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WT Oct 12. 2022

여기, 텃밭 세고랑 추가요

알타리무 파종

여기, 텃밭 세고랑 추가요


얼마 전, 친구 부모님께서는 땅콩을 수확하시며 땅콩을 제게도 나누어 주셨었죠. 친구 부모님께서 땅콩을 기르는 데 사용하시던 그 텃밭 세 고랑은 빈 공간이 되었고, 제게 깜짝 선물로 이 세 고랑을 추가로 빌려주셨습니다. 김장 준비를 하던 제게, 알타리 무를 더 심을 수 있도록 양보해주신 거죠. 마침 겨울 김장 때 사용할 알타리 무를 심을 공간이 부족했고, 고구마를 일찌감치 캐야 하나 고민하던 참에 너무나도 감사한 소식이었습니다. 더 넓어진 밭을 가꿔야 하는 부담감도 물론 마음 한편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 겨울이 오기 전 마지막 파종이기에 마지막까지 열심히 농사를 해보자는 마음으로 감사히 텃밭 세 고랑을 추가로 빌렸습니다.



알타리무 파종


어느 주말 오후,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겨놓고 텃밭으로 잠시 육아 도피를 나갔습니다. 하루 종일 두 아이의 울음과 끝없는 질문 세례로 귀가 아플 지경이 되면, 힘든 밭일이 얼마나 달콤하게 느껴지는지 모릅니다. 텃밭에서는 그 어느 누구도 제게 말 한마디 걸지 않죠. 그 시간만큼은 온전한 저만의 시간입니다. 비록 밭일이 육체적으로 힘들지는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스트레스를 해소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달팽이 군단의 공격으로 배추 농사가 잘 될 것 같지 않자, 배추김치 대신 총각김치라도 많이 담가야겠다 마음에 알타리무 씨 한 봉지를 모조리 파종했습니다. 듬성듬성 구멍을 살짝 파고, 붉은 씨앗을 여러 개 넣고 흙으로 살짝 덮어주었습니다. 무릎 아픈 줄도 모른 채, 무릎 꿇고 텃밭을 누비며 알타리무 씨앗을 파종했지요. 집에서는 무릎 꿇고 걸레질도 안 하던 제가, 흙 위를 아이스 스케이팅하듯이 누비고 다닐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알타리무 씨앗과 추가로 빌린 텃밭


파종도 나름 여러 번 해보았지만, 이번에야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씨앗을 텃밭에 뿌리고 나서 그 위를 망으로 덮어주지 않으면 새들이 씨앗을 먹어버린다는 사실입니다. 친구 아버님의 조언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이죠. 아버님께 검은 망을 빌려, 씨앗 위를 망으로 덮어놓고 새싹이 올라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배추를 달팽이들에게 빼앗겼는데, 알타리무마저 새들에게 빼앗기면 너무 속상할 뻔했네요.


씨앗을 뿌리고 얼마 뒤덮어준 커다란 망



알타리무 솎아주기


며칠 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새싹이 아주 잘 자라주었습니다. 씨앗을 새들로부터 보호해주던 망을 제거해주고, 새싹이 더 클 수 있도록 물을 주었죠.


얼마뒤 흙밖으로 나온 새싹


그렇게 또다시 며칠 뒤 새싹은 솎아주어도 될 만큼 튼튼하게 잘 자라주었습니다. 그래서 강자만이 살아남는 솎아주기, 일명 무게임을 다시 한번 해주었지요. 알타리무는 다 자라도 일반 무만큼 크기가 크지 않기에, 한 구멍에 2-3개씩 넉넉히 남겨도 된다던 엄마와의 통화가 기억에 났습니다. 연륜이 있는 엄마의 조언에 따라, 구멍마다 여유 있게 3-4개의 새싹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뽑아주었습니다.


오손도손 많이도 자란 알타리무 새싹 (솎아주기 전)


그렇게 뽑은 새싹은 한 바구니가 가득 차더군요. 텃밭에서는 버릴 게 하나도 없습니다. 약하다는 이유로 뽑힌 새싹들도 맛있는 식재료가 될 수 있고요. 집으로 가져온 새싹을 깨끗이 물로 씻어낸 후, 다른 야채와 참치를 섞어서 새싹 비빔밥을 만들어 남편에게 대접했습니다. 잠시였지만 제가 텃밭에서 힐링하는 사이, 혼자 아이들을 보며 고군분투했을 남편을 위해서요. 궁시렁 궁시렁대던 남편도, 싱싱한 새싹 비빔밥은 맛있던지 한 그릇을 순식간에 뚝딱 먹어치웠습니다. 비록 무게임에서 패하고 저희 집 식탁에 오른 새싹이지만, 쌉싸름한 새싹의 맛은 일품이더군요. 


뽑아서 식재료로 사용한 알타리무 새싹들



이전 18화 오징어 게임 말고, 무 게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