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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산에서 쉬어가는 순간

소소하고 담담한 설렘을 간직한 핑크색

Aloha,


석양이 질 무렵이면 Hale Manoa 기숙사 복도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재미가 꽤 솔솔 했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하늘이 매일매일 다른 색깔로 물들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이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이었습니다. 도저히 상상이 안 가는 조합의 색깔들이 하늘이란 도화지에 펼쳐지는 것을 보면서 색깔을 공부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면 언제 또 이렇게 여유롭게 하늘을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기에 더 열심히 하늘을 관찰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은 맑은 연 회색 하늘빛이지만 핑크색 구름 하나가 마노아 산에 걸려 있는 노을을 보게 되었습니다. 구름이 설렘이 가득한 핑크색으로 물들 수 있다니.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을 보고 본능적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여우비 (2021) 73.1 x 117cm, 판넬에 종이, 파스텔, 아크릴

하늘은 잔잔하며 고요하고 마노아 산은 싱싱한 여름의 녹색으로 물들어 있고 구름은 설렘을 간직하고 있는 노을. 하와이만이 가지고 있는 현실과 지상 낙원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표현이 된 것 같았습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문득 분홍색은 담담하게 사용하면 매력이 배가 되는 색깔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자연은 작가에게 큰 스승이라고 하더니 또 이렇게 한 수를 배웁니다. 


한국에 돌아온 후 일상 속 소소하고 담담한 설렘이 가득 담겨있던 핑크색 구름이 그리워 2021년에 여우비란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이 구름을 실제로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보며 하루를 즐겁게 살아보려 합니다.


https://brunch.co.kr/@alohamary/21


소소한 재미나 행복이 있던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Maha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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