했고, 머리가 댕~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아이는 나와 함께 서가에 쪼그려 앉아 이 책도 열어보고 저 책도 골라보면서 엄마 이건 어때? 엄마 여기는 프랑크푸르트가 쓰여있어! 하는 것.
생각보다 빠른 시기부터 혼자 한글을 읽었던 아이인지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다른 책 살 때도 약간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편이셔서..) 적절한 책을 구매해서 캠핑장에 들고 간 날이었다.
아이는 캠핑장에서 독일여행 책을 펴서,
옆에 종이 한 장을 두고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보고 싶은 것을 적기 시작했다.
진지하게 읽었고 진지하게 적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그리고 나의 아기가 더 이상 '아기'는 아니구나, 내 마음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 아니라 나의 작은 여행메이트의 의견을 많이 물어보고 계획을 짜야겠구나 반성하게 되었던 것.
아이와 함께 제주도를 다녀온 것도 몇 번이고, 괌, 대만, 냐짱 꽤 많은 해외여행을 데리고 다녔지만 이제는 데리고 가는 게 아니라 함께 가는 여행이 되겠구나 기대하게 된 것.
그날 이후 우리 부부는 아이의 의견을 묻고 듣고 반영했다.
정보 접근의 한계가 있을 나의 메이트님께 '베를린엔 뭐가 있다더라, 어디 어디에 가면 재미있지 않겠느냐' 의견을 물었고 우리의 일정표는 하나하나 합의를 바탕으로 작성되기 시작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에게 여행을 함께할 소중한 친구가 완벽하게 자리 잡은 것.
내 아이도 이제 여행을 즐기고 계획할 만큼 자랐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 것.
이제는 아이가 하나의 인격체로, 우리 가정을 지탱하는 한 꼭짓점이 되었다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이 우리에게 가장 의미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