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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Aug 14. 2022

제주, 일 년 살기 연장을 고민하다.


제주에서 지내는 것은 정말 좋다. 물론 불편한 몇 가지가 있긴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이곳에 사는 것은 천국이다. 특히 소음과 사람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연과 함께하는 이곳은 나에게 완전한 휴식이다.



섬나라에 사는 로망. 우린 운이 좋았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길어진 재택근무 덕분에 이곳에 와서 살 수 있었다. 장단점이 확실했던 바이러스.... 덕분에 누군가는 간절하게 원해도 할 수 없는 꿈같은 일을 실현할 수 있었다.



제주에 산지 벌써 10개월이 지났다. 늦가을과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했고 이제 한여름이다. 그러니까 거의 사계절을 제주에서 다 지내보았다. 그리고 이제 2개월 후에는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2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생각하니 마음은 조급해지고, 아쉬움이 너무 컸다. 그래서 우린 1년을 살아볼까 계획 중이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일 년을 연장해 더 살아보는 것은 쉬울 것이고,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일이 더 어려운 까닭이다.









실은 제주도에 사는 것은 너무 좋은데, 가슴 한편엔 언젠가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불안 마음이 존재한다. 제주에서 사는 것은 마치 상상 속의 세계에 살고 있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잘 가꿔진 정원을 가진 단독주택, 층간소음 없는 곳,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바다, 매일 가도 끝생겨나는 다양한 신상 카페, 달리지 않아도 되는 아이 교육 문제 등등 이런 것들이 '나 진짜 이렇게 계속 살아도 괜찮은 거야?' 하는 마음을 들게 한다.




'나 다시 서울로 돌아가도 잘 살 수 있을까?'




물론 완벽한 제주의 삶 같지만 또 이곳에서 사는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을 꼽으라면 이런 것들 있긴 하다. 제주의 봄, 가을은 말할 것 없이 좋았고 여름은 바다에 가면 된다. 제주의 여름은 정말 환상적이다. 언제든 마음먹으면 갈 수 있는 바다가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러나 땡볕의 까맣게 그을려지는 피부와 얼굴과 몸에 생기는 기미는 눈감아야 한다(태양의 위력이 이렇게 세다니) 그리고 집안에서 자주 출몰하는 지네, 손바닥만 한 거미는 여전히 겁나고 징그럽 그 외에 날개미, 꼽등이 정체모를 벌레들은 이제 별로 무섭지도 않다.



그리고 봄, 여름 자라나는 잡초는 상상초월이다. 거의 열흘마다 관리해줘야 하는 잔디깎이는 조금 귀찮고 잔디깎이로 해결되지 않는 사이드 화단의 잡초들은 일일이 뽑아줘야 하는데 그게 좀 고되다. 잡초들은 이렇게 뜨거운 햇볕에도 자라고, 비가 오면 더 더 잘 자란다. 독한 놈들... 그리고 여름에 잡초를 뽑을 때의 문제는 더위와 모기의 콜라보이다. 여름이라 더운 것은 이해하겠는데 그럼에도  모기가 많은 것은 좀 억울하다. 한 가지 문제만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 겪을 겨울이 좀 무섭다. 겨울... 당연히 춥다. 그런데 이것은 제주의 문제는 아닐 테고 제주에서 주택에 살고 있는 우리의 문제다. 주택의 추위는 상상초월이다. 아파트에서만 살아본 내게 이것은 처음 겪어보는 겨울이었다. 거기에 겨울이 꽤 길었다. 우린 엄청난 추위에 시달렸다. 다시 이것을 또 견뎌낼 수 있을까?










비양도에서 바라본 제주도





무엇보다 딱 한 가지 가장 크게 걱정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이다. 결혼한 이후로 이곳저곳에서 살아왔는데, 언젠가 우리가 한 곳에 자리 잡고 살자고 약속한 것은 바로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기점으로 였다. 이번에 제주도에서 초등학교 입학을 해버리면 우린 앞으로도 영영 이렇게 돌아다니며 살게 될까 봐 살짝 겁이 난다. 결혼을 기점으로 시작했던 해외생활 다시 서울 그리고 제주에서의 생활. 이런 것들은 언제나, 혹은 영원히 새롭고 재밌을 것만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좀 지치기도 다. 어느 순간 이런 삶이 위태위태하다 여겨졌기 때문일까. 











그럼에도 역시 제주에서 일 년 더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장단점이 확실한 주택살이의 아쉬움은 2년 정도 지나면 완전히 충족되어 사라질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앞으로 다시 일 년이라는 시간은 내가 더 많은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고, 거기에 제주에 있는 예쁜 카페와 바다에 더 자주 가볼 수 있는 꿈같은 시간으로 다시 채워질 것이다.




여기에 있을 때만이라도 현실에서 벗어나 마음 편히 지내고 싶다. 원래 가지고 있던 모든 어려움과 두려움은 모두 내버려 둔 채, 지금 누리고 있는 제주의 장점만을 바라보며 한번 더 이렇게 살고 싶은 마음이다. 미래의 일은 미래의 나에게 맡기자. 현실로 다시 돌아가면 걱정되는 부분은 벌써 생각하지도 말자.



하여 더 긍정적으로 제주 일 년살이 연장을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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