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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WT Sep 23. 2022

텃밭 농사 땅콩의 변신

땅콩의 참맛, 땅콩 조림

텃밭 인심


오늘도 일찌감치 밭에 나와서 밭일을 하고 계시는 친구 부모님을 만났습니다. 제가 오늘 운이 좋긴 한가 봅니다. 마침 밭에서 무언가를 수확하고 계시더군요. 이를 알고 간 건 아니지만, 역시나 친구 부모님께서는 오늘의 수확물인 방금 캔 땅콩을 잎과 뿌리째로 한 무더기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이거 땅콩인데, 쪄 먹으면 아주 맛있어. 가져가 먹어요."


땅 위를 가득 매우던 시퍼런 잎들을 캐보니 땅 아래에서 땅콩이 나오는 것도 신기했지만, 땅콩을 쪄서 먹으라는 말에 더 놀랐습니다. 땅콩을 쪄 먹을 수도 있다고요?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여쭤봐도, 역시나 쪄 먹는 게 정답이라네요. 친구 부모님께서 그동안 제게 나눠주신 선물은 감자, 옥수수, 대파, 땅콩까지 상당합니다. 덕분에 저희 밭과 저희 집 식탁도 풍족해지고요. 텃밭 인심 한번 참 후하죠.




땅콩의 참모습


갓 캐낸 땅콩은 뿌리에 옹기종기 모여 무슨 비밀회의라도 하듯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모든 땅콩이 땅콩 알을 두 개씩 담고 있는 생김새는 아니더군요. 생각 외로 땅콩 알을 한 개만 담고 있는 땅콩도 많았습니다. 하나뿐이지만 이 역시 땅콩을 속 안에 잘 품고 있기에, 버리지 않고 잘 모았습니다. 제 눈으로 직접 보았지만, 그동안 먹어온 땅콩이 이렇게 뿌리에 열린다는 게 새삼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입니다.


나무를 그늘 삼아 텃밭에 털썩 주저 않아 땅콩을 떼며, 농부님들이 틀어주신 라디오 속 뉴스와, 트로트를 들으며 밭일을 하니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가던지요. 이 맛에 농사짓나 싶더군요. 오늘만은 저도 참 농사꾼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땅콩의 참맛, 땅콩 조림


그동안 살면서 먹은 땅콩의 대부분은 단연 볶음땅콩입니다. 아무리 머리를 짜내며 생각해봐도, 볶음땅콩 외에는 땅콩을 다른 조리법으로 먹은 추억이 없습니다. 편의점이든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구수한 볶음 땅콩. 맥주 안주의 대명사 땅콩. 그게 땅콩의 모든 것인 줄로만 알고 살아왔는데, 오늘 보니 아니더군요. 땅콩을 쪄 먹을 수도 있습니다. 어머니 말씀에 따라 땅콩을 껍질째 씻어서 찜솥에 쪄보았습니다. 찜솥에 찐 후, 한 김 식혀 땅콩 껍질을 하나하나 까면서 잠시 인내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단순히 찜솥에 찌기만 한 땅콩은 솔직히 단짠에 길들여진 제 입맛에는 약간 싱거운 맛이더군요. 이대로는 우리 애들도 안 먹겠다 싶어, 고민을 하던 끝에 땅콩 조림으로 작전을 변경했습니다. 조림의 달고 짠맛이 가미되면, 우리 아이들도 저도 잘 먹겠다 확신이 들었죠. 그리하여 처음 만들어보는 땅콩 조림 레시피를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습니다. 기존에 만들어보던 다른 조림들과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땅콩이라는 식재료가 반찬으로는 조금 어색한 제 입맛 때문일까요? 이렇게 쉬운 반찬을 그동안 한 번도 안 만들어봤네요.



껍질을 깐 땅콩에 간장, 설탕, 맛술, 그리고 청을 넣고 자글자글 졸여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물엿을 후루룩 넣고, 참기름 살짝 더해주니 끝. 순식간엔 찐 땅콩에서 단짠 땅콩조림으로 환골탈태했습니다. 달달한 게 이젠 저희 집 가족들의 입맛에 딱이더군요. 텃밭 인심과 함께 저희 냉장고 속도 풍족해져 갑니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냉장고 속보다 제 마음이 더 풍족해져 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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