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명절이 길어 주부로써 시간을 지내다 보니 이번 주에 올라갈 에세이를 준비하지 못했다.
남편에게 당장 내일이 연재글을 올리는 토요일인데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물어보니
'아이와 그리는 미래'에 대해서 써보면 어떠냐고 한다.
내 에세이는 전혀 읽지 않는 남편이지만 툭 던진 소재에 나는 많은 바람들이 떠올라 이 글을 쓴다.
나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1년에 한두 번은 오로지 나와 아이만의 모녀 여행을 꼭 이어가고 싶다.
좋은 호텔이나 유행하는 여행지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와 나, 우리 둘만의 시간이다.
삼각대를 들고 포토존마다 서서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남기며 깔깔 웃는 순간들이 더해져
아이는 "엄마, 여기서 사진 찍어도 좋을 것 같은데?" 하며 아이의 여행스킬이 늘어난다.
그리고 그 소중한 추억과 경험들이 쌓여 언젠가 딸아이가 나를 비롯한 소중한 사람들과 여행을 할 때 나를 기억할 수 있는 따뜻한 온기가 되었으면 한다.
아이는 내가 뭘 입는지, 어떤 화장을 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거울 앞에 서서 "이 옷 어때?" 하고 물으면 “엄마, 이거랑 이거를 입어볼까?" 하며 망설임 없이 옷을 골라준다.
나는 서른일곱, 아이는 아이돌을 좋아하는 초등학교 2학년. 그래서인지 내가 조금 더 젊은 취향의 옷을 입을 때마다 아이는 신나서 말한다.
"내 친구 엄마들보다 엄마가 제일 젊고 예뻐!" 그렇게 아이는 나를 세상 누구보다 예쁘게 봐주는 사람이다.
그 눈빛 덕분에 나는 자신감을 얻고 거울 속의 나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된다.
“나, 엄마처럼 되고 싶어.” 아이의 그 한마디와 마음이 오래 지속되게끔 멋진 엄마이고 싶다.
정말 건강한 아이기도 하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입원한 적이 없고, 감기 한 번 길게 앓은 적도 없다.
나와 남편이 서로의 자유를 존중하게끔 아이는 잘 적응하고 상황을 이끄는 주도적인 아이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걷는 그야말로 튼튼한 딸내미.
아이의 건강함은 나의 자랑거리이고, 그 건강함이 오래오래 이어지길 바란다.
이번 명절이 너무도 길어 모두에게 게으름이 익숙한 나날들인데 ‘샌드위치 휴일’인 오늘.
아이는 시간을 계속 살피며 스스로 학원 갈 준비를 했다. “오늘 하루만 쉬면 안 돼요?” 하고 조를 법도 한데 말이다.
그런 순수한 책임감이 참 예쁘다.
나는 이 성실함이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해야 한다고 느끼는 마음, 그게 앞으로 닥칠 시간들로부터 아이를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나는 아이를 낳기도 전부터 모두에게 말했을 만큼 아이가 힘든 공부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대신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아이였으면 좋겠다. 그 길이 정답이 아닐지라도,
적어도 나는 그 옆에서 그 선택을 훼방 놓지 않고 믿어 줄 수 있는 엄마이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자란 아이가 스무 살이 되면 함께 동네 호프집에 가고 싶다.
맥주잔을 사이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만큼, 함께 있어도 창피하지 않은 멋진 엄마로 남고 싶다. ‘엄마니까’가 아니라 ‘내 친구 같은 엄마'로 함께 있고 싶다.
사실 이런 바람들 뒤에는 늘 내 엄마가 있다.
엄마는 내가 스물두 살이던 해,
오십을 채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그땐 몰랐다.
'조금 더 크면, 돈을 좀 더 모으면, 여유가 생기면’ 그때쯤엔 엄마와 더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시간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언젠가’라는 말 대신,
내일이 될 오늘, 그 매일의 하루가 아이와 그리는 미래가 되기를 바란다.
오늘의 웃음과 대화, 사소한 사진 한 장까지 그 모든 게 너와 내가 만드는 미래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