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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WT Sep 12. 2022

봄, 여름, 또 봄

수확에서 다시 성장하는 텃밭으로

여름(夏) 또 다른 모습, 수확의 계절


흔히 가을 하면 추석과 함께 풍요로운 농산물 수확의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저도 가을을 수확의 계절로만 알고 있었지요. 지난봄부터 텃밭과 왕래를 자주 하다 보니, 제가 그동안 알고 있던 사실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수확할 수 있는 농작물도 꽤나 많습니다. 가을뿐만 아니라 여름도 나름 든든한 수확의 계절인 셈이죠.


돌이켜보면 봄에 심고, 여름에 수확한 농작물이 참 다양했습니다. 감자, 상추, 토마토, 고추, 참외, 옥수수, 호박, 콩잎, 고수까지 모두 저희 집 식탁에 올라왔었네요. 이 정도면 여름 텃밭도 '수확의 계절 배지'를 상으로 줘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저라면 여름을 제1 수확의 계절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제1 수확의 계절 여름이 지나가면, 제2 수확의 계절 가을이 오니까요.



가을(秋) 또 다른 모습성장의 계절


여름의 끝자락, 수많은 농작물들이 많은 결실을 맺고 그 끝을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식물들도 살아있는 존재이기에 끝없이 결실을 만들어낼 수는 없죠. 아쉬움 반, 시원함 반, 기쁘지도 슬프지만도 않은 복잡한 마음으로 여름 농작물 대다수를 거두어냈습니다. 그리고는 여름의 끝자락에 가을을 맞이하며 배추, 무, 대파를 심었습니다. 곧 상추와 총각무도 심을 예정이죠. 이렇게 저희 텃밭은 또다시 봄의 모양새를 갖추고 가고 있습니다. 수확만 생각했던 가을에, 이렇게 새로운 농작물을 심을 줄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네요. 


가을에 심는 농작물은 수확이 빠른 만큼 생장속도도 엄청나게 빠릅니다. 심을 때는 이제 심어서 겨울 전에 수확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가을 농작물들의 자라는 속도를 보니 수확 때까지 충분히 무럭무럭 자랄 것 같네요.


종근으로 심은 대파


모종으로 심은 배추


씨앗으로 파종한 하얀무



봄, 여름, 또 봄


여름 동안 내린 많은 비와 넘치는 햇빛 덕분에 아마존 텃밭으로 무섭게 성장해버린 텃밭이, 이제 다시 아기자기한 새싹과 여린 잎들로 가득 찼습니다. 지난봄과 같이, 텃밭에 드나들며 식물들의 성장을 지켜보던 그 재미를 당분간 다시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봄과 가을은 선선하며 과하지 않은 온도와 햇빛을 제공해 줍니다. 새싹같이 여린 식물들이 자라기에 최적의 환경이지요. 그래서 봄과 가을에 두 번 파종하고, 텃밭이 일년에 두번 크게 성장하며 변화하나 봅니다. 저희 텃밭 식물들처럼, 저도 올가을 크게 성장할 수 있을까요? 


이 글을 마무리하고 있는 오늘, 할머니의 임종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 다녀왔습니다. 어린아이들의 곁을 지켜야 하기에, 할머니께는 간단히 마지막 인사만 남기고 돌아와야 했죠. 이렇게 가까웠던 어른들이 한 분, 한 분 제 곁을 떠나면, 저는 제 아이들에게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곤 합니다. 어른들이 날 위해서 채워주셨던 그 곁처럼, 저도 아이들의 곁을 잘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올가을, 저도 쉬지 않고 텃밭과 함께 다시 한 뼘 성장해야겠다 굳게 다짐해 봅니다. 저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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