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애호박의 발견
자이언트 애호박의 발견
지금 저희 텃밭에는 호박이 한창입니다. 마트에서 1년 내내 살 수 있는 게 애호박이기에, 저는 사실 애호박이추운 겨울을 제외하고 1년 내내 계속 나오는 채소로만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보니 호박도 다 제철이 있습니다. 저희 텃밭 호박은 지금이 전성기이고요. 오늘은 커다란 호박을 3개나 발견해버렸어요. 그중에 오늘 당장 수확한 호박은 바로 이 자이언트 애호박입니다.
제 생각에는 제가 종자가 유난히 큰 호박을 심은 건 절대 아닙니다. 이 큰 몸을 가지고도 꼭꼭 잘도 숨어있던 이 녀석을 제가 늦게 발견했고, 그동안 애호박은 엄청나게 커버린 거죠. 이렇게 큰 애호박이 있다니 신기하면서도, 뜻밖의 엄청난 수확에 마음도 살짝 들떴습니다. 콩나무를 처음 발견한 잭의 마음이 저와 비슷한 마음이 아니었을까요? 이 애호박은 무치고 볶고 국을 끓여 온갖 요리를 다 해도, 저희 가족이 모두 소비할 수는 없을만한 크기입니다. 요즘 애호박 가격도 치솟았던데, 이참에 이웃과 나눠야겠습니다.
자이언트 호박 삼총사
텃밭에서 찾은 보물은 애호박뿐만이 아닙니다. 애호박 외에도 엄청나게 큰 호박을 2개나 더 찾아냈습니다. 애호박을 찾고 나니 신이 나서, 더 눈을 크게 부릅뜨고 호박 보물 찾기를 했더니, 그동안 못 찾았던 엄청난 녀석들을 더 발견할 수 있었죠. 재미있는 건 이 호박 삼총사, 다 같은 호박이 아닙니다. '애'호박으로 부르기 민망할 만큼 크지만, 애호박과 단호박입니다. 단호박 역시 오랫동안 수확은 안 하고 두었더니, 저렇게 커져버렸죠.
수확 못한 호박을 어떻게 해야 하나 엄마께 여쭤보니, 속까지 잘 읽을 때까지 일단 두라고 하시더군요. 저렇게 큰 호박을 또 서리당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었지만, 맛있을 때 수확하려고 엄마 말씀대로 수확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할로윈 때쯤 수확이 가능하면, 아이들과 할로윈 호박 조각이나 해볼까 합니다. 한 달 정도만 잘 버티면 더 커지고, 맛있게 익어줄까요? 벌써부터 기대되는 할로윈이네요.
인큐베이터 애호박에 익숙해지지 마세요
저도 모르는 사이, 그동안 마트에서 인큐베이터 애호박만 사는데 익숙해졌습니다. 인큐베이터 애호박은 애호박이 아주 작을 때 애호박에 비닐을 씌워, 그 안에 애호박이 꽉 차게 키우는 시스템입니다. 어떻게 보면 획일적인,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애호박의 모양을 만들어내기 위해 애호박에게 코르셋을 입히는 느낌도 듭니다. 인큐베이터 애호박은 더 크고 싶어도 클 수 없는 환경에서 크지만, 텃밭 자연 속 애호박들은 '애'호박 이름표를 금방 떼고 자이언트 호박으로 클 수 있는 환경에서 큽니다. 크기만 큰 게 아니고 요리하면 맛도 더 좋습니다.
예쁘고 흠 없는 모양의 농산물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맞춰, 마트에서는 예쁘고 흠 없는 농산물만을 들이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산자들도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농산물을 키우는 건 생산자이고, 공급하는 건 공급자이지만, 모든 걸 움직일 수 있는 열쇠는 결국 소비자인 저희들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닐 옷을 꽁꽁 입고 있는 예쁘게 자란 농산물보다, 비닐 옷도 없이 벗고 있지만 더 친환경적인, 못생겨도 더 맛있는 농산물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바라봐 주는 건 어떨까요? 오늘도 텃밭에서 많이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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