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다정한 사람은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쉽게 큰 소리 내지 않는 사람,
쉽게 흥분하지 않는 사람,
따뜻한 눈빛을 보낼 줄 아는 사람,
그리고
스스로만큼 나를 생각하고 또 나만큼 스스로를 생각하는 사람.
나는 다정함이 가장 값진 것이라 생각한다.
쉽게 갖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가장 버리기 쉬운 것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향해 눈을 부라리고, 뜨거운 콧김을 내쉬고, 모진 말을 내뱉는 것. 그런 건 어쩌면 화날 때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 아닐까. 그리고 난 그 쉬운 선택들에 아파했다. 그것도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통해.
가족들은 내게 종종 말했다. '너는 눈물이 참 많아'. '왜 그렇게 쉽게 우니?'. '울지 말고 똑바로 말해'.
11살에 나는 그대로 커 27살의 내가 되었다.
시간은 겹겹이 쌓여갔지만, 난 여전히 쉽게 마음이 쪼그라지곤 한다.
나는 24시간 내내 평온하기를 바랐던 게 아니다. 롤러코스터 같던 어른들의 기분과 표정은 날 쉽게 예민하게 만들곤 했다. 머리가 뜨겁고 눈물이 볼로 흘러내렸다. 뜨겁도록 온화했던 목소리는 어느 순간 얼음장같이 차가워지기도 했다. 롤러코스터에 질려버린 나는, 다정함의 본질이 '순간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믿게 되었다. 그리고 더욱 악착같이 '다정함'을 찾아다녔다.
27살이 된 나는 정말 그대로 커버렸다.
아니 어쩌면 그 어느 때보다 '다정함'을 추앙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그 선택에 한 꼬집도 후회가 없어 뿌듯하다.
다정함을 선택하는 건 그 무엇보다 값진 선택이기에.
다정한 사람들 곁에 서기를 택한 나는, 감사하게도 각자의 '따수운 지점들'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온기를 공유해 가며 살아가고 있다. 결국 어떠한 순간에도 툭 툭 털고 일어서기 위해서는 여러 겹의 '다정'이 든든히 쌓여있어야 하는 것 같다.
오늘 당신도 다정함을 선택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