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바운더리와 필요한 만큼의 돈

현실적인 문제

by 한세계

"그럼 소는 누가 키우고?"


돈 벌이없이 지낸다는 걸 아는 전 직장동료는 이렇게 말했다.


"소를 키우긴.. 그간 키워논 소 잡아먹고 사는거지." 수입은 퇴사를 하면 바로 끊기지만, 숨만 쉬어도 나가는 고정지출들이 있다. 벌지 않는 동안은 벌어둔 걸 쓰는거지 뭐.


보험료가 그렇고, 전세대출에 대한 이자, 관리비, 통신비같은 주거와 생활 관련한 비용들은 갭이어동안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갭이어, 앞으로 뭐하고 살지 다시 고민해보는 여백의 시간을 스스로에게 주기위해 저축해둔 돈이 어느정도 있어야하는 게 맞다. 그걸로 스스로에게 얼마나 시간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두면 마음의 조급함을 조금은 잠재울 수 있다. 물론 나는 이런 구체적 계획 없는 채로 퇴사하긴 했지만은.^^..


아 물론 퇴사하고 회사 안다니면 줄어드는 비용도 있다.매일 들었던 식비, 교통비, 매일 외출하니 자주했던 쇼핑비용 정도.


돈이 더 들어가는 부분도 있다. 이전까지 했던 일 대신 지속가능한 다른 일을 찾기 위해 투자가 필요한 부분도 있었고, 잃어버렸던 주체성, 감각을 찾기 위해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에 드는 비용도 있었다. 내 몸 구석구석을 감각하는 요가나 마음을 살피기 위해 시작한 글쓰기 수업 비용 같은.

거기다 예상치 못한 큰 돈 나갈 일들이 생기기도한다. 보증금을 올려야하는 전세만기나, 부모님이 갑자기 아프시거나, 나같은경우 시간이 되자 미뤄뒀던 병원 다니면서 몸 이곳 저곳 살피고 임플란트도 했다. ㅠ


조급해지는 마음에 필요한 돈을 계산해야했다. 작은 돈이라도 지금 줄일 수 있는 건 줄였다.

따로 쓰던 GPT계정은 새로운 구글 계정을 하나파서 남편이랑 같이 쓰기로 하고. 뭐 알고리즘 섞이는 게 싫어서 따로 썼지만 우리는 어차피 한 인생이니(?) 하나로..

SKT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로 50g데이터를 더 준다니 굳이 다 쓰지도 못할 높은 데이터 요금제 유지할 필요도 없으니 올해말까지는 핸드폰 요금도 굳혔다.

500만원 가량 남겨두고 매달 8만원씩 빠지는 학자금대출도 수입이 없는 경우 무이자 유예를 3년 해주는 제도가 있었다.

첫 월급을 탈 때부터 매달 해온 국경없는 의사회에 하던 기부를 중지했다. 매달 자동이체로 나가는 알림받고 그때잠시 생각해볼 뿐이지 실제로 어떤 도움을 주고있는지 체감도 안될 뿐더러 지금 내 상황에서 유지하기는 좀 어려워서.


월급받으며 살 때는 살다보면 월급이 들어오고, 살다보면 돈이 빠져나갔다. 얼마나 쓰고 나가는지도 자세하게 몰랐었다. 그러니 많이 벌면 좋지~ 하는 생각으로 지냈지.


지금은 내가 행복하게 사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돈을 꼽아보고, 필요한 만큼만 버는대신 시간과 자유를 얻는쪽으로 차츰 나아가고있다.


가계부도 만들어가며 내가 행복하게 살려면 얼마정도 필요하고 중요한 게 뭐고 중요하지 않은 게 뭔지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그래도 자유없이 최대한의 돈을 벌려던 때보다

돈을 덜 쓰더라도 자유가 주어지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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