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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WT Aug 28. 2022

딸이 엄마에게 보내는 첫 김치

고구마 줄기 김치 만들기

2차 고구마 줄기 수확


저희 텃밭에는 고구마 줄기가 많다 못해 넘칩니다. 좁은 공간에 많은 고구마를 심은 탓도 있지만, 올해 고구마 줄기가 풍년인 듯 유독 잘 자란 것 같기도 합니다. 예전에 고구마 줄기 중 일부를 수확해서 고구마 줄기 볶음을 해 먹었는데요. 이번에는 고구마 줄기 김치를 만들고자 고구마 줄기 수확에 들어갔습니다. 개인적으로 김치중에 즐겨 찾는 김치가 바로 고구마 줄기 김치인데요. 둘째를 임신하고 우연히 처음 맛을 본 이후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김치입니다.


부모님과 함께 밭으로 가서 뿌리 부분의 고구마에 해가 되지 않도록, 고구마 줄기를 띄엄띄엄 수확했습니다. 엄마는 고구마 줄기 중에서도 오동통하고 두꺼운 것만 골라서 수확하라고 미션을 주셨죠. 오동통한 고구마 줄기를 손으로 뚝뚝 따고, 고구마 잎을 모두 떼어냈습니다. 그렇게 김치를 담그기 위한 고구마 줄기 한가득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내가 담근 내 생에 첫 김치


저는 요리를 좋아합니다. 먹는 것도 좋아하지만, 만드는 것도 좋아하죠. 웬만한 요리는 인터넷이나, 책 속 레시피를 보고 곧잘 따라 합니다. 주부 5년 차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감히 도전하지 못했던 분야가 바로 김치 담그기입니다. 오븐으로 디저트는 만들어보아도, 손으로 김치는 못 담가보았죠. 수시로 저희 집 냉장고 속 김치를 보충해 주는 양가 부모님 덕분에, 큰 필요성을 못 느껴서 일까요? 아니면 김치 담그기가 어렵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도전을 미루게 된 걸까요? 둘 다 어느 정도 맞는 말 같습니다.


일을 다니시느라 저보다 바쁜 엄마를 대신해서, 이번에는 제가 직접 고구마 줄기 김치를 담그기로 했습니다.

고구마 줄기 김치 담그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1. 고구마 줄기를 데친다.

2. 양념 재료를 모두 넣고 믹서로 간다.

3. 고구마 줄기 껍질을 깐다.

4. 고구마 줄기에 간 양념과, 양파, 멸치가루를 넣고 골고루 버무린다.


내용만 보면 참으로 간단하죠? 저는 2번 양념을 만드는 부분이 가장 고난도라도 생각하고 시작했다가 아주 큰코다쳤습니다. 3번 고구마 줄기 까기, 소위 '노가다'가 의외의 복병이더군요. 가뜩이나 양이 많은 고구마 줄기의 껍질을 까다 보니, 잠시 멘붕이 오기도 했습니다. 이래서 돈 주고 사 먹나 싶던 순간입니다.


고구마 줄기 껍질까기 '노가다' 현장


그래도 시작한 거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고구마 줄기를 모두 까고 갈아 놓은 양념재료와 함께 잘 버무렸습니다. 양념은 미리 갈아놓고 잠시 두었다가 사용하면 좋다는 블로그 글을 보고, 고구마 껍질을 까면서 미리 갈아놓았다가 사용했습니다.


양념재료와 양념재료를 믹서로 가는 모습


이렇게 양념에 버무린 고구마 줄기에 양파와 멸치가루를 넣고 다시 한번 버무립니다. 이렇게 고구마 줄기 김치 완성! 김치라는 넘사벽일 것만 같던 요리가 생각보다 쉽게 끝났습니다.




엄마 손맛 김치


많은 분들이 엄마 손맛 김치 하면 생각나는 김치 맛이 있을 실 텐데요. 저도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집에서 줄곧 먹어온 엄마가 직접 담가준 김치의 맛. 배추김치, 총각김치, 깍두기, 동치미 등등 종류도 다양한 엄마 손맛 김치를 먹으면서 자랐습니다. 어릴 적에는 항상 냉장고에 기본 옵션으로 있는 김치 덕분에, 김치가 아쉬운 적이 없었는데요. 결혼하고 우리 집 냉장고가 생긴 이후로는 시댁과 친정에서 얻어오는 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그것도 부족하면 종종 김치도 사 먹을 때도 있었지요. 엄마와 함께 살지 않는 지금은 김치가 상당히 귀한 반찬입니다.


시어머니는 김치가 떨어질 때쯤 손수 김치를 바로 담가서 보내주십니다. 갓 담근 김치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한 시어머니의 김장 스타일입니다. 반대로 친정 엄마는 담가 놓은 김치를 나눠주시죠. 신 김치만 유독 고집하는 저를 위한 방법입니다. 방법은 다르지만, 두 분 덕분에 저희 집 냉장고에 대부분은 김치가 항상 있습니다.


아무런 욕심 없이 자식들을 챙기는 부모의 마음을, 두 번의 임신과 출산을 겪고 나서야 겨우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우리 딸, 아들에게 나중에 김치를 담가주는 엄마가 될 수 있을까요? 오늘 김치를 직접 담가보고 나눠먹는 과정을 겪으면서,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의 빛을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김치를 담가, 미래에 연세가 더 드신 저희 부모님을 위해서도 김치를 담가드리고 싶네요. 제가 부모님께 받은 사랑의 백분의 일도 안되지만, 저도 노력하고자 첫 시도로 제가 담근 고구마 줄기 김치를 친정에 보내드렸습니다. 이날은 상당히 뜻깊은 날로 기억될 것 같네요.


친정 부모님께 보낸 김치 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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