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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 있으니까 좋다

by 빛나다

이렇게 걸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거리를 걸었어.


땅과 맞닿은 수가 헤아릴 수 없게

앞으로 걷고,

왼쪽으로 걷다

오른쪽으로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기도 하면서 말야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

여러 모습의 풍경을 대했고,

여러 언어가 섞인 소리들도 들었지

누군가의 친절함도

중간, 중간 만나기도 하면서.


무엇을 만나야 하고,

무엇을 보아야 하고,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무감은 잊고

그대로 만나게 되는 것에

그대로 보이는 것에

그대로 느껴지는 것에

즐거워지는 마음이

그 길가에 숨김없이 나오는 거야


'이러고 있으니까 좋다'

하면서.


돌아오는 버스 안,

지는 노을을 바라보니까

더 좋더라

지금 나는

의무감이 없는 자유로운 사람이구나 싶어서.

물론

후끈거리고 쑤시기 시작한 발바닥은

자기 전

마사지를 해줘야 하는

쬐끔의 의무감은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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