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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May 21. 2022

제주바다에서 온 손님

소라게

"엄마! 우리도 애완동물을 키우면 안 돼요?"




아이가 어느 정도 크자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어 했다. 외동인 아이는 혼자 잘 놀기도 하지만 자주 심심해하곤 했다. 하지만 어른들에게는 동물을 집안에 두고 키울 여력 없었다. 그래도 제주에 와서는 고양이가 자주 밖에 왔다 갔다 할 때는 그 말이 쏙 들어갔는데, 요새는 고양이가 가끔 밖에 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의 입에서 다시 애완동물 이야기가 나왔다.



제주에 와서도 겨울이라는 이유로 그리 활발히 지내지 못했다. 종종 실내에 있는 뮤지엄에 가긴 했지만 바깥 활동하면 추워서 감기에 걸린다는 이유로, 또는 코로나가 굉장히 심각해졌다는 이유로, 평일에는 유치원에 갔다가 피곤하다는 이유로 큰 활동이 없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아이는 조금 지루해했었다. 그런데 다행히 최근에는 날씨가 아주 따뜻해졌다.



그래서 오늘은 오랜만에, 아니 제주에 와서 거의 처음으로 아이를 데리고 바닷가로 모래놀이를 하러 나갔다. 바다에 종종 가곤 했어도 모래 놀이는커녕 바다를 바라만 보는 경우가 다였다. 그러니까 우리가 제주에 와서 산지 6개월 만에 아이는 바다에 가서 모래놀이를 할 수 있었다(이러다 곧 일 년 살이가 끝나겠다). 그러나 보통은 우리 집 정원에 있는 흙으로 모래놀이를 하곤 했으니 제주에 와서 모래놀이를 하지 않은 것은 또 아니다.




어디 바닷가로 가볼까? 제주에는 워낙 많은 해변이 있으니 고민이 되었다. 가까운 바다는 이호테우해변이 있고, 다녀왔던 바다 중에 예쁜 곳은 협재해수욕장과 함덕 해수욕장이 있었다. 가깝지만 새로운 바다로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곽지 해수욕장에 다녀오기로 했다. 오랜만에 날씨가 화창하다. 바다 나들이에 딱 어울리는 날씨다. 아직 물속으로 풍덩 들어가긴 쌀쌀하지만, 발을 담그기에도 혹은 바닷가를 산책하거나 아이들이 모래놀이 하기 딱 좋은 날다.





제주 곽지해수욕장




곽지해수욕장에 도착한 아이는 바로 모래놀이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온 바다라 같이 놀자고 하는 대신 혼자서도 모래놀이에 집중했다. 한참 모래놀이를 하다가 아이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해초류와 아주 작은 예쁜 것들을 줍기 시작했다. 아이가 가진 작은 바구니에는 여러 가지 해초류도 그리고 예쁜 조약돌과 조개껍데기 등이 담겼다.



한참을 모래놀이와 예쁜 것 줍기에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조금 지나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불어오는 바람이 차다. 아직 여름이 아니라 그런가 보다. 차가운 바람이 느껴지니 슬슬 집에 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밝음아~ 집에 가자~~~" 하고 외치니 아이가 가까이로 다가왔다. "엄마 조금만 더 놀고 가면 안 돼요?" 아이는 간절히 애원했다. "그래~ 조금만 더 놀자.  그런데 바람이 차가워지고 있으니 오래 놀지는 못할 것 같아." 나는 아이가 가져온 바구니를 살펴봤다. 아이의 작은 바구니에는 해조류 몇 가지와 예쁜 조개껍질과 개의 소라껍데기 있었다. 아이는 그것들을 내 옆에 모아놓고 다시 채집하러 바닷물 가까이에 있는 돌로 다가갔다.



'예쁜 것을 주웠네~ ' 생각하면서 그것들을 옆에 두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소라껍데기가 움직이는 것이다. 그 속에서 나온 다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것은 '소라게'였다. 재밌게도 아이가 가져온 3개의 소라껍데기는 모두 소라게였다.



" 밝음아~ 이거 소라게야!!" 하고 말하니 아이가 뛰어왔다. 이리저리 움직이던 소라게가 소라껍데기를 건드렸더니 쏙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아이에게 소라껍데기를 뒤집어 발을 확인시켜주니 "우와~ 소라게다! "하면서 기뻐했다. 아이는 소라게를 손에 올려놓고 너무 좋아 어쩔 줄 몰라했다. 그 순간에소라게는 미동도 없이 조용했다.



아마 아이는 태어나 처음 본 소라 게일 것이다. "이거 집에 가져갈래요~"  "그런데 소라게를 집에 가져가면 금방 죽을지도 몰라. 그래도 괜찮아?" 그 소리를 들은 아이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나 결국은 포기하지 못하고 집에 가져가겠다고 다. 우리는 일주일 후에 다시 소라게를 원래 살고 있던 바다로 데려다 주기로 약속하고 집에 들고 왔다.  











집에 도착하니 마침 앞집에 놀러 왔던 언니들이 뛰어온다. 아이는 신이 나 언니들에게 자랑한다. "나~ 소라게 잡았다" 그 얘기를 들은 제주 언니들은 "우린 소라게 많이 잡아봤는데"라고 말했다. 곧 언니들은 집으로 뛰어가 곤충채집통을 가져온다. 그것을 당분간 소라게 집으로 빌려주었다. 우리는 채집통에 가져온 해조류와 소라게를 넣었다. 소라게들이 이 좁은 곳에서 과연 잘 지낼 수 있을까?  그러나 아이는 소라게의 모습이 굉장히 신기하다는 듯이 한참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엄마 우리도 드디어 애완동물이 생겼어요"라고 말하며 신나 했다.





소라게와 소라게의 먹이를 알려주는 글









밤이 깊어 아이는 잠이 들었다. 나는 거실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어디에선가 인기척 소리가 들린다. 집이 조용하고 밖이 어두워지니 소라게들이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라게들이 움직이는 것을 자세히 살펴보니 특히 한 마리의 소라게가 활발하게 움직인다.



모두 세 마리의 소라게다. 큰 사이즈 두 마리, 아주 작은 소라게 한 마리가 함께 지낸다. 큰 두 마리의 소라게 중에서도 한 마리 소라게만 활발했다. 소라게는 처음에는 작은 소라게에 다가갔다. 그리고 그 작은 소라게 위에 올라가 앉았다. '너무 한 거 아냐? 덩치가 2배 더 큰데?' 나는 생각했다. 그래서 왠지 모를 불안감에 그 소라게를 떨어뜨려 주었다.



사람의 손길을 느낀 소라게는 한참을 조용했다. 그 후, 다시 그 활발한 소라게가 움직였다. 그리고 이번엔 다른 커다란 소라게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가서 껴안는다. '이건 무슨 상황이지?' 지켜봤다.  소라게는 다른 게들이 살았나 확인하는 것일까? 아니면 둘은 만나 내가 모르는 바다 언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일까? 소라게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해졌다.









곤충채집통에 갇힌 소라게들을 한참 바라보고 있자니 그들이 불쌍해졌다. 넓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는 소라게들을 아이의 호기심과 , 요구를 뿌리치지 못하고 집에까지 데려와서 미안했다. 당연하게도 소라게는 지금 이 환경이 너무 스트레스일 수도 있다. 나는 소라게를 하루라도 빨리 바다로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일이라도 당장 다시 해수욕장에 다시 가서 소라게를 보내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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