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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Feb 14. 2024

그거 어디서 났어?

최근에 그릇과 냄비가 세 개나 깨져버렸다.  개인적으로 부엌에서 사용하는 제품을 플라스틱보다 유리로 된 제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분명히 오래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마음과 다르게 잘 깨진다.



그렇다고 가지고 있는 유리제품이 많은 것도 아니다. 심지어 유리보다는 플라스틱이 사용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더 많이 가지고 있다. 그래도 플라스틱도 유리도 내가 산 것을 거의 없고 대부분을 시댁이나 친정에서 가져온 것이다. 



우리 집에는 유리 냄비가 3개 있다. 서울에 와서 살림을 다시 시작하던 때, 유리 냄비가 3개가 생겼다. 손잡이가 있던 큰 사이즈, 작은 사이즈 그리고 양쪽에 손잡이가 있던 작은 사이즈이다. 큰 사이즈는 서울에서 한번 깨져서 다시 샀는데 결국 제주에 와서 또 깨져버려서 그 이후로는 스테인리스 냄비 3종을 쓰고 함께 쓰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양쪽에 손잡이가 있던 작은 사이즈의 유리 냄비가 깨져버렸다. 겨우 유리컵과  부딪혔는데 냄비가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깨져버렸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내가 제일 애용하던 나의 다용도 술잔(소주잔 3배 크기)도 깨져버렸다. 그리고 그 얼마 전은 아이의 우유잔이 깨졌다.



이번달만 3개의 유리제품이 사라졌다. 제주 와서 유난히 그릇이 잘 깨진다는 생각을 는데, 그만큼 집 밥을 많이 해 먹어서 그런 거라 위안해 본다.








매일 요리를 하지만 사실은 요리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 터라 음식을 만들 때 한두 번 음식을 더 먹을 수 있도록 넉넉히 만들어 둔다. 주로 된장찌개, 김치찌개, 볶음밥, 미역국, 소고기 뭇국이 주 대상이다. 특히나 고깃국은 아이가 매주 주말 아침, 점심으로 먹기 때문에 더 넉넉히 끓여둔다. 보통 고기 국을 끓일 때는 가장 큰 냄비에 가득(옛날 어머니들이 솥에 국을 끓이듯) 만들어 두기 때문에 2주 주말에 한 번씩만 국을 끓인다.



넉넉히 만든 국들은 식힌 후에 집에 있는 보관용기에 담겨서 냉동실로 직행한다. 그때 담기는 용기는 보통 플라스틱이다. 정확히 말하면 플라스틱이 아니라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되고, 식기세척기에 써도 된다지만 쓰면 쓸수록 환경호르몬이 나올 것 같은 그 용기들을 쓸 때마다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집에 있는 플라스틱을 다 버리고 싶었다. 과감 없이 버려야 한다는데 전부 버리면 모두 새로 사야 하니 눈감고 참는 중이다. 지금 사용하는 플라스틱의 목숨은 이 집에서 까지다. 너네... 이 집에서만 쓰고 꼭 버리고 갈 거다!









명절이 되어 오랜만에 친정에 왔더니 집안 곳곳 각종 물건으로 넘쳐난다. 유난히 바깥활동이 활발한 친정엄마 집에 가면 특히 플라스틱, 유리, 스테인리스 용기가 넘쳐난다. 이미 친정에서 반찬이 올 때 하나둘씩 그릇에 담아 가져와 나에게도 이미 많은 그릇이 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어 친정집 내부를 살피며 뭘 가져가야 살림에 보탬이 될까 매의 눈으로 찾고 있었다. 그리고 친정에도 쓰지 않고 보관되어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사용하지 않으시는 물건을 정리해 드리곤 한다.



그런데! 바로 그때 뜯지 않은 유리 그릇 패키지가 눈에 띄었다. 안 그래도 가지고 있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용기를 정리하고 유리 용기로 바꾸려고 틈만 나면 저렴한 가격의 핫딜을 노리고 있었는데 마침 딱이다!


'엄마 이거 유리용기 가져가서 써도 돼요?'




유리 용기 득템이다!!






비행기를 타러 가는 길, 손에 들고 있는 유리 용기는 제법 묵직했다. 행여나 유리제품이라 깨질까 위탁하는 짐으로 부치지 않고 핸드캐리로 들고 탔다. 한편으로는 무거워서 들고 다니다가 귀찮아져서 이걸 괜히 가져왔나 싶기도 했다.



사실 그동안도 인터넷에서 주문하면 빠르고 쉽게 용기를 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이왕이면 친정이나 시댁에서 고이 잠자고 있던 것으로 (마치 그곳들은 마르지 않는 샘과 같다) 대체하고 싶었다. 게다가 진작부터 사고 싶었던 유리용기 공짜로 생겼으니 쓸데없는 지출도 하지 않게 되어 기쁘기도 했다.



집으로 들고 온 용기에 반찬을 담아 냉장고에 차곡차곡 쌓아놨다. 먹지 않고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불렀다. 







요즘은 새로 물건을 사려다가도 멈칫하게 된다. 이미 가진 것으로 충분하기도 하고 이번에 친정에서 득템 한 유리 용기처럼 가족이 쓰지 않고 모아둔 물건을 가져와서 쓸 수 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웃이나 친구와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을 주고받다 보면 새롭게 물건을 살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일단 물건이 필요하다 느껴지면 가진 것을 샅샅이 찾아 대체해 보거나, 가족이나 친구에게 그 물건이 있냐 물어보고 얻어 쓰는 삶이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일단 그들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보관만 하고 있은 물건도 줄어들게 되며 자원의 선순환이 되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당연히 그 밖의 것이 꼭 필요한 것이라면 어쩔 수 없이 구매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은 이미 모두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러한 순환으로 불필요한 소비를  막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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