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위에 가을이 있다.
10월의 산문, 첫번째 이야기
어느덧 중천에 떠있는 해도 가리지 못하는 완연한 가을이 왔다. 그래서 나는 자주 거리를 배회한다.
동네 카페에 가 창 밖 풍경이 잘보이는 자리를 선점하곤 읽고 싶었던 책을 잔뜩 쌓아놓고 읽는다. 그리곤 후드티의 모자를 쓰다 벗다를 반복하며 혼자만의 세상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한다.
마감 시간이 되어 카페를 나오면 곧 지나가버릴 가을의 정취를 조금이라도 더 누리고자 거리를 걷는다. 늦은 시간이어도 그리 춥지 않은, 오히려 살짝 추워지려하는 가을밤의 공기가 나의 발열된 정신과 뜨거운 육체를 식혀주는 것을 느끼면서. 뜨거웠던 날숨이 점차 차가운 들숨으로 식혀짐을 느낄 때 비로소 나는 차분해지고, 때로는 조금 들뜨기도 한다.
거리 위에서 가을이 숨쉬고 있다.
그것도 아주 생생하게.
24.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