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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Feb 21. 2024

왜 같은 물건을 또 사두는 건데?

태어나면서부터 다리가 시원찮은 모양이다. 내가 기억하는 9살 무렵, 늘 항상 무릎이 너무 아파서 파스를 베개 안에 넣어놓고 잤다. 언제라도 바를 수 있게! 물파스의 약 빨은 어린아이에게도 들었나 보다. 훗날 나이가 들어 물파스의 세부사항을 읽다 보니 어린아이들에게 사용을 조심하라고 되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그 이후로도 무릎은 계속 아팠고, 특히 20대가 되어 하이힐을 신은 후에는 더욱 심각했다. 힐을 신고 종일 걷다 돌아온 날은 보통 발이 아플 텐데 무릎이 정말 아팠다. 그때부터는 물파스대신 찜질팩이 최고였다. 전기 코드를 꽂으면 따뜻해지는 찜질담요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잠들어야만 했다. 안 그러면 무릎이 아파서 밤새 설쳤다. 찜질팩이 없을 경우에는 수건을 따뜻하게 만들어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자야만 했다. 그래도 힐을 포기하지 못하는 20대였다.



아무튼 내가 기억하는 순간부터 30대의 지금까지도 많이 걸은 날, 힐이 아닌 구두 신은 날에는 무릎 찜질팩을 꼭 해야 한다. 그래서 내 일상은 찜질팩이 필수이다. 그런데 그 찜질팩이 제주도에 와서는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다. 많아야 일주일 한번, 열흘에 한번 무릎에 올려놓는 용도였는데 이제는 매일 찜질팩을 쓴다. 집이 워낙 추운 탓에 찜질팩을 배에 품고 있지 않으면 겨울을 견디어 낼 수가 없었다.



이전에는 전기로 충전되는 찜질팩을 사용했다. 5분이고 10분이고 전기로 충전을 해놓으면 금세 따뜻해지는 탓에 사용하기가 수월했다. 엄마가 써보고 괜찮다며 내 것도 사준 것이었다. 이전 집에서부터 몇 달 전까지 한 3년 정도를 사용했는데 쓸 때마다 편리하고 마음에 들어 늘 새것으로 하나 더 사두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제주오일장에 갔다가 비슷한 제품을 발견했는데 아직 작동이 잘되는데 똑같은 것을 새로 사두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싶어서 그냥 돌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찜질팩 위에 올라서있었다. 그 내부는 물로 채워져 있지만 전기 충전되는 곳에 심지가 있어서 내부 원리로 물이 뜨겁게 데워지는 것인데 그날 아이가 찜질팩 위에 올라가 있던 바람에 그 찜질팩이 망가져버렸다.



고장만 나지 않는 다면 평생 쓰고 싶었던 찜질팩이었는데, 갑자기 새것으로 구매해야 한다니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이번엔 영원히 써보고자(?) 잘 망가지지 않을 것 같은 보온물주머니를 구매했다. 그런데 보온물주머니를 구매하러 갔을 때 선택지가 너무 많았다. 특히 보온 물주머니의 커버가 얼마나 귀여운지 무엇을 사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그렇게 결국 물주머니 커버 중에 한 개를 선택하지 못해 두 개를 사고 말았다.



결말은 뻔하다. 둘 중에 한 개를 먼저 선택해서 잘 사용하고 있고,  한 개를 결국 기다리는 중이다. 과연 언제쯤 그다음 보온 물주머니를 사용하게 될지 모르겠다. 과연 보온주머니의 수명은 어디까지일까?



이렇게 귀여운데 어떻게 한개만 고를 수 있겠어요



 



예전에 옷을 색깔만 다른 것으로 두 개를 산 적이 있다. 검은색, 흰색 코트였는데 색을 한참 고민하다가 저렴한 가격에 두벌 모두를 금방 구매했다.  색은 엄연히 다르지만 디자인이 같으니 금방 질려버려서 오래 입지 못한 적이 있다.



사실 그때 이후로 같은 물건을 두 개 사는 것은 절대 지양한다. 특히 이미 경험한 옷 부분에 있어서는 아무리 마음에 든다 하더라도 절대 사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보온물주머니를 두 개나 사서 한 개를 보관해놓고 있자니 바보 같다.







마음은 앞으로 절대 똑같은 물건을 한 개 더 사지 말아야 하는데 늘 말처럼 쉽지가 않다.



효과가 좋은 화장품도, 몸에 착 맞는 속옷도, 평상시 잘 사용하는 물건이면 자꾸만 같은 물건을 하나 더 사서 쟁여두고 싶어서 안달 난다. 가장 큰 이유는 그 제품이 다시 나오지 않을까 봐, 품절될까 봐,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까 봐 걱정되는 마음 때문이었다.



솔직히 겨우 한 개 사놓는 것은 별 문제 되지 않는것도 같은게, 내가 자주 보는 유튜버는 마음이 드는 바디크림을 30통씩 쟁여두고 쓴다고 했다. 진짜? 리얼? 30통? 그런데 겨우 나는 한 개 더 사는 건데?



겨우 한개 더 사는 것이 문제이기보다 그렇게 사두고는 몇 달째 보관되어 있는 새것의 보온물주머니를 보니 역시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똑같은 제품이 아니라 아쉬움을 있을 테지만 요즘에는 좋은 물건이 워낙 많으니, 대체할 만한 물건도 많을 테니 절대 절대 사놓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제는 언제든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에 아니 하루 내로 배송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물건이라는 것은 사실 클릭 몇 번으로 언제든 내 눈앞에 도달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그러니 미리 물건을 사서 쟁여두는 그런 어리석은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 같은 물건을 두 개 사는 일 또한 역시 지양해야겠다.



사람은 실수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대신 이 끝에는 꼭 깨달음이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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