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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Jan 31. 2024

생일선물은 거부합니다

며칠 전은 내 생일이었다. 사실 매년 생일을 열심히 기다리고는 하는데 정작 생일이 되면 그 누구보다 평범하게 지낸다. 그래도 작년엔 제주도에서 눈 속에 갇혀있었는데 올해는 정말 추웠지만 밖에서 외식이라도 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여전히 생일이 되면 무슨 선물을 받을까, 생일이니 무엇을 사볼까 아니면 어떤 맛있는 음식을 먹을까 어떤 것을 해볼까 하는 기대감이 조금은 남아있긴 하다. 역시 생일은 신난다.



올해 생일은 처음으로 생일을 알려주는 알람을 꺼두었다. 카카오톡에 생일표시되는 그 알림 표시를 자체적으로 없애둔 것이다. 그 이유의 첫 번째는 생일은 나에게나 소중한 날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그 알람을 보고서야 챙기는 생일 축하 및 선물이 싫어졌기 때문이다.



솔직히 어떻게 친구의 생일을 100%다 기억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카카오톡에 며칠 전부터 자동으로 올라와 있는 생일자 알림을 보고 생일축하를 건네게 된다. 처음엔 그 알림이 편하고 좋기는 했는데 요즘은 '의무적'이라는 느낌을 받고 있다.



사실 내 생일을 못 잊을 수밖에 없는 친구는 딱 한 명이다. 내 생일은 친구의 아들과 생일이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친구의 아들 생일을 기억하고 내 친구는 나의 생일을 기억한다. 그 친구를 제외하고 그 생일 알람이 아니라면 정확히 친구의 생일을 기억하는 친구가 몇 명이나 될까?



솔직히 나조차 모든 친구들의 생일을 다 기억하지 못한다. 이게 솔직한 마음이다. 나조차 기억나지 않는 생일을 누구에게 챙겨 받는단 말인가!







아무튼 생일 당일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생일을 기억하는  소중한 몇 명의 친구들에게 생일축하 연락이 와있었다. 생일 알람은 꺼있더라도 잊지 않고 내 생일을 기억해 주는 친구들이 있었던 것이다. 다른 때보다 더 눈물 나게 고마웠다.



타고나길 두루두루 많은 사람과 사귀지 못하는 성격이라, 소수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편인데. 그들 중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생일축하연락이 왔다.



생일축하를 받아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그런데 문제는 생일축하 연락과 더불어 선물을 하나씩 딸려 보내왔다. 수년 전부터 계속 이런 식이다. 어느 날 카카오톡에 선물하기 기능이 생긴 이후로 생일축하인사와 함께 보내는 작고 큰 선물. 매년 비슷한 류의 선물을 주고받았더니 이제 별로 새로운 것도 없을 정도이다.




선물이 고맙긴 하지만...




올해부터는 생일선물을 받고 싶지 않아 졌다. 매년 의무감처럼 보내는 생일축하 인사말처럼 생일선물도 그렇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저 앞으로는 내 생일을 기억해 주는 그 마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올해부터는 생일선물을 거부하는 수밖에.








사실 생일 선물을 거부한 가장 큰 이유는 나 때문이었다. 매년 돌아오는 친구 생일에 선물을 뭘 해줘야 고민하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그 생일선물을 고민한다. 그리고 친구들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있으니까

한 달에 두세 번 정도를 생일선물을 뭐해줄지 고민하다 보면 도대체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즐겁다기보다 버겁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때는 그래서 작년에 받은 선물을 기억해 두었다가 비슷한 선물을 보내보기도 하고 어떤 친구에게는 받은 것과 같은 것을 보내는 짓도 해봤다. 한 번인 가는 독특한 선물도 보내봤으나 '진짜 싫어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에 잠을 못 이루었다. 그 후로는 다시는 시도해보지 못했다.



그 후로는 직접적으로 '갖고 싶은 선물이 뭐야? 필요한 것 있어? 하고 묻는 일도 잦았으나 올해부터는 그것마저 하고 싶지 않아 졌다.



그리고 나는 평소에 받는 선물은 진짜 유용하게 잘 쓰는 편인데 유일하게 생일에 들어오는 선물들은 한꺼번에 많이 받아서 그런지 잘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튼 잘 사용하지도 않을 화장품과 립스틱, 핸드크림 등등을 택배로 받아 모아두고 있자니(물론 언젠간 사용할 테지만)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게다가 최근에 받았던 제일 좋은 선물이 스타벅스 상품권이었다. 이제 받고 싶은 선물도 너무 현실적인가?




그냥 이 선물 안 받으면 안 돼?????







올해의 생일선물은 오프라인을 제외하고(어쩔 수 없이 받았다) 온라인은 모두 거절하기 기능을 이용했다. 이런 기능이 있는지 미리 알았더라면 진작 이용했을 텐데! 다행히도 취소도 바로 알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미리 생일선물은 받지 않겠다 못 박아두어서 정말로 보내지 않은 친구도 있었다. 그러나 주고받지 않기로 해놓고 준비한 친구에게는 어쩔 수 없이 받기도 했다.



그래도 그동안 받던 생일선물의 절반 넘게는 거절한 것 같다. 올해 내가 보내지만 않는다면 내년에는 아무하고도 선물을 주고받지 않게 될 것이다.



아, 정말 홀가분하다.



선물 거절하기 기능 만족!!







올해 나의 친구들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생일을 맞이하길 바란다. 생일선물을 주고받지 않더라도 생일을 기억해 뒀다 축하해 주며 서로를 한 번쯤 생각하는 그런 날이 되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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