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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운트레이크 Aug 10. 2023

인생은 모두 날씨였다

그냥 조금씩 나아가는 여정이면 된다 

'인생은 모두 날씨였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어느 소설에 나오는 문장이다.


참 더웠다. 그런데 무더운 여름의 한가운데에 무심히 '입추'가 있었다. 그리고 곧 '말복'이 지나가니 이 여름도 끝나간다. 그런데 여름이 지나감이 좀 아쉽다. 뒤에서 성큼 그리고 묵묵히 다가오는 가을을 느끼며 이 '시간의 의미'를 찰나지만 생각해 본다.


'무엇을 위해 꾸준히 계절은 바뀌고, 인생의 시간도 소멸되어 가는 걸까?'


며칠 전 이런저런 사념에 빠져있는데 아내의 손에 이끌려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회를 다녀왔다. 많이 들어본 작가 이름과 어디선가 본 듯한 그림들이 꽤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미술관에서 봐야 할 작품이 많으면 숙제하러 온 기분이 든다. 보다가 금방 머리가 아프고 지친다. 아내에게 말했다.


"와우, 볼 작품이 너무 많은 거 아냐.."

"마음에 드는 거 몇 가지만 집중해 보면 되지"


빠르게 대충 스캐닝하며 사람들 줄이 많지 않은 곳, 그림이 빈 공간에 혼자 걸려 있는 곳을 집중 공략 했다. 잠시라도 작품과 몇 미터를 두고 혼자 보며 조우하고 싶었다. 1929년 작품 '철길의 석양'은 운 좋게 잠깐이지만 오롯이 혼자 감상하는 데 성공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이 눈에 들어온다.


'호퍼 부부는 뉴욕에서 메인주까지 함께 여행한다. 길 위에서 얻은 인상은 기억에 남아 지속적인 영감이 된다.. 호퍼는 운전을 할 때 그림 주제들이 잘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렇게 여행과 운전은 참 좋은 것이 맞다.. 왠지 힘이 나는 부분이다.




한 작가의 인생을 보면 날씨의 변화와도 같다. 작가의 연도별 작품의 구성과 색감은 계속 변한다. 최근에 가본 루이스 웨인, 안도 다다오 모두 마찬가지다.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스펙트럼이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호퍼의 경우 매우 다양한 곳으로 이주하고 여행 다니며 자신의 작품을 진화시키고 완성시켰다. 완성? '완성'이란 의미가 뭘까?


'생애 머물지 않고 계속 변화하는 과정을 유지하는 것..'


작가들의 전시회에 가면 작품보다 그 사람 인생 여정에 관심이 더 생긴다. 사실 작품 하나하나는 봐도 별 느낌이 없을 때가 많다. 대신 위대한 작가란 타이틀 속에 있는 한 사람의 인생을 보게 된다. 그저 보통 사람들 같이 기쁨과 슬픔이란 삶의 에피소드들을 녹이며 시대를 살아가야 했던 모습들.. 이게 와닿는다.


전시장을 나오며 한가해진 1층 카페에서 시원한 이스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셨다. 무더운 창밖의 하늘이 새삼 더 아름다워 보인다. 약간 영혼이 정제된 느낌? 잽싸게 늘 그런 사진 하나를 찍고 아내에게 말했다.


"이 무더위에 오느라 힘들었는데.. 역시 여름엔 이런 아아가 최고야!"

"덥다고 안 왔으면 지금 이 느낌도, 그 사진도 없었겠지.."

"오늘 그만큼 인생이 달라진 건가~"


뭔가 뿌듯한 느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냥 흘러가는 시간은 없다. 어제보다 오늘 마음이 더 편해지면 된다. 지금은 창밖에 많은 비가 내린다. 이 여름도 말복이 지나고 태풍이 지나가면 소멸하고 가을이 온다. 계절이 항상 변하듯 나도 늘 몸과 마음을 움직여보려 한다. 행복은 뭔가 움직여야 생긴다 하니까.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계속되어 간다는 느낌입니다."


에드워드 호퍼가 한 말이다. 맞다. 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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