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air Jan 24. 2024

캐리어의 짐을 줄입니다.


이번에 육지를 나오며 짐을 싸는데 어쩌다 보니 캐리어 가득 물건을 챙기게 되었다. 우리는 현재 보통 캐리어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의 캐리어를 가지고 있어 여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짐을 싸다 보니 가득 차게 되었다. 어차피 비행기를 탈 때   아이와 나 둘이 합쳐 30kg(각 15kg) 내로만 하면 되니 그 정도는 충분할 것 같아서 따로 짐의 무게를 재진 않았다.  



이른 오전 택시를 불러서 공항에 가야 했다. 짐을 들고 나서는데 엄청 무겁긴 했다. 다행히 택시 기사 아저씨가 도와주셔서 짐을 싣고 공항을 갈 수 있었다. 그리고 공항에서 짐을 부치러 무게를 재는데 29.8kg라는 숫자를 보았다.



'어쩐지 굉장히 무겁더라'



캐리어는 'heavy luggage'택을 붙이고 레일 위로 사라졌다. 친정엄마가 도착하는 공항으로 마중나 와서 다행이었지 아니었더라면 집에 못 갈뻔했다. 엄마와 함께 캐리어를 자동차 트렁크에 싣는데, 엄마가 깜짝 놀라셨다. "대체 뭘 가져왔길래 이렇게 무거운 거야?"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특별한 것은 넣지 않았다. 나의 겨울 옷  가지와 아이 옷, 내복, 속옷 등등 정말 평범한 짐들이 들어있을 뿐이었다. 그 짐에 특별한 것이 한 가지 들어있었는데 유리 공병이었다. 된장인가 꿀이 담겨있던 커다란 유리병인데 친정에 다시 되돌려주려 가져온 것이다.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유리공병 무게가 무겁나 보군! 이번 친정에 유리공병을 꺼내놓을 테니, 시댁에 갈 때는 가벼운 트렁크를 들고 갈 수 있겠어.'



그러나 나중에 그 공병을 빼고 보니 그 무게는 아주 일부분에 불과했다.






친정에서 며칠을 보내고 시댁으로 돌아가는 길. 이번에는 그 캐리어를 다시 들고 기차를 타러 가야 했다. 자동차를 타고 기차역에 가려고 캐리어를  트렁크에 넣는데 굉장히 무거웠다. 기차역에 내려 그 캐리어를 들고 가는데 걱정이 되었다. 과연 이 캐리어를 혼자 들고 기차내부로 옮길 수 있는 걸까? 정말 큰 걱정이었다.



정말로 그 캐리어를 들고 기차에 올라타다가 뱃속에 없던 애가 나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로 무거웠기 때문에 내가 가진 온 힘을 다 줬기  때문이었다. 



그 커다란 캐리어를 들고 시댁으로 와서 아이의 옷 두 벌과 속옷, 양말등이 든 옷가방을 한  꺼냈다. 그 후 지금 시댁에 온 지 며칠이 지났는데 커다란 캐리어는 밖에 꺼내놓은 그대로이고 나는 겨우 옷 벌과 속옷 두 개와 양말 두 켤레로 지내고 있다.



물론 날씨가 이렇게 추울지 모르고 겉옷을 얇은 것으로 입고 왔더니 날씨가 정말 추워서 어머님 패딩을 빌려 입고 밖을 오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 말고는 그 커다란 캐리어에서 꺼낼 물건이 더 이상 없었다. 챙겨 온 수많은 비상약도 필요하지 않았고, 여벌의 옷도 필요 없이 가진 옷을 세탁해서 입으면 되니 불편함이 없었다.



솔직히 캐리어에 가지고 다니는 물건은 꼭 필요한 물건 보다 그 밖에 '필요하면 어떡하지?' 하는 혹시 몰라 대비하는 것들을 더 많이 가지고 다니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캐리어를 줄 일 수 있는지 연습해 보기로 했다. 육지에 있는 동안 우연한 기회로 친구 집에 1박 2일 머물게 되었다. 당연히 내가 갈아입을 옷은. 가져가지 않았고 혹시 몰라 최소한의 화장품을 챙겼고, 나머지는 아이가 저녁이 갈아입을 잠옷만 챙겼다 그러니 작은 사이즈 쇼핑백 하나로 충분했다.



저녁을 먹는데 아이 옷에 소스가 여러 군데 묻었다.  친구 집에 가서 가볍게 세탁을 하고 옷걸이에 걸어두니 다음 날 말라있어 다시 입고 올 수 있었다. 솔직히 아이의 여벌옷을 챙기진 않은 것을 걱정했지만 없어도 세탁해 입으니 불편하지 않았다.



물론 이 또한 집에서 집으로 이동해서 가능한 일이었지만, 다음부터는 아이 옷, 물건도 더 줄여서 가지고 다닐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그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심지어 이번에는 육지로의 여행이 아니라 집에서 집 그리고 또 집으로 이동했는데도 그렇게 많은 물건을 챙겨 와 가지고 다닌 나 자신이 바보 같았다.



이곳에 머무는 며칠간 캐리어에 보관된 대부분의 짐은 여전히 캐리어에 보관되어 있고 우리는 최소한의 물건으로도 잘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내 힘에 버거운 캐리어를 들고 다니는 일은 그만두기로 한다.




가볍게 다니자 제발.
이전 03화 이제 그만 소유하자고 말하고 싶어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