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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WT Aug 16. 2022

990원보다 훨씬 값진 애호박

텃밭 속 보물찾기

990원 애호박


요즘은 1000원 미만의 가격으로 애호박을 사기가 쉽지 않습니다. 최근의 물가 급상승과 더불어, 끊기지 않는 비로 인해서 기본적인 식재료인 애호박의 가격도 덩달아 올랐기 때문이죠.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애호박은 제가 항상 사는 식재료 중 하나였습니다. 항상 1000원이 될까 말까 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죠. 끝날 줄 모르는 에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고마운 가격이었네요.


단돈 1000원도 될까 말까 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던 애호박은, 느타리버섯과 함께 제가 장 볼 때마다 가장 얕보던(?) 식재료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항상 구매가 가능했기에, 고마운 줄 모르고 항상 과하게 사기 일쑤였죠. 값이 싸길래, 기르기도 당연히 쉽겠지라는 얕은 생각을 가지고 올해 애호박도 심어보았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농사의 맛이란 이런 걸까요? 결과적으로 990원의 가격보다 훨씬 많은 땀과 노력이 들었습니다.



텃밭 보물찾기, 애호박 찾기


애호박 농사는 제 추억에 '어릴 적 보물 찾기' 같은 느낌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커다란 호박잎 사이로 어디 숨은 애호박이 없을까 찾아 헤매는 그 재미가, 어릴 적 소풍 갔을 때 보물 찾기를 하던 설렘과 비슷하게 와닿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수확량이 극히 적었기에, 애호박은 마치 보물처럼 찾았을 때 크나큰 희열을 주었습니다. 고추처럼 여기저기 많이 열렸다면, 이렇게 큰 기쁨을 주지는 못했을 것 같네요.  


한편으로는 물만 열심히 주었더니 꽃이 피고 열매로 성숙한 애호박이 신기하기도 했지요. 호박 꽃이 지면 그 밑으로 자그마한 애호박이 열리기 시작하고, 애호박이 커가면서 호박 꽃은 떨어집니다. 애호박은 더욱 성장하며 무르익고, 제 눈에 띄어 저희 집 식탁까지 오르게 되지요.


꽃이 피고, 애호박이 열리는 과정
애호박 수확



애호박 단짝 친구, 단호박


애호박만큼 제가 좋아하는 식재료는 바로 단호박입니다. 달달한 단호박은 저희  아침식사에 주로 사용되지요. 오트밀을 우유에 자작하게 끓이고  단호박을 넣어 먹으면, 영양만점인 간편한 아침식사가 됩니다. 저희 집은 일주일에 2-3 이렇게 오트밀로 아침식사를 하기에, 올해 농사에 단호박도 심어 보게 되었습니다.


단호박도 애호박처럼 보물 중에 보물입니다. 주렁주렁 열릴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수확량은 적었고, 하나라도 찾게 되면 매우 기뻤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최근에 수확한 단호박은 이상하게 맛이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겉만 봐서는 익었는지  익었는지 분간하기 어려운 단호박을 제가 너무 일찍 수확한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혹은  오는 장마 도중에 수확했기에 맛이 없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해가 쨍쨍한 날에 수확해야, 농산물은 달고 맛이 좋다고 하더군요. 초보 농사꾼인 저는, 맛을 떠나 수확에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만요.


직접 수확한 단호박



가격으로 그 노고를 가늠할 수 없습니다


농산물을 그저 구매자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990원 애호박과 990원 느타리버섯은 크게 값어치가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애호박과 느타리버섯은 영양가도 풍부하고, 맛도 좋은 우리 밥상의 중요한 식재료이지요. 농부들의 땀과 노력이 충분히 농산물 가격에 반영이 되지 않아서일 뿐, 그 농산물의 가치는 그보다 훨씬 크고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직접 키워보니 피부로 와닿더군요. 농사를 지어보기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을 고마움입니다.


농사를 통해서 수확하는 기쁨도 크지만, 이 어려운 걸 대신해 주는 감사한 농부들의 노고가 있기에 그동안 편히 장을 보고, 편히 요리를 할 수 있었구나 깨달음도 큽니다. 끝이 없는 비로 인해, 지금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으실 농부들을 생각하면, 저도 생각이 많아지는 밤입니다.


직접 수확한 애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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