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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Feb 17. 2022

끝나지 않는 겨울 그리고 난로


며칠 전 분명 봄 비가 내렸다. 대지는 어느새 포근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고, 우리 집 잔디밭엔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았다. 봄이 오려나? 그렇게 봄기운을 느끼려던 찰나에 다시 겨울이 왔다. 설마 꽃샘추위? 그런데 정말 춥다. 어쩌면 이번이 겨울의 마지막 추위인가 싶기도 하다. 



어제, 오늘 제주는 하루에도 몇 번씩 눈발이 날린다. 그런데 거의 쌓이진 않고 녹아내린다. 이제 겨울이 가겠거니 생각했는데 이번엔 눈이라뇨? 그럼에도 눈이 가볍게 내리는 것은 꽤나 낭만적이니, 창문을 열고 창밖을 바라보다 의자에 앉았다. 그런데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칼바람이 거세다. 그래서 나는 서둘러 난로를 켰다. 따뜻한 난로 앞에 앉아서 눈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자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이곳이 천국이다.  역시 눈 내리는 풍경은 실내에서 봐야 예쁘다. 나는 이렇게 어른이 되었다. 




눈이 펑펑 내리던 날, 난로와 함께 








제주 우리 집엔 난로가 있다. 전기난로가 아니라 진짜 난로이다. 부모님 집에도 진짜 난로가 있는데 지난 20년간 그 난로를 피우시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은 없다. 아마도 이 집은 그 부모님 집을 지을 즈음 지어진 것 같다. 2층의 편백나무 방도, 아래층의 난로도 비슷하다. 아니면 이것이 주택살이의 로망이라 모두들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일까. 아무튼 나에게도 난로가 생겼는데, 마음은 진짜 난로를 사용해보고 싶지만 역시 마음만 앞선다. 다행히도 나에겐 난로의 로망이 없었다. 



이사를 왔는데 보일러를 켜도 또 켜도 안방은 좀처럼 따뜻해지지 않았다. 보일러를 한참 켰을때 잠깐 따뜻해졌다가 보일러를 끄는 순간 빛의 속도로 차갑게 식어갔다. 그래서 잠을 자려고 안방으로 들어가면 아이가 '추워, 추워' 하며 이불속으로 들어가는데, 심지어 이불 속도 차갑다. 몸의 온기로 이불 속을 데우고,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고 자면 그래도 괜찮긴 한데...결코 따뜻하진 않다. 특히 아이는 그렇게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자는 게 불가능했다. 우린 이 추운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전기난로를 주문했다. 



로켓배송으로 도착한 전기난로는 전기코드를 꼽기만 하면 바로 따뜻한 열이 나와 방안을 따뜻하게 덥혀주었다. 한번 그것의 전원을 켠 이후로는 절대 그것을 끄고 잘 수가 없었다. 안 그러면 너무 추워서 밤새도록 '추워'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전기난로는 정말 따뜻하고 좋았다. 전기세 고지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알고 보니 전기난로는 우리 집 전기세의 주범이었다. 지난달 나온 전기세의 50%는 아마 저 녀석 탓일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산에서 나무를 해와서, 도끼로 자르고 그 나무를 진짜 난로에 넣어서 피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때문에 전기난로를 애용했고, 사랑했다. 그 전기난로 덕분에 주택살이의 로망은 더욱 실현해 볼 수도 있었다. (마침 이 집엔 주인이 쓰던 전기난로가 하나 더 있었다.)



사실 전기난로를 살 때 ,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는 소문을 들었어서 등유난로를 고려해보기도 했었다. 결국 전기난로를 주문하긴 했지만 지난번 카페에 갔는데 마침 등유난로가 있어서 써볼 기회를 얻었다. 요즘 등유난로는 캠핑 전용 난로여서 그런지 디자인도 예뻐서 정말 탐이 났다. 드디어 실제로 등유난로를 써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난로에서 나오는 그을음 냄새가 너무 심해서 나는 그날 두통을 얻었다. 결론은 우리에게는 그냥 전기난로가 최선인 듯싶다. 





탐나는 캠핑용 난로  



이번 겨울 나는 주로 난로 앞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그리고 그 위에 주전자를 올려놓았다. 따뜻한 보리차를 주전자에 넣어 난로 위에 올리면 금새 데워진다. 그것을 조금씩 따라 마시다 보면 몸이 사르르 녹는다. 여기가 캠핑인가 싶기도 하고, 나는 밖에선 캠핑을 하지 않으니 집에서 난로와 함께 감성 캠핑중이라고 마음 속으로 되뇌인다. '나는 캠핑중입니다.'



아이가 하원하는 시간 보일러를 켜고, 난로도 켠다. 추운 겨울 난로만큼 방안을 빠르게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없다. 이번엔 그 위에 이번엔 우유팩을 하나 올린다. 금세 따뜻하게 데워져서 아이가 마실 수 있는 따뜻한 온도의 우유가 된다. 이제 난로를 쓰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오늘의 제주는 정말 춥다. 분명히 온도는 서울보다 훨씬 따뜻한데, 바람이... 바람이 불어올 때면 체감온도가 훨씬 춥게 느껴진다. 오늘도 나는 난로를 켜고 그 옆을 떠날 수 없다. 이 난로와 함께라면 제주의 겨울 막바지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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