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와 벌

by 정귤


나는 모기에 잘 물리는 편이다. 모기 알레르기도 있는지 물리면 심하게 부어오르고, 물린 범위도 넓어 빨갛게 살이 물들어버린다. 여름철에는 집 앞 놀이터만 나가도, 아이들 등 하원 길에서도 몇 방씩 물린다.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한 번은 눈두덩이에 물려 한쪽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부었던 적도 있었다. 이번 추석 때 우리 첫째 하리가 모기의 습격을 받았다. 물린 곳을 세어보니 스무 곳이나 된다. 얼굴, 팔, 다리, 발바닥, 등까지. 꼭 나처럼 빨갛게 부어오르고 물린 부위에서는 열감도 느껴졌다. 소독을 하고 약을 발라주면서 쳐다보기만 해도 속상하고 화가 났다. 머릿속에서 모기 녀석들을 수십 번 때려눕혀 피를 터트려도 분이 안 풀렸다.


모기는 몸집이 작다. 그러나 강력하다. 소리 없이 눈치채지 못하게 물고 유유히 사라진다. 물린 곳은 매우 가렵고 상처가 오래가기도 한다. 잡으려 하면 쉽게 빠져나가고 힘들게 잡고 보면 정말 작고 하찮아서 어이없기까지 하다. 손뼉 한 번이면 맥없이 죽어버릴 녀석인데 말이다. 내 마음속에 남아있는 상처도 모기 같구나 싶은 여름 끝자락, 초가을이다. 작고 조용해서 물고 갔는지도 몰랐는데 시시때때로 가렵고 신경 쓰여 살펴보면 부어올라있다. 어디서, 누구에게서 왔는지, 언제부터 있었는지 생각하다 보면 힘이 빠지고 마는 모기 같은 우리의 상처. 벅벅 긁으면 상처가 나고 흉터가 남는다. 살살 약 바르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옅어진 흔적을 본다. 우리는 평생 사계절 내내 모기에 물리며 사나 보다.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를 자녀에게 대물림할까 봐 걱정하고 두려워한다. 요즘 육아 프로그램, 육아 서적에서 또한 자주 접하듯이 '내 자식만큼은 나처럼 살게 하고 싶지 않은 부모들'의 고민과 사연이 쏟아진다. 하물며 오랫동안 가정폭력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어 있었던, 가정폭력 피해자인 나는 어떠할까. 부어오른 모기 자국을 보며 벅벅 긁어대듯 내 안의 상처들이 떠오를 땐 가렵고 아프다. 당하고만 살았다는 생각에 분하고 열이 받는다. 그런데 나를 보다 더 분노하게 하는 것은 "내가 그렇게 자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내가 그렇게 컸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모기들의 비겁한 변명이다. 더 더 더 죽을힘을 다해 나는 그렇게 하지 않겠노라 발악하며 살아야 한다.


나는 두 딸에게 욕하지 않는다. 때리지 않는다. 아이들 앞에서 술을 먹거나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과 싸우지 않는다. 자해하거나 폭력을 일삼지 않는다. 무책임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나의 아빠는 나에게 그러했지만 나는 그러지 않는다. 나는 내가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을 물고 사라지는 모기가 아니다. 내내 아프게 하는 모기가 아니다. 부모인 나는 벌처럼 살아야 한다. 꿀을 모으고, 꽃과 꽃 사이의 수분을 하는 큐피드 같은 벌. 나는 사랑을 모아서 사랑을 주고 나르는 벌이어야 한다.


나의 글을 읽어온 사람이라면 우울하고 어두운 나의 이 야기를 보며 답답했을 수 있겠다 싶다. 재미없고 지루했을 수 있겠다 싶다. 나 스스로 자신이 없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부끄럽고 창피하기도 했다. 아무도 관심 없는 이야기이거나 읽고 싶지 않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몰려올 때면 포기하고 싶기도 했다. 나는 왜 굳이 들춰서 사람들 앞에 내보이고 있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결론은 계속 쓰기로, 여기 내보이기로 했다. 왜냐면 나는 모기로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내 글은 모기 물렸다 끝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벌처럼 날고 또 날아서 꿀을 모으고 꽃들을 살게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부디 한 꽃에게라도, 작은 꽃밭에서라도 사랑을 전달하는 벌로 읽혔기를. 그렇게 살아내기를. 윙윙.

keyword
이전 11화오백 원