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지난주에 내가 사는 지역으로 와서 ct촬영을 했다.
그리고 수술 날짜가 잡혔다.
몇 년 전부터 쓸개에 돌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다행히 증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건강검진을 하면서 의사가 돌이 너무 크고 많으니까
본인 같으면 쓸개를 떼낼 것 같다고 얘기를 하셨다고 한다.
엄마도 몇 년 동안 계속 쓸개에 돌이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마음 편하게 이번에 절제하기로 결심하셨다.
주변에서도 다들 이건 큰 수술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평소에 통증이 있었던 것도 아니라서 큰 걱정 없이 수술날 병원으로 향했다.
아빠, 동생, 남편까지 다 같이 병원에 가서
수술하러 들어가는 엄마를 배웅했다.
가족이 수술하는 게 처음이라 수술실 앞에서 인사도 못할 뻔했다.
드라마에서 보던 수술실 앞 장면이 떠올라서 얼른 엄마 침대를 따라가서
한숨 자고 오라고,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엄마는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씩씩하게 들어가셨다.
근데 1시간 후 엄마가 나왔는데 별 거 아닐 것 같던 내 예상과 달리
엄마는 아주 고통스러워했다.
너무 아파하는 엄마를 보면서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병실로 옮겨서도 엄마는 이를 악물고 말도 못 할 만큼 아파하는데
간호사는 수술 끝나면 원래 이렇다고, 진통제 넣고 있다는 말만 했다.
간호사에게 무통을 달아달라고 했지만
부작용이 많아서 의사 선생님이 이제 무통 안 쓰기로 하셨다고 했다.
엄마에게는 무통 부작용이 없을 수도 있는데 일단은 통증이 줄어야 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의료진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한 시간쯤 뒤에 더 센 진통제로 바꿨다.
그리고 나니까 아파하긴 하지만 처음처럼 말도 못 하고 신음 소리만 낼 정도로 아파하진 않으셨다.
진작에 센 진통제로 해 주지라는 원망이 생겼다.
병원 생활을 자주 한 친구가 아프다고 엄살 부려야 한 번이라도 더 봐주지
말 안 하면 의료진은 안 아픈 줄 안다고 한 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아빠만 병실에서 자고 나는 다음날 다시 엄마를 보러 갔다.
어제보다 한결 편안해진 얼굴이라 마음이 놓였다.
근데 혈관이 약해서인지 주사 바늘 꽂은 곳이 문제가 생겨서 두세 번 바늘 위치를 바꿔야 했다.
내가 젤 싫어하는 일이다.
나도 혈관이 약해서 병원에 갈 때마다 혈관이 안 보인다는 얘기를 듣는다.
안 그래도 쫄보인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내 팔에 여러 번 바늘을 찌를까 봐 엄청 긴장하게 된다.
병원에 가기 싫은 이유도 이 혈관 찾기의 어려움 때문이다.
잠깐만 참으면 된다지만 한 번에 성공 못하면 몇 번이나 찔러야 할지 알 수 없고
나중에는 어느 부위를 찌르게 될지도 몰라서 무섭다.
사람은 왜 안 아플 수 없을까?
라는 답도 없는 문제를 생각하면서 보호자 역할을 했다.
그래도 가족이 함께 하면서 제일 무섭고 아플 환자를 돌보고 말동무를 해줄 수 있는 상황이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다음에는 무조건 1인실을 하기로 결심했다.
내일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엄마가 밤새 잘 주무셨는지 살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